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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의 남자
김조안 지음 / 좋은땅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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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물 아홉의 어느 날, 하루에 잡힌 세 번의 선자리 중에서, 오후 7시의 상대였던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32년간의 결혼생활을 지나온 지금은 60대가 되었고, 아까 만난 그 남자의 아내이자, 사랑스런 딸의 엄마이다. 또 오랜 시간 옆을 지켜온 벗이 있고,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는 시댁과 친정 식구들이 있다.



어느덧 60대에 이르고 보니 지나오는 세월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결혼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새로이 만난 사람들이 있고 또 떠나보낸 사람도 있다. 지나온 시간은 생각보다 너무도 빠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의 살아온 나의 삶을 돌아보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써보자고 생각했다. 특히 내 이십대에 만나 지금껏 옆에서 함께 해온 나의 짝꿍 남편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때로는 너무 얄밉고 꼴뵈기 싫고 왜 저럴까 답답함에 속이 터지지만, 그래도 저만한 사람이 없다. 항상 내 옆에서 한결같이 있어 주었고, 가정을 꾸리면서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텼다. 여전히 투닥거리지만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버려서, 저 남자가 없는 생활이 되려 심심할 것 같기도 하다. 단순히 애증이라고 하기엔 이 감정들은 참 복잡하다. 30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부부만이 느낄 수 있는 서로에 대한 감정, 이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한 번 차근히 하나씩 떠오르는대로 적어보자. 어쩌면 이 이야기들이 모여 나의 인생을 담은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거창할 것 없이, 소박해도 좋으니 그저 나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돋보기 안경을 낮게 쓰고 연필을 들어 한 꼭지씩 이야기들을 적어둔다. 이 이야기들이 책 페이지마다 들어가는 상상을 하면서. 어떤 이야기는 쓰다보니 행복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어떤 이야기는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또 어떤 이야기는 얄밉고 서러운 기분이 들어 화딱지가 난다. 글을 쓰면서, 미소를 짓다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책을 완성해가는 동안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추억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무언가 이해되고 몰랐던 감정들이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들이 제법 모이고 책으로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에는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읽을지 기대되어 설레는 날들이 이어진다. 내 오랜 벗인 광자, 형숙, 덕임에게 초고를 보내 추천사를 부탁했다. 이들은 자기 일처럼 즐거워하고 나를 응원해주었다. 정성스레 글을 읽고 감동적인 추천사를 써주었다.



책으로 엮을 이야기를 쓰고 고르고, 책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는 것은 너무 신나는 경험이었다. 출간된 책을 손에 들자 감격스럽고 뿌듯했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너무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 이야기를 글로 담아내려 했던 건 정말 잘한 생각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위의 장면들을 상상했다. 내 어머니 혹은 이모, 고모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친근함이 좋았다. 직접 뵙지는 못했어도 작가님은 아주 푸근하고 좋은 인상을 하고 계실 것 같다. 진솔하게 펼쳐놓은 이야기들이어서 공감이 되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가족이라도 때로는 왜 저럴까 싶을 때가 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소통되지 않는 느낌에 속이 꽉 막힌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 가족, 내 사람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믿고 사랑한다. 이해한다. 그러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책을 덮으면서, '힘든 날들은 너무도 고단했고, 그럼에도 즐겁고 행복한 날들이 왕왕 있어줘서 버틸 수 있었다. 이렇게 지내고 보니 세월은 너무나 빠르게 흐르고 인생은 짧은 것 같다. 그러니 즐거운 일들을 찾아서 꼭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전하는 따뜻한 어른의 응원같았다.



흔한 말이지만, 인생은 예순부터. 그렇다면 이제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실 작가님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예순이 넘은 그 여자는 생각한다. 잘 견디고 잘 참으며 잘 살아왔다고.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그래서 후회도 없다. 이것이 그 여자의 승리다. 나머지 인생도 그 여자처럼 그 여자답게 그 여자가 정답이다."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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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 가치투자 아버지의 미공개 글모음
벤저민 그레이엄. 자넷 로위 지음, 박진곤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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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4주 독파 챌린지, 4주차.





