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자기 자신을 계속 의심하고, 남성의 판단과 조언에 의존하게 되고, 스스로 인간관계와 활동범위를 줄이고, 답답하고 찜찜함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여성들은 그것이 타자에 의해 조정되는 단계인 것을 차마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조남주의 현남오빠에게에서는 이런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여성의 이야기가 편지 형식으로 담겨 있는데, 그녀가 한 발 한 발, 아니 한 마디 한 마디 보탤 때마다 어쩌면 통쾌한 기분까지 들게 된다는 것은,

나 자신도 이런 경험을 무척 여러번 겪어왔기 때문이다.

한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한 경험, 애정을 빙자해 나는 가두려고 하고 제한했다는 점, 그렇게 나는 무능하고 소심한 인간으로 만들었다는 점(p.38)이 정확하게 그러했다.


최은영의 당신의 평화에서는 딸에게 지워지는 가부장제의 등짐에 대해 얘기한다.

가족이라서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거라고들 말하지만, 여자로서 엄마를 이해하는 일, 여자라서 가족이 평온하게 유지되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일, 선택지가 놓일 경우 나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딸의 입장 같은것... 그것들이 많이 생각났다.

김이설의 경년을 읽으면서 가해자의 입장에 놓인 아들을 키우는 엄마라는 상황이 주는 불편함을 마주했다. 실제로 주변의 많은 엄마들이 딸을 키우는 입장과 아들을 키우는 입장이라는 온전히 자신의 무엇 때문이 아닌 일로 마음을 쓰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공감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 듣고보게 된다. 이 지점에서 얼마전 페미니스트 선생님 논란(? 논란이라니.... 그것 조차 웃픈일이지만)도 자연스레 연결되고, 도저히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는지 생각한다.

조남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최근 몇 년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작가들의 소설이 반갑다고 덧붙인다.
이런 기획 매우 지지 한다고도 덧붙인다.


여자로 사는 일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다고, 별일 아니라고, 원래 그렇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 자주 의심합니다. 저는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을 믿지 않지만 또 절대 불가능한 결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조남주, 작가의 말 중.

“자고 가기로 했잖아.” 유진의 아빠가 말했다. “엄마랑 좀 그만 싸워라. 설거지하는 게 뭐 그렇게 힘든 일이라고 여자들끼리 신경전 벌이고 그래. 서로서로 양보하고 그래야 가정이 평화롭지.”
“아...... 평화요.”
유진은 구두에 발을 꿰고 집을 나섰다. - 70. 당신의 평화 중.

딸아이를 품에 안고 있자니, 아들아이가 만난 여자애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도 생리를할 텐데, 걔들도 처음엔 무섭고 떨렸겠지. 누군가 그 아이들을 안아주면서 괜찮다고, 너희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으면.
“엄마, 엄마도 울어? 왜 울어. 나 안울게, 울지 마.”
네가 여자여서, 세상의 온갖 부당함과 불편함을 이제 얼린 너와도 나눠 갖게 된 것이 서글프기 때문이라는 걸 말할 수는 없었다. - 119. 김이설, 경년 중.


2017.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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