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의 유령들 -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황여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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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속을 뻔했다.

검색을 하려다 참았는데 그 이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였다.

심사평을 읽다보니 안찾아본 일이 왠지 이긴 기분이 된다.

거짓과 진실의 혼재.

문학에서 마주치는 실제같은 거짓들은 간혹 불쾌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속아서가 아니라 실망해서?

아무튼 약간의 승리감에 도취되어 리뷰를 쓰자니 방금 읽고 되새김질 하며 이 작품을 생각하는 기분이 묘하다.

연애물인가? 역사물인가? 존재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 했나?

모든 요소들이 삐뚜름하게 꼿혀있는 것 같았다.

제대로 각을 맞춰 세워두었다면 매력이 반감 되었을 것만 같다.

그 모습은 뭔가 그 사람의 전부를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한데 그게 뭔지는 끝내 모르겠더군요.(p.57)

아마 이야기 속 이 대사가 독서 후 느끼는 내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부를 말했는데, 왜 모르겠는 기분일까.

잔을 부딪친 뒤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빈 잔을 내려놓는데 문득 뭔가가 함께 풀썩 내려앉는 기분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눈이 뜨거워졌다.(p. 105)

아마 이런 기분.

그렇지만 즐거운 독서였어. 추천한다.

당신의 등을 한참 보고 있자니 누군가의 등을 이토록 한참 본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등이라는 건 보고 있으면 그저 한참 보게 되는구나. 생각했다. - 72

저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저들에게 끝없는 빛을 주소서. 소주 두 병을 모두 비운 뒤 입당송을 좀더 들었다.
어째서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해서는 노래하지 않는가.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결론은 금방 내려졌다.
레퀴엠이니까.
하지남.
노래의 주인은 노래를 듣지 못한다. 노래를 듣는 자는 노래의 조인이 아니다. 노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 93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이름을 지어준다는 건 아주 멋진 일 같았다. 무엇보다 이름이란 용기를 내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이 좋았다. 자신의 이름이 그저 우연히 생긴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어딘가 뭉클했다. - 146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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