이 챌린지도 마지막 주가 되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생활 가운데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내용을 요약하는 일은 매우 유익하고 즐거웠다. 비록 3주간 내가 써놓은 감상들이 어디 내놓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지만, 초반에 이야기했듯 이 책은 한 번 읽고 치워둘 책이 아니니까. 지난 시간동안 써 두었던 기록들은 다음에 다시 책을 읽을 때 혹은 연관된 다른 책을 읽을 때 다시 수정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투자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매 순간의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읽기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기회였구나 싶다. 책을 읽으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무언가를 찾아보고 정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엔 뭐지? 다음엔 뭘 하고 다시 돌아와야 이해를 깊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미쳤다. 지난 한 달을 되짚어보다가 '투자'에 대한 개념이 조금은 현실적이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새로운 도전은 생활에 활력을 준다. 그게 아무리 작고 사소한 도전일지라도. 



지난 주에는 5부와 6부를 읽었다. 5부는 기초상품군을 비축하여 준비금과 같은 퉁화기능을 부여하는 제도인 국제 상품비축통화 제도에 대한 설명을, 6부는 노년의 벤저민 그레이엄과의 인터뷰 내용을 다루었다. 


국제 상품비축통화 제도는 금의 지위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기초상품들을 비축하여 국제 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금융준비금처럼 사용함으로써 세계의 기본 가격 구조를 안정시키고, 경제력이 차이나는 국가간의 형평을 제고하자는 아이디어이다. 그레이엄은 이 제도의 장점으로서 거래안정성, 가격안정성, 비축상품의 활용성, 원재료에 대한 세계적 조화 등을 든다. 제안서의 내용만으로는 그의 생각이 다소 추상적으로 다가왔으나 분명한 부분은 왜 의회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하는 점이었다. 그레이엄의 취지나 제도의 이점과는 상관없이,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너무 비관적인 생각인지는 몰라도) 정치인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이익'이 되는 경우에만 안정과 균형, 화합 따위를 찾는다. 이 제도가 주는 국제경제의 안정이라는 궁극적 이익이 정치인에게 주는 이익으로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또 상품단위통화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의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경제적 강대국의 입장에서 약소국과 어느 정도 형평을 맞춰줄 용의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강대국은 이미 점한 경제적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는데 더 주력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제도는 경제적 강대국에게 확실히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상당히 일차원적이지만 충분한 근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부분을 읽으면서 통화의 가치와 기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지금과 비교하여 산업구조가 단순했기에 이런 아이디어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제도의 틀을 이 정도로 구상하자면 어떤 통찰력이 있어야 하는 걸까 당연히 놀랍고 경이로웠다. 그럼에도 정치와 경제의 괴리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떠올린 데는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 때문이지 싶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도래할 혼란을 그 시대의 사람들이 걱정했듯이, 지금의 우리도 너무나 두려우니까 말이다. 이 코로나 위기는 끝이 날까. 끝이 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엔 어떻게 될까. 우리는 이 위기를 혼란이 아니라 기회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전염병 사태에서도 정부는 자국 국민을 보호할 것인가, 경제를 지킬 것인가, 혹은 이 틈을 타 일단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결국 '전염병도 정치'라고 했던 칼럼이 기억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80세가 넘은 벤자민 그레이엄이 생각하는 주식투자와 주식시장에 대해 엿볼 수 있다. 그의 50년 이상의 연구 결과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명료하고 간단하게 자신의 연구 결과와 투자 철학에 대해 설명한다. 그럼에도 앞 부분을 읽지 않았다면 온전히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주식시장의 지속성이라든가 투기와 투자의 속성, 가치분석의 의미와 이유 등 앞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떠오르면서 이해가 깊어지는 부분이었다. 기업가치의 분석과 시장 또는 산업분석을 구분하는 것을 강조한 이유도 납득이 되었다. 그의 투자에서 중요한 개념은 두 가지라고 정리되었다. 시간과 분산투자. 비교적 간단한 가치분석의 기준으로 선택한 종목의 주식을 미리 정한 보유기간의 한도 안에서 팔고,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아주 충분한 수의 주식을 운용한다. 또 주식시장의 과열 상태라면 주식을 줄이고 채권의 비중을 늘린다. 이렇게 투자했을 때 높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많은 돈을 빨리 벌겠다는 욕망"에 따르거나 단편적인 "주식시세에 더 끌려서" 즉흥적으로 매수와 매도를 결정한 결과가 왜 참담할 수 밖에 없는지, 왜 주식시장에서 얻은 사람보다 잃은 사람이 더 많은지 이해가 되었다.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지, 있다면 그 원칙을 얼마나 고수하는지가 승패를 결정한다. 이 순간 주식투자에 대한 나의 편견이 드러났다. 주식투자를 떠올리면 일확천금, 비정상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부풀어 있다. 이런 상태에서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할 수 밖에 없다.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은 나의 재산을 운용하는 방법 중의 하나, 즉 예금이나 적금, 보험, 채권 투자 등 다양한 방법들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전제해야 한다. 그렇다면 다른 투자 방법보다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정도라면 주식투자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한 주식투자는 훨씬 현실적이다. 그레이엄이 증권분석을 과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얻는 것은 이런 현실성에 기반하여 일정 기간동안 일정의 확률로 보장된 수익을 얻는 방법을 증명해내었기 때문이 아닐까. 현실적이고 통계가 기반된 투자원칙. 그가 투기가 아닌 투자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또 양자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건 그가 자신이 정한 원칙을 고수함으로 인해 그가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의 방법이 비교적 장기간 동안 안정적인 자산이 보장되어야 확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분석이나 추세를 기반으로 한 주식투자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유행에 따르지 않고 즉흥적인 판단이나 행동을 경계한다는 점에서 '투기'적인 주식투자와는 확실히 구분되고 이것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직감이나 예상이 아니라 통계적 확률에 근거한 보장된 수익률에 더 믿음이 간다.)



