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피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허명수 옮김 / IVP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작품의 분위기는 익히 알던 플래너리 오코너의 스타일인데, 뭔가 정신없는 전개와 들쭉 날쭉한 캐릭터의 등장 퇴장은 아무래도 여러 편의 단편을 묶어 낸 것이라 생기는 작은 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탓인지 모르겠지만, 좀 처럼 이미지가 잡히지 않아서 조금 시간을 들여 읽었다.

내용도 그렇거니와 작가의 배경에서도 종교라는 요소를 간과할 수는 없을 텐데, 그래도 딱 짚어 말할 수 없는 거부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원죄가 어떻고, 고행이 어떻고, 사기꾼과 협잡이 판을 치고, 정의로워야 할 사람들이 부도덕한 부조리한 이 가상의 동네가 플래너리 오코너의 의도대로(이 지점도 잘 모르겠다) 개신교를 풍자했든 어쨌든 말이다.

당신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한가지밖에 없어요. 결혼하는 것 말이에요. 다른 보통의 조건이라면 하려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맹인이면서 아픈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요. 생각 안 했을 거예요. 우리 서로 돕지 않으면, 모츠 씨,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없어요. 아무도요. 이 세상은 공허한 곳이잖아요. - 249

사실 이 세상은 공허한 곳이라는 저 진실 하나를 말하는(그래서 마음에 들었던) 저 문단에서도 화자인 집주인 여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헷갈렸다. 아무래도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을것 같다. 번역이 문제일까? 신앙의 부재가 문제일까?

201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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