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지혜로운 스승에게 오랫동안 가르침을 받아온 두 제자가 있었다. 어느 날 스승이 말했다. "제자들아, 너희들은 이제 세상에 나갈 때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빛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면, 너희들의 인생은 복될 것이다."

  제자들은 아쉬움과 흥분이 뒤섞인 채 스승을 떠나 각자의 길로 갔다. 여러 해가 지난 후 그들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를 다시 만난 것에 행복해했고, 상대방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들으려는 기대감으로 들떴다. 

  첫 번째 제자가 두 번째 제자에게 시무룩하게 말했다. 

  "나는 세상에 있는 많은 빛나는 것들을 보는 법을 배웠지. 하지만 여전히 불행하네. 슬프고 실망스러운 것들 역시 많이 보았기에 스승님의 충고를 따를 수 없다고 느낀다네. 아마 나는 결코 행복과 즐거움으로 충만해질 수가 없을 것 같으이. 솔직히 말해서 모든 것들이 빛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야. 

  두 번째 제자는 행복감에 반짝이며 첫 번째 제자에게 말했다. 

  "모든 것들이 빛나는 건 아니라네. 하지만 더없이 빛나는 것들은 존재하지."


♣ 모든 것은 빛난다 - 휴버트 드레이퍼스, 숀 켈리 :p379 에필로그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옛날옛날 예~엣날에 문을 닫은? [문학동네 팟캐스트] 그 중에서도 신형철 문학 평론가님의 첫 방송을 다시 들어 보았습니다. 억지로 꾸미지 않은 차분한 신형철의 목소리가 추억을 불러오더군요. 그 무렵엔 어찌나? 문학동네 팟캐스트를 듣고 또 들었었는지.. 흐흐.   



그나저나 모든 것은 빛난다. 책 제목도 너무 빛나고! 신형철님이 낭독해준 대목도 너무 맘에 들어서 저는 책도 진작 구매를 했었는데요, 

되게 오래전 일이라 사 놓고 까맣게 잊고만 있었는데, 책 찾으러 서재들어갔다가 알록달록 포스트잇 붙어있는거 보고 살짝 웃었어요. 전혀 안 읽은 줄 알았는데 60 쪽 정도는 읽었었나봐요 ㅋㅋㅋ  그 뒤로는 완전 새책 이지만;; ㅋㅋ 



챠르르~ 넘겨보다가 

"소설이란 도대체 망할 놈의 인간이 무엇인지에 관한 글"이기 때문에, 좋은 글쓰기는 독자가 "내면에서 덜 외롭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이 구절 읽다가는 깜짝 놀랐다. ㅋㅋ 정말 속 시원해지고 맞는말 같아. 나도 모르게 옳소!!! 박수를.. 



탄광의 카나리아 


데이비드 포스터 윌러스는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작가였고, 아마도 가장 위대한 정신일 것이다. 그는 장대하고 야심찬 소년들과 단편들, 에세이들을 썼는데, 이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의미있게 사는 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데 바친 것들이었다. 월러스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소설이란 도대체 망할 놈의 인간이 무엇인지에 관한 글"이기 때문에, 좋은 글쓰기는 독자가 "내면에서 덜 외롭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는 2008년 9월 12일 목을 매 죽었다. 그의 나이 46세였다. 

  윌러스의 자살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아마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수십년간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그는 거의 20년 동안이나 항우울제인 나드딜 처방을 받아왔으며, 여러 차례 전기충격요법도 받았다. 심지어 수개월 간 14번이나 전기충격요법을 받아서 거의 죽을 뻔했던 경우까지 있었다. (...) 

♣ 모든것은 빛난다 - 휴버트 드레이퍼스 & 숀 켈리 :p51 

 


말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말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말했고 말하지 않았는지를 되묻고, 다시 그 물음에 관해 묻다가 다른 관점을 가지고 그리로 되돌아가고, 그것을 규정짓다가 다시 규정짓지 않고 기타 등등등 무함에 이르도록 미주에 각주를 달고 각주에 미주를 단다. 아마 결론은 내려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해결된 것이 아니다. 

♣ 모든것은 빛난다 - 휴버트 드레이퍼스 & 숀 켈리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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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2-0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형철님이 진행하던 팟캐스트를 통해서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고 번역자 분과의 만남의 자리까지 찾아갔던 추억이 문득 떠올랐네요. ㅎㅎ
간만에 예전에 듣도 팟캐스트 저도 들어봐야겠습니다. ^^

꽃핑키 2019-02-02 04:48   좋아요 0 | URL
앗, ^^ 설해목님도 그러셨군요? 뜻밖에 추억공유~!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