그의 투자원칙에 대해 요약하자면,


1. 실제로 성취할 수 있는 수익을 고려해야 한다. 

2. 투자의 건전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건전한 투자란 순자산 가치에서 출발하여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3. 원래 가치보다 싼 주식을 취득하기 위한 구체적인 매수원칙과 매도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또 그 방법을 유효하게 만들려면 아주 충분한 수의 주식을 운용해야 한다. 최우량채권의 수익률과 비교하여 낮은 PER 종목을 선정한다. 

4. 이익목표를 설정한다. 원금의 50퍼센트 정도면 좋은 성과이다.이 정도 수준으로 오르면 어떤 주식이라도 팔아야 한다. 

5. 보유기간에 대한 한도를 정하고 이 기간 안에 이익목표를 충족하지 못한 주식은 가격에 상관없이 팔아야 한다. 이익과 손실이 상쇄되고 장기적으로 일정 이상의 평균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6.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에 입증된 방법이며, 이를 위해 투자자는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통계상 확률이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충분히 오랫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7. 투자의 핵심은 올바른 일반원칙과 그것을 고수하는 품성이다. 주식에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증권시장의 과거 기록을 연구하고 능력을 키우면서 스스로 만족할만한 투자방법을 찾을 수 있는지 자문하라. 그러한 방법을 찾았다면 자기 방법을 고수하라. 

8. 건전한 투자를 위해서는 올바르게 생각하고,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월스트리트 사람들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든지 상관없이 그는 항상 건전하다고 느끼는 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입니다."



그레이엄은 자신의 이론을 실천함으로써 30년 이상을 현업에서 살아남았으며 심지어 크게 성공했다. 이렇게 삶의 존재 자체가 도전이자 증명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 경이롭다. 반면 내 삶은 한층 막막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적어도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눈은 마련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다음 번엔 나에게 무엇에 눈 뜨게 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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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 가치투자 아버지의 미공개 글모음
벤저민 그레이엄. 자넷 로위 지음, 박진곤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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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4주 독파 챌린지, 3주차.




어느새 3주차가 되었다. 이번 주는 삼성전자 주식과 비트코인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누군가는 레버리지를 이용해 많은 수익을 남겼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너무 일찍 팔아서 혹은 너무 오르고 사서 아쉬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는 주식이든 가상화폐는 도박같은 거라서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나 많은 수익을 남긴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질투했다. 경기는 최악이고 자영업자들은 우는데, 주식시장과 가상화폐시장은 연일 호황인 걸 보고 있자니 매우 극과 극의 상황,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노동의 가치가 평가절하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주식투자에도 성실과 끈기, 꾸준한 노동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걸 이 책은 귀가 닳도록 말해준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인생은 지난 후에야 비로소 평가할 수 있으며 우리는 앞을 보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분명 주식시장에서 우리가 경험한 바 진실이다.


