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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맥주 여행 - 맥주에 취한 세계사
백경학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8월
평점 :
회사에서 지원하는 독서통신교육 과정 중에 김영하 작가의 <오래 준비해온 대답>과 이 책이 1+1으로 구성된 세트로 있길래 선택하게 되었다. 달리 말하자면 즉흥적 선택이었고 전혀 몰랐던 책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술과 관련된 소설, 에세이는 이미 읽은 적 있는데 맥주만을 주종목으로 다루고 있는 인문서는 생애 처음이라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데 작가가 워낙 맥주애호가라 사심 듬뿍 담아 맥주 예찬론을 노골적으로 침 튀겨가며 이야기하는 것이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마치 사회성이 결핍된 문제적 인간으로 은근 슬쩍 돌려까대는 것 같기도 하여 좀 불만스럽기도 하다.
우선 머리말에서 빵 터지고 시작한다. 중학교에 입학한 작가의 딸이 아이들로부터 백세주라고 놀림 받았다고. 이유인즉슨,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세계 각국의 이름을 대면서 연상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으니 아이들은 각자 수도, 스포츠 스타 등을 언급할 때 딸내미가 독일은 “파울라너, 에르딩거...”. 네덜란드는 “하이네켄”, 이런 식으로 세계 맥주 상표들을 줄줄이 대자 눈이 휘둥그레진 선생님은 “니 아부지 머하시노?”, “맥주 좋아하심더.”... 그랬다고 한다. 과연 부전여전이로다. 과거에 부부가 독일 통일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그곳서 유학한 적 있는데 그 시절의 맥주방랑기에 아이들도 함께 했다는 게 원인이란다.
그렇게 배꼽 강탈기로 시작된 이 책은 유럽의 맥주 세계사로 본격 시작된다. 고대에는 걸죽하게 만들어 마시는 빵이 맥주였으며, 유럽에선 수도원이 세상 근심을 잊게 만드는 수제 맥주의 성지였는데다 맥주의 4대 효소인 물, 보리, 홉, 효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맥주의 형태와 가까워지게 배합되었는지 같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재미를 전해준다. 군주와 전쟁사를 키워드로 하는 세계사와는 차별화 된다. 그 다음 파트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맥주 축제(독일 옥토버페스트는 평소 근엄 진지한 독일인들마저 이성을 잃고 맥주에 빠져 정신줄 놓는다지 않는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소개를 비롯하여 세계의 유명 맥주브랜드의 탄생기(이게 하이라이트)다.
필스너 우르켈, 기네스, 하이네켄, 칼스버그, 칭다오까지 이 대목은 거의 악마의 속삭임급이다. 칭다오 맥주의 기원은 독일, 기네스 북, 하이네켄 vs 칼스버그의 라이벌 투쟁기 등은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든 결정적인 대목들이었다. 맥주 애호가들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필수투어 코스라는. 그리고 마지막엔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 편에서 유명 인사들과 맥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히틀러가 맥주를 이용하여 어떻게 대중들을 휘어잡았는지 확인해 보시라. 저자의 바람대로 독자들에게 입과 코와 눈이 행복한 맥주 이야기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