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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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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솔닛이 전달하려는 바를 옮긴이가 굉장히 잘 요약 해놓아 옮긴이의 말 인용문으로 리뷰를 대체한다.

p.233
솔닛은 미국에서 9초마다 한명씩 여성이 폭력을 당하고 여성의 3분의 1이 성폭력을 경험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수많은 강간이 실제로 저질러져서 여성은 일상적으로 두려워하며 살아가는데도 많은 남성은 `모든 남자가 강간범은 아니다`라며 각각의 사건을 예외로 간주하려 든다. 수많은 여성이 남성 파트너의 손에 죽고 그 역은 비교할 수조차 없이 작은 규모인데도 사람들은 젠더를 쏙 빼고 다른 요인으로만 문제를 설명하려 든다. 여성의 증언에 법적 효력이 없는 일부 이슬람 국가까지 갈 것도 없다. 그보다 훨씬 사소한 문제에서도 젠더의 권력 차이로 인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가해자가 된 남성을 비난하는 대신 피해자 여성을 나무라는 말, 도리어 가해자의 입장을 헤아리라는 오지랖 넓은 충고가 차고 넘친다.
솔닛은 여성에 대한 이런 폭력, 혐오, 폄훼는 낱낱이 떨어진 사건들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것은 광범위한 사회문화적 맥락이 배태한 현상의 여러 표출 형태이다. 게다가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를 용인하는 태도는 모든 차원에서 작동하며 자칫하면 더 나쁜 방향으로 미끄러지기 쉬운 연속된 경사로에 놓여 있으므로, 강간은 나쁘지만 맨스플레인은 웃고 넘어가도 좋은 일이 아니냐고 태평하게만 말할 순 없다. 여성의 입을 다물게 하고 세상에서 여성의 존재를 지우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양자가 같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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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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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선생님
너무도 편협했던 생각들이 하나씩 깨져갔습니다.
사람 그리고 관계
그 가르침들 오래도록 되새기며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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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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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정적으로 힘든 독서경험은 처음이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참함에 눈물짓고
반인륜적인 구조적 대량학살에 분노하며
1분 1초가 시급한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돈 몇푼을 기부하는 일 뿐임에 무기력해졌다.
저자의 문장을 빌어 소심하게나마 소망을 드러내 본다.

p.15
기아 희생자들과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단지 출생의 우연뿐이다. 기아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기아는 인간이 종식시킬 수 있다. 우리들 각자가 어디에 살든 각자 자기 나라 정부가 기아로 인한 대량 학살을 멈출 수 있게 근본적인 개혁을 실시하도록 분연히 일어나서 행동하자.