3주차는 '4부 투자전략'에 대해 읽었다. 이 부분은 그레이엄이 1946년부터 1947년 사이에 뉴욕금융연구소에서 강의한 내용에서 발췌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짧고 긴 분량의 강의가 10개 실려 있다. 편집으로 인해 생략된 부분도 있고 갑자기 강의가 마무리되기도 한다. 그러나 각 강의별로 설명하고자 하는 주제와 그에 대한 예시들이 연결되어 이해를 돕고자 하는 노력이 보인다. 책의 분량상 너무 디테일한 강의 내용까지는 담지 못한 탓에 '현명한 투자자'나 '증권분석'같은 다른 저서를 찾아 읽는 게 의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번 주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흘러도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지식에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아쉬운 점이 하나 있는데(사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느낀 거지만 참기엔 너무 고역이여서),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쏟아지는 전문용어들 때문이 아니다. 경제용어, 회계용어 같은 것은 찾아보고 이해하면 그만이기에 이 책을 읽어나가는 데 되려 즐거움을 준다. 번역이 나를 힘들게 한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번역으로 옮긴 문장들이 부자연스럽다. 경제서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대한 원서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해도 어색한 문장들이 너무 많다. 이런 문장들이 글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방해가 된다. 내 독해력이 엉망인 것으로 정신승리 하면서, 경제 전문가가 한국어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니 그럴 수 있지. 정도로 넘어가자. '현명한 투자자'는 좀 괜찮으려나.


이 책에서 언급하는 여러 예시들을 보면서 케이스 스터디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는다. 각 산업분야 별 기업들을 관찰하여 동향을 수집하고 그것을 토대로 변화하는 경제상황 속에서 주가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분석하는 일이,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초석이 된다. 성실한 노동이 평균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게 한다. 적절한 지식과 기술이 뒷받침 되었는가는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요소로서 이번 주에도 중요하게 언급된다. 신선했던 것은,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요소가 수익을 얻고 잃음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돈을 잃었다고 해서 현명한 투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현명한 투자를 하기 위해 올바르게 투자했는가, 즉 관련된 지식을 익히고 투자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모든 경우의 가능성을 계산하고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중한 가중치와 경험칙, 어느정도의 수학적 확률을 만족한다면 또한 그것이 연구로부터 합리적으로 도출된 결론이라면, 올바른 투자라고 할 것이다. 사람의 일이 그렇듯, 시장의 일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타당하고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되더라도 그 예상대로 시장이 흘러가지 않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그러므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거나 돈을 잃었다 하더라도 올바른 투자를 하고 있다면 그런 실수와 잘못들은 수습이 될 것이니 '올바른 투자'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모든 측면에서 우리는 과거에 비해 훨씬 앞섰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전혀 진보하지 않았다. 바로 인간의 본성이다. 모든 기구와 기술이 진보했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돈을 아주 빨리 벌고 싶어한다.


가격과 가치의 의미는 같은 것일까. 아담 스미스와 같은 18세기 경제학자들은 '가치'와 '가격'을 구별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아담 스미스는 재화의 가치란 '사용가치'를, 가격은 '교환가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구별했다. 생각건대 가치는 철학의 영역에 더 가깝고, 가격은 경제의 영역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가치는 상대적이고 개별적이라 일반화할 수 없고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도 분명치 않다. 반면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 최적인 지점에서 결정되고, 그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이에게 통용되는 개념이다. 양 개념의 차이를 생각하다보니 가치투자와 가치분석이라는 것도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신이 들인 품으로,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합리적인 방법으로 연구하고 내린 결론이 정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렇기에 가치분석이 더욱 의미를 갖는게 아닐까. 내가 측정한 기업의 가치가 시장의 가격과 맞물려 일치할 때, 내가 도출한 결론이 타당함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의 전율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각 강의 별로 요점만 정리해둔다.


강의1 :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증권시장은 지속적인 궤도를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지속성의 원칙). 이를 이용한 증권분석으로 평균적으로 합리적 성과를 낼 수 있다. 증권분석에는 산업분석이 수반되기도 한다.


강의2 : 대차대조표비교분석은 필요하다. 


강의3 : 전시회계에서 후입선출법은 증권가치에 긍정적인 요소로 인정되어야 한다. 배당정책의 차이는 시장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강의4 : 수익력은 과거수익력과 미래수익력으로 나눌 수 있다. 증권가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미래 예상 이익의 자본화에 근거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 이익과의 관계나 연관성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래수익력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그 회사의 생산량이나 매출 규모, 회사가 받을 가격이나 단위가격, 단위비용, 세율이다. 


강의5 : 수익력에 기초한 가치평가의 예시로 아메리칸 라디에이터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투자자는 주식의 중심값을 찾아내는 것, 합리적인 가치에 대한 개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강의6 : 미래 이익을 전망할 때 얼마나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 합리적이고 현명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비싸지 않고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증권에 투자함으로써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


강의7 : 증권분석가가 증권을 검토하는 방법에는 투자등급과 전망을 다루는 것과 가치에 관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보수적인 가치보다 싸게 팔리는 것이 '좋은 주식'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은 유용하다. 증권분석가는 현명하면서도 기술적으로 유능하고 풍부한 경험과 신중함을 지녀야 한다. 


