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
나혜석 지음 / 가갸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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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혜석의 여행 일지.

지금 돌아보면 촌스럽고 정보 나열에 불과한 그 시절의 여행기지만

조금 감상적으로 읽게 되는 것은 저자가 나혜석이기 때문이다.

화가로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자신을 찾아 나가던 모습의 한 귀퉁이를 볼 수 있는 일지.

때문인지 남은 문장들은 여행과는 그다지 관계 없는 것들이 많았다.

+ 나혜석의 그림은 보아서 좋긴 한데 어두운 흑백으로 된 인쇄는 차라리 없는게 나을까 싶기도 하다.

내게 늘 불안을 주는 네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나. 둘째, 남녀 사이는 어떻게 살아야 평화스럽게 살까. 셋째, 여자의 지위는 어떠한 것인가. 넷째, 그림의 요점은 무엇인가. 이것은 실로 알기 어려운 문제다. - 7

부녀의 의복은 자기 손으로도 해 입지만, 그보다도 상점에 가서 많이 사서 입는다. 겨울에는 여름옷에 외투만 걸치면 그만이다. 여름이면 다림질, 겨울이면 다듬이질로 일생을 허비하는 조선 여성이 불쌍하다. - 22

이왕 전하와 각국 대신의 연회석상에도 참가해 보고, 혁명가도 찾아보고, 여성 참정권론자도 만나보았다. 프랑스 가정의 가족도 되어보았다. 그 기분은 여성이요, 학생이요, 처녀로서였다. 실상 조선 여성으로서는 누리지 못할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장애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 87

나혜석 : 깃발에는 뭐라고 쓰여 있었나요?
s : 여성의 독립을 위해 싸우자,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자 였습니다.
나 : 물론 많이 잡혔겠지요?
s : 잡히고 말고요. 모조리 잡혀 들어가서 금식 동맹을 하고 야단났었지요.
나 : 회원의 표지는 어떤 것이 있나요?
s : 있지요. ‘여성에게 투표를’이라고 쓴 배지를 모자에 달고, 띠를 두르지요. 이것이 그때 두른 것입니다.
부인은 노란색 글자가 쓰여 있는 다 낡은 남빛 띠를 보여주었다.
나 : 이것 나 주십시오.
s : 무엇하시게요?
나: 내가 조선 여권운동의 시조가 될지 압니까? -169

가자, 파리로. 살러 가지 말고 죽으러 가자. 나를 죽인 곳은 파리다. 나를 정말 여성으로 만들어준 곳도 파리다. 나는 파리 가서 죽으련다. 찾을 것도, 만날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돌아올 것도 없다. 영구히 가자. 과거와 현재가 텅 빈 나는 미래로 나가자...... 4남매 아이들아, 에미를 원망치 말고 사회제도와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네 에미는 과도기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 자였더니라. - 227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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