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적의 친구 - 파리, 내가 만난 스물네 명의 파리지앵 걸어본다 8
김이듬 지음, 위성환 사진 / 난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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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새벽 네시. 이제는 쌀쌀한 바람이 온 집안에 열어둔 창을 통해 불어들어오는 와중에 그 차가운 공기덕에 폭발한 알러지로 훌쩍거리며.

대체 하루에 몇 번까지 알러지약을 먹어도 되는지, 약 복용설명서를 읽어 보면 해결될 것을, 아니 하다 못해 검색한번 해보면 될 것을, 구지 그러지 않기로 하고 궁금해하기만 하면서....

이 책을 펼쳐 들었는데 시작부터 딱 마음에 든다. 뭔가 왔음.

모든 국적의 친구라니 멋지잖아.

내가 아는 친구를 싸그리 모아봐야 조국을 제외하고는 4개국의 친구 정도. 그나마도 지속적인 연락같은 건 없는...

그래서 이 기획이 좀 멋지다고 생각했다. 기대보다는 상당히 일회성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시인 이상의 수학적 언어를 이해하고 단박에 반했다는 프랑스 수학자, 전두환과 사르코지를 싫어하는 문학박사, 일상에서 더 뻣뻣한 느낌이 든다는 콘트라베이시스트, 예술은 직업이 아닌 생활 스타일이며, 하루 종일 시인으로 살면 그 사람이 시인이라는 프로듀서...

멋진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새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럼 삶의 태도를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확신도. 멋지다.

여기에 실린 모든 인터뷰가 좋았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짧은 인터뷰에서도 생겨났다.
그러나 인터뷰를 마친 그 날 밤 써내려간듯 한 김이듬 시인의 시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시의 비밀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시를 읽은 기분이 들었다.

홀린듯 순식간에 책을 읽고 마지막 인터뷰를 읽을 무렵, 결국 찬공기에 건조해진 비강 점막에 탈이 났다.
콧물이 흐르는 줄 알고 급히 휴지를 뽑아 코를 풀었는데, 시뻘건 피다.
더운건 싫지만, 건조하지 않은 여름이 살짝 아쉽다.

그리고 좀 다른 얘긴데, 분명 출간 직후 새 책을 구입했는데, 책이 군데군데 왜이리 더럽나.....ㅡ.ㅡ 싫다. 이 책에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장미 노래는 많다
나는 가시를 노래하고 싶다 - Olav H. Hauge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 이방인들, 버림받은 아이들...... 나는 이들이 지닌 심장을 나도 지녔다고 느낀다. 나의 유년에 불어닥쳤던 어려움이, 부모로 말미암은 시련이 나로 하여금 다른 데로 떠밀려간 이들을 향한 천진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가능케 한 것 같다. 나의 시라는 엉망진창이고 보잘것 없는 국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내 목숨과 같은 시의 나라에 나는 내 모국어로 이들을 초대하고 환대하여 살게 한다. 나는 나 자신이 사라져도 괜찮다고 여기며 쓴다. - 프롤로그 중

오늘은 시청 앞에서 만나 마레 지구를 함께 걷기로 했다. 우리는 광장벤치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고, 센 강가를 걸으며 시체처럼 꼼짝하지 않고 누운사람도 보았다. 의미없고 아름다운 문장을 생각했지만 나는 받아적거나 녹음하는 일에 더 치중해야 했다. - 35

조금 더 있다가 올래? 최상이라고 여겨지는 순간에서 조금만 더
사후에나 경험할 고독처럼 네가 온다면
나도 누구처럼 사랑의 노래를 불러줄게
거짓말일지 모르지만 - 저 나무에 그 많은 새가 중


201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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