강의8 : 보험회사 투자에 대한 예시와 설명. 저평가 증권 분석가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업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자에게 자본이 많아지는 것이 주주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주는 회사의 수익에 대해 분석하고 보고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강의9 : 기업이 적절하고 합리적인 배당을 지급한다면 주주들은 투자에 대해 적절한 수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주식에 대해 더 나은 시장가격을 누리게 된다. 주식가격과 주주의 배당수익이 저조한 경우에도 경영자가 실질적인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기업은 보수주의, 해당 사업의 위험성, 주주들의 이해력 부족을 이유로 든다. 이에 대해 비판한다.


강의10 : 투기에 대하여. 투기요소는 거의 모든 증권분석 작업에서 아주 중요하고 의미있다. 현명한 투기와 현명하지 못한 투기 사이에는 진정한 차이가 있다. 성공적으로 투기하는 능력이 그 보상보다 중요하다. 신중한 자기검증, 철저한 분석을 통해 원금의 안전과 만족스러운 수익이 전제될 때 투자관리라고 할 수 있다. 증권분석가는 '소문 속에 어떤 진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증권분석과 시장분석은 구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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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 가치투자 아버지의 미공개 글모음
벤저민 그레이엄. 자넷 로위 지음, 박진곤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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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4주 독파 챌린지, 2주차.



 

2주차는 2부에서 이어지는 가치투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미 상원 은행 및 통화위원회에서의 증언까지로 이어졌다. 증언하는 부분의 내용이 가장 많았는데, 의장과 질문과 답을 주고 받는 형식이어서 그런지 더 잘 읽히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나 당시 미국의 경제 정책과 상황, 특정 회사명 등은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투자와 회사 운영에 대한 벤저민 그레이엄의 원칙과 신념은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반부에서는 가치투자에 대한 개념을 언급하고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네 가지의 상품을 구분짓고 각 특성을 비교하면서 설명하는 부분은 유용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1주차에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면서 책을 읽었던 것이 용어도 익숙하게 만들고 이해를 도운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기본적인 개념이나 그의 철학과 가치관에 대한 부분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 주에 읽으면서 몇 가지 떠오른 것을 적어보자면, 1. '투자'와 '투기'는 분명히 다르다.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며 과학, 윤리, 원칙같은 것을 포함하느냐가 둘을 구분짓는 기준이 된다.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전문적으로 분석할 것인가, 도박사가 되어 운에 기댈 것인가. 2. 주식투자를 할 때에 투자 전반에 대한 넓은 관점을 가져야 한다. 주식투자 자체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특정 종목에 매몰되어 전체를 보는 감각을 닫아서는 안된다. 다른 투자상품과 비교했을 때 지금 주식투자가 가치가 있는가 하는 주식투자 자체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고민들이 주식 시장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는 눈을 갖추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3. 가치를 고려한 장기투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만든다. 미리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할수록 수익이 보장된다. 가치투자에서 시간은 또 하나의 재화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투자하여 찾아내고 기다리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의 원칙을 믿고 담담하게 기다리는 게 참 어렵다. 그래서 그 근거를 과학적인 분석에서 찾는 것이다. 이성적인 분석 뒤에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판단이 덜 따르게 되겠다. 항상 주식투자를 망치는 것은 내 성미다. 어쨌든 시간은 소중하다. 4. 투자에도 윤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상생은 더 큰 이익을 만든다. 자신의 성공에 자만해서는 안되지만, 자신이 일하며 받는 정당한 대가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울 수 있어야 한다. 그 자랑스럽다는 생각은 자신이 한 일에 충분히 만족하고 자신감이 있을 때 드는 게 아닐까.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옮겨본다.



가치의 부활

- 내 생각에 투기의 중심에는 가격예상이 있다. 반면에 진정한 투자의 핵심은 안전마진과 함께 가치의 개념에 있다.

- 나는 가치분석가로 성공하기 위해 탁월한 재능이나 천재성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필요한 것은 함리적인 지성과 건전한 운용원칙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끈기와 확신이다.


주식의 미래

- "투자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일반 대중의 투자습관은 전혀 가치가 없다."