p.183-186
`세계 기아행동` 이라는 프랑스 비정부단체는 ˝식량에 대한 접근이 지불능력에 달려 있기에 가난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배불리 먹을 수 없다˝고 선언한다. 돈이 있는 자는 먹을 것을 얻고, 없는 자는 굼주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되는 정글 자본주의다. 세계경제는 식량 생산, 판매, 무역, 식량 소비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기아에 관한 한 시장의 자율성을 맹신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못해 죄악이다. 우리는 기아와 투쟁해야 한다. 기아문제를 시장의 자유로운 게임에만 방치할 수 없다.
이에 세계경제의 모든 메커니즘은 한 가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한 가지 대전제는 바로 기아는 극복되어야 하며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은 충분한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구조를 갖추고 규범과 협약을 마련해야 한다.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 에서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라고 썼다. 시장의 완전한 자유는 억압과 착취와 죽음을 의미한다. 법칙은 사회정의를 보장한다. 세계시장은 규범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것은 민중의 집단적인 의지를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
이 시대의 급박한 과제는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것은 경제의 유일한 견인차는 이윤지상주의라는 입장과 신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면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시카고의 곡물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하고, 협의 등을 거쳐 제3세계에 대한 식량 공급로가 확보되어야 하며, 서구 정치가들을 눈멀게 만드는 어리석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폐지되어야 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하지만 과연 서로의 동료로서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고 급진적인 연대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은 현실적일까? 그것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역사는 그런 질적 도약을 알고 있다. 국가의 성립도 그에 대한 한 예다. 먼 과거에 인간들은 가족, 씨족, 그리고 한 마을 사람들끼리만 연대감을 느끼고 자기자신과 동일시하였다. 연대감은 신체적으로 가까이 있는 친한 사람들에게만 제한되었다. 그러다가 국가가 성립되면서 인간은 처음으로 알지 못하는, 평생 알 일이 없을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민족 정체성, 공동체 의식, 공공시설, 그리고 모두에게 구속력을 발휘하는 법이 탄생하였다.
이제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인간적인 지구를 만들기 위해 한 걸음만 더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이를 위해 맬서스의 생각 같은 선입견이 없어져야 한다. 이 책은 그것에 기여하고자 쓰였다.
동일성은 다른 사람과의 진짜, 혹은 상상 속 만남, 단결행위 등 한마디로 서로 공유하는 의식에서 생겨난다.
˝잘못된 것 안에 올바른 삶은 없다˝라고 했던 아도르노의 말마따나 고통으로 가득 찬 세계에 행복의 영토는 없다. 우리는 인류의 6분의 1을 파멸로 몰아넣고는 세계질서에 동의할 수 없다. 이 지구에서 속히 배고픔이 사라지지 않으면 누가 인간성, 인정을 말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 인류로부터 배제되고 남모르게 파멸해가는 이런 ˝고통스러운 분파˝(파블로 네루다)는 다시 인류 속으로 편입되어야 한다.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를 누리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기 전에는 지상에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는 한 인간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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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
자비의 체험을 하기 위해 필요한 첫걸음이자 유일한 걸음은 자신이 자비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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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마우리시오 라부페티 지음, 박채연 옮김 / 부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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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
내가 볼 수 없는 미래가 불안해서 나는 그것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다. 그래서 어쩌면 오늘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생명을 구하는 일일 것이다.

p.40
권력이 있음에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p.50
가난하다고 나를 묘사했는데, 가난에 대한 나의 정의는 세네카의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필요한 것이 많은 사람들이다. 많이 필요하면 만족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절제할 줄 아는 것이지, 가난한 것이 아니다. 나는 수수한 사람이다.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다. 물질적인 것에 얽매여 있지 않다. 왜? 시간을 더 갖기 위해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을 더 갖기 위해서. 자유는 삶을 살아갈 시간이 있는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무소유의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다. 나는 가난하지 않다.

p.65
소박함은 그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정치적으로 보상을 받는다.

p.66
우리는 일해야 한다.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문명을 지탱해야 하니까. 이렇게 악순환이 지속된다.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이며, 이제는 다른 문화를 위해 투쟁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 준다.

p.175
자유는 위험을 동반하며 그것을 믿는 사람은 모든 분야에서 그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p.217
우리는 단지 결과를 고치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없습니다. 지나친 소비문화를, 쓰고 버리는 문명을, 깊이 그 원인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내버리고 있는 시간이, 무익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낭비하는 인생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기적이고, 우리가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며, 삶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생각해 보세요.

p.228
성숙한 나라들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 대부분 사람들이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시장은 매우 성숙했다. 거기서 소비를 다시 일으키려면 두 가지 대안이 있다. 하나는 혁신으로, 욕망을 창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마케팅으로, 새로운 버전을 만들기 위해 제품의 심리적 퇴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p.232
사실 나는 소비라는 말을 아끼고 싶다. 왜냐하면 소비라는 말은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없이 삶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반대하는 것은 낭비다. 에너지를 낭비하고, 인간의 노력을 낭비하고, 삶을 위한 시간을 남겨 두지 않는 것 말이다. 나는 검소함이라는 단어를 되찾고 싶다. 검소함은 필요한 것을 소비하지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서 쓰고, 자꾸 새 것으로 바꾸지 말고 오래 쓰는 것, 적게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p.301
다양성을 인정할 때만 이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세계의 다양성, 상호존중, 존엄, 관용을 이해할 때, 그리고 그 누구도 약한 사람들을 짓밝을 만큼 위대하고 강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이해할 때 비로소 이 세계와 그 미래가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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