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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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리즈 중 검은 방 시리즈.

괴담을 들어주고, 잊어주는, 가끔은 해원을 해주는데 일종의 상담소 같은 곳이고, 시리즈가 점점 구조와 캐릭터 면에서 체계가 잡히고 있다.

에도 시대 뭐 잘은 모르지만, 그 시절의 복색, 음식, 문화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소개가 되어 있어 읽는 맛이 있다.

<미망의 여관>에서는 망자를 멋대로 불러모으고 그래도 된다 여기는 어리석음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이 없지만, 그 시대에도 가졌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연민이 왜 요즘엔 무시되는 경우가 왕왕 있나 생각하게 된다. 예의라는 것은 모든 것이 복잡해지고 정신없어질 수록 중요한 덕목인데...
<식객 히다루가미>에서는 적당한 욕망에 대한 질문이 떠올랐다.
<삼귀>에 등장하는 아랫마을 윗마을로 분리된 고립된 산간마을은 죄책감을 덜고 불필요한 입을 줄이기 위해 서로 살인을 해주고 있다.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면 내가 비교적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아닐까. 처해진 환경에 따라 선택의 범위와 윤리와 비윤리를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 여기에서는 그런 차이와 격차를 생각해 봐야 하는 시대임을 잊으면 안되겠다. 사람답고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그들이 ‘오니’를 마주치며 ‘너는, 나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 고민하는 사람의 대사일 수 있지 않나.

가벼운 기담으로 소비되지만 의외의 묵직한 생각들이 자꾸 떠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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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8년 접어든 세월을 같이 보낸 내 고양이 에코를 보내는 중에 읽었다. 어쩌면 안 어울리는 책일지도 모르지만, 생을 마감하고도 고마움 그리움 같은 감정을 산 자들의 세계에 전하는 이야기는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에코 꿈에 좀 나와 줄래? 그동안 답답했던거 얘기좀 해줘...


-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은 때로 인생의 한 귀퉁이에 스며들어 떨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니 아무래도 많은 사람의 귀에 들어가는 건 곤란하다. 다만 한 번쯤 입밖으로 내어 토해 버리고 싶을 뿐이다. 무덤까지 그대로 가져가기는 괴로우니까. 그 무언가가 비석 밑에 다 들어가지 않을까봐 불안하니까. - 10

- 환상이었다면 어디에선가 불쑥 돌아올 거예요.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을 때까지 어떻게 해도 살아가야만 하니까요. - 215

2019.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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