- 현실적인 의문은 과거에 항상 그랬던 것과 똑같다. 주식투자를 하기에 지금이 바람직한 시점인가? 또는 바람직한 가격수준인가? 우리는 이 질문을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주식 전반을 매수하기에 지금의 가격수준은 바람직한가? 비록 평균지수들이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적어도 시장가격의 가치는 확실한 개별종목을 선택함으로써 만족스러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 만약 어떤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면, 그리고 합리적으로 볼 때 미래에 유망하다면 적어도 그 기업은 순자산가치만큼의 가치는 있다. 그러므로 순자산가치에서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매력적이다.

- 시장에 부족한 것은 자기 지식을 평가하는 올바른 판단력이다.

- 기관투자자가 주식시장에 대규모로 참여하고 증권분석가들이 적절한 가치평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주가의 부당한 변동을 잠재우고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안정시켜야 한다.

- 나는 어떤 투자자아게도 주식을 100퍼센트 투자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모든 사람들의 포트폴리오가 항상 주식에 최소 25퍼센트, 채권에 최소 25퍼센트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증권분석의 길

-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결과는 미약하며, 해야 할 일을 많이 남긴다."

- 만약 증권분석이 과학적이어야 한다면, 그것은 시장분석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그래야 한다.

- 채권분석의 신뢰성은 기업 전체의 실질가치 대비 부채 비율이 적을수록 안전마진이 커지는 것에 주로 의존한다. 그리고 평균적인 전체성과를 보장하기 위해 광범위한 분산투자를 필요로 한다.

- 안전마진 개념은 채권과 우선주 모두에 적용된다. 분석가가 어떤 기업을 시가총액보다 더 가치 있다고 평가하면 그 주식은 저평가된 것이다. 채권도 부채를 훨씬 능가하는 기업가치를 필요로 한다.

- 저평가 종목이론에는 반드시 그 발생원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 분산투자에 기초해 저평가 종목을 매수한다면 지속적으로 수익성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성장주 분야에서는 선택요소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분산투자를 부차적으로 치부하거나 종종 무시하게 만들어버린다. 이 분야의 증권분석에서는 보험계리인 요소가 실종되어버리고, 그러한 상황은 필연적으로 진정한 과학절차와 성과를 방해하게 마련이다.

- "증권분석은 개별적이거나 집단적인 권유의 건전성에 대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이고 타당한 검증 없이는 전문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미 상원 은행 및 통화위원회 증언 - 주식매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

- 나는 이 성공이 주식의 매수와 매도의 건전한 원칙을 세우고 모든 다양한 시장에서 원칙을 끊임없이 따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나는 두 가지만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의장님. 첫째, 우리의 보수계약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아주 후하다는 점입니다. 둘째, 나는 보수를 차감한 후에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결과가 좋기 때문에 우리가 보수를 받는다고 믿습니다. 주주들도 그럴겁니다.

- 나는 오늘날 자동차 산업에 많은 경쟁이 있다고 믿습니다. …… 하지만 최종 결론에 이르는 것은 경쟁이 아닙니다. 그것은 더 약한 회사의 파괴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 대부분의 지혜를 선험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경험하기 전에 무엇이 현명한지 판단하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운 책이지만, 매주 읽어나가는 데 보람을 느낀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차근히 배경지식을 쌓으면서 읽어나가면 분명 남는 게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어차피 한 번만 읽어볼 책은 아니다. 시간을 쪼개서 독서를 하는 시간이 즐겁다. 다음 주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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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 가치투자 아버지의 미공개 글모음
벤저민 그레이엄. 자넷 로위 지음, 박진곤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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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4주 독파 챌린지, 1주차.




주식의 기본도 모르면서 일단 부딪쳐보자는 생각에 주식창을 켰던 게 어느새 7년 전이다. 빨갛고 파란 막대를 쳐다보기만 하면서 그저 내가 산 회사의 주식이 오르기만을 기대하던 그 때. 사실상 투자라기 보다는 그냥 단타성 도박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참 새롭고 재밌는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껏 주식으로 번 것보단 잃은 돈이 더 많다. 얇은 귀를 이곳저곳 팔랑거리며 뜰 거라는 주식을 열심히도 사모았지만 왜 이런 결과가 된 걸까. 돌아보건대, 나에게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과 흥미, 기대만 있었을 뿐 진지하게 탐구하고 분석하려는 태도가 없었던 게 이유였지 싶다. 그 동안 단 한가지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주식투자는 단순히 운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며, 성실한 자만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사람의 일이 그렇지 않은 게 없지만, 그런 단순하지만 명백한 진리가 주식투자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에 한 동안은 굉장히 실망했던 것 같다. 이내 흥미를 잃었고, 사놓았던 주식들은 헐값에 모두 처분했다. 그리고 권태기.
 
주변에 주식투자를 하면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자기만의 원칙이 있다. 투자의 속성에 대한 자기만의 정의가 있다. 손해와 수익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지도 않는다. 그저 때를 기다리면서 경제를 읽고 종목을 분석한다. 주식투자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시중에 나와있는 주식관련 책을 많이도 봤지만, 아직도 주식투자를 하면서 갈피를 못 잡는 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익을 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백퍼센트 필승 주식투자법이나 그래프 분석법과 같은 기술을 배우려했던 태도의 문제는 아니었을까. 나만의 투자철학은 언제쯤 생기는 것이며, 경제를 분석하는 통찰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런 답답함을 이 책으로 어느정도는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챌린지를 신청하게 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나 시대가 변했어도 여전히 삶을 관통하는 무언가, 그것이 사람들이 고전에 열광하는 이유일테니까.
이 책은 벤저민 그레이엄이 했던 강의 자료를 선별하여 큰 편집없이 모아두었다. 묶일 수 있는 주제들을 모아 총 6개의 부로 나뉘어 있다. 첫인상을 말하자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나의 지식이 많이 얕은 탓이겠지만, 미국의 경제사와 주식종목에 관한 이야기들은 약간의 검색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그걸 감안하면서 책을 완독할 충분한 흥미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다시 아래에 옮겨 본다.



과연 미국기업은 청산가치보다도 못한 것일까.
- 기업과 기업의 경영진과 주주의 책임은 무엇인가? 무엇이 적절한 해결책인가? 주주들은 그 기업의 지분소유자인가 아니면 '봉'인가?
-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600여 제조업체 중 거의 3분의 1인 200개가 넘는 기업이 순당좌자산가치보다 싸게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중 50개 정도는 현금과 유과증권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렸다.
- 첫째, 좋은 주식은 좋은 투자다. 둘째, 가치는 수익력에 의존한다. 이 두 가지 정설 또는 완벽해 보이는 생각은 광적인 투자신조로 변질되고 이용되었다. 모든 투자자들이 투기자로 변하고, 상업대출과 월스트리트 대출의 상대적 중요성을 역전시키고, 완전히 비합리적인 가치평가기준과 뒤죽박죽인 회계관행을 양산했다. 우리가 처한 모순투성이의 불황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 시장가격과 유동자산의 차이는 대부분 최근의 유상증자로 인해 주주들이 기업에 쏟아부은 막대한 신규 현금에 기인한다.…… 과거의 투자자들이 장부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그 자산이 벌어들일 이익은 지나치게 간과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것은 일시적이면서 때로는 신뢰할 수 없는 '보고된 이익'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증권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어온 것, 즉 회사 운전자본의 규모를 완전히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주식들이 유동자산가치 이하로 팔리는 세 번째 이유는 미래의 영업손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많은 독자들은 이것이야말로 현재 저평가된 시장가격의 암묵적 요인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 주주들은 대차대조표 보는 법을 아예 잊어버린 게 분명하다. 자신들이 주식시세의 주인일 뿐만 아니라 그 '회사의 주인'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이제는 주주들도 일일 증시보고서에서 눈을 돌려 자신이 기업의 주인이며 기업은 주주들의 이익과 즐거움을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을 기억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 돈 많은 기업을 가진 주인들이 가난한 현실은 다분히 기형적이다. 기업들은 현금더미 위에서 구르고 잇는데 그 기업의 주인들은 금전적 압박을 받고 있다. 주주들은 절망과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는데 기업의 재무담당자는 편안히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 막대한 현금과 신용자산을 가진 전형적인 기업을 보자. 그리고 이 기업을 소유하려고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은 사람들이 정작 회사 현금가치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가지 이상은 현금화하거나 대출할 수 없는 점을 생각해보자. 이것이 바로 호황기에 주주들이 자기 회사에 필요 이상 관대했던 결과이자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필요 이상 인색했던 결과다.
- 필자는 공개시장 매수를 기업 내 현금을 주주들에게 반환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비례적인 주식소각은 매도하는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 사이에 어떠한 이해갈등도 없다. 경영자 입장에서 부당한 책략적 판단으로 인해 실수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해 주주들은 우선 잉여현금의 존재 여부를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 회사의 대차대조표를 적어도 한 번 이상 살펴봐야 할 것이다.
- 현재 기업과 주주 사이에 불균형을 가져오는 또 다른 측면은 청산가능성에 대한 문제다. 시장이 미래의 영업손실이 현금을 고갈시킬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많은 주식들이 현금가치 이하로도 팔리고 있다.
- 중대한 문제에 직면했을 경우에 투자대중의 고질적인 무기력은 해로운 기업경영원칙 두 가지를 받아들임으로써 더욱 악화된다. 첫째는 경영자들이 증권의 시장가격에 관심도 없고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외부 주주들은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주주들의 견해는 경영자가 후원하지 않는 한 고려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 결론은, 기업청산이란 주주들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업청산 여부는 독립적인 판단과 이해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청산에 영향을 미치는 주도권과 영향력은 이사회가 아니라 주주에게서 나와야 한다. 

자본주의의 윤리
- 국가정책 면에서 "좋은 윤리가 좋은 경제학이다." 기업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 기업가는 사회가 원하는 상품을 생산하고, 그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그 가격으로 사회에 공급하고자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기업의 옹호자'인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에 유익하지 않으면 그 어떤 정책도 기업에 유익하기 어렵다."

새로운 투기현상에 대한 우려
- 사실 경제학, 투자론, 증권분석을 다른 실용학문들과 구별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과거 현상이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지침으로써 유효한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과거의 교훈을 분석하고 이해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에 대해 반성할 권리가 있다
- 주식에서 과거와 현재 투기요소의 차이를 구분하면, 우리는 그것을 색다르지만 편리한 두 단어, 즉 내생과 외생으로 특정지을 수 있다.
- 우리는 무형요소의 가치평가에서 나타나는 지금과 옛날의 중대한 차이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수익성이 높은 회사의 경우에 요즘 사람들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것은 유망한 기업의 전통적인, 그러나 협의인 '영업권'이 아니라 '미래의 이익증가'에 대한 탁월한 '예상'이다.
- 44년에 걸친 월스트리트 경험과 연구를 통틀어 나는 주식의 가치평가나 이와 관련된 투자전략에 대해 신뢰할 만한 '계산'을 본 적이 없다. 만약 고등수학이나 고등대수가 등장하면, 여러분은 그 분석가가 경험을 이론으로 대체하고 투자를 빙자한 투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경고신호로 간주해도 된다.
- 오히려 오늘날의 투자자는 미래를 예상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미리' 너무 지불하고 있다.
- 파에톤이 태양의 수레를 몰아보겠다고 간청할 때 아버지 아폴론은 초보자 아들에게 몇 가지 충고를 해주었다.…… 가운데 길이 가장 안전하다. 이 원칙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에게 모두 유효하다.

증시의 경고: 전방위험!
- 만약 과거 경험이 오늘날의 투자자를 도울 수 없다면, 논리적으로 '주식투자'라는 것은 없으며 주식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모두 스스로 '투기자'라고 고백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 투자자에게 주요한 이슈는 이것이다. 우리가 강세장에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종류의 장세에 있는가? 만약 강세장이라면 용어 자체가 전제하는 양세장이 언젠가는 뒤따를 것이다.
- 현재의 강세장은 과거 강세장의 과열국면을 반복하고 있으며, 그에 상응하는 심각한 대가를 치러야 할 운명이다. … "과거 경험을 현재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적절하며 얼마나 유용한가?"
- 기업에 대한 낙관주의는 틀림없이 주식시장에 대한 현재의 낙관주의를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 낙관주의와 확신은 항상 강세장을 수반했다.… 과거의 강세장이 붕괴되었을 때 낙관주의와 확신은 회의주의와 불신으로 대체되어 버렸다.
- 대부분의 투자자문가들이 주식가치에 대한 평가기준과 자신의 견해를 주식가격에서 얻는다는 것을 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평가기준이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 가격이 평가기준을 결정한다.  



초반은 1920~30년대의 경제상황과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성향을 분석하면서 시작한다. 그 때의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시대와 나라가 달라서 지금의 상황에 적용하기 적절치는 않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의 주식시장과 투자자들의 투자성향, 투자 유행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또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벤저민 그레이엄의 그 당시 미국 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느꼈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발생하며, 현재의 선택은 미래를 좌우한다. 과거의 최선이 현재의 최선은 아닐 수 있다. 최선은 현상과 상황 속에서 의미를 갖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현상을 보고,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투자와 투기는 다르다. 통찰이 없는 투자는 투기에 불과하다. 가치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은 오랜 기간의 작업이며, 그 기업의 역사가 가치를 말해준다. 투자자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검토된 최선의 원칙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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