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죽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49
짐 크레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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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Being dead.

아무도 찾지 않는 해변에서 불의의 습격으로 죽음을 맞이한 동물학자 부부.
그 시신이 모래에 덮이고 파도에 적셔지고 게와 파리의 영양분이 되고 새들에게 피부를 찢기는 과정을 고속촬영한 화면같이 묘사한다.
csi같은 드라마에서 보았던 사체 이미지와 매우 겹쳐지지만, 죽음의 공포나 죽은자에 대한 연민보다는 대자연 속의 평범한 일상으로서의 죽음을 바라보는 경험이다.
부패와 연소에 대한 묘사가 육감적이고 경이롭게 펼쳐진다.
부패한 시신은 온갖 생물들의 삶에 카니발이기 때문에.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혐오와 구토를 일으킬 묘사일지 모르지만, 일단 나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30년전 조지프와 셀리스가 처음 만난 곳, 그 해변은 곧 개발로 인해 사라질 곳이다.
그들에게 그 장소는 아련한 추억의 장소지만, 또한 떠올리기 괴로운 죽음을 환기시키는 장소이기도 한데, 결국 그 해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오묘한 완성같기도 하다.

시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지만, 결정적으로 두사람의 생사가 달라져 있어서 혼란의 여지가 없다.

- 죽음은 부패이고 거름이고 가차없이 썩어가는 거요. 부패, 부패. 당신이 동물에서 식물로 되돌아가면 물론 나는 비탄에 잠기겠지. 그러나 죽어가는 아내여. 슬픔은 이제껏 한번도 삶을 연장해 준 적이 없었소. 죽음의 손길이 닿은 몸에서 단 한번의 숨도 가외로 끌어낸 적이 없었소. - 셔윈 스티븐스 <아내에게 바치는 생물학자의 고별사>

- 그들이 해변에서 사지를 벌리고 널브러진, 그 창피하고 터무니 없는 꼴로 삶을 마감한 순간, 가장 추한 꼴을 보인 순간에 그들을 만나 본 다음, 과거로 되돌아가 그들의 죽음으로부터 되찾는 것이 적당하고 어쩌면 더 친절한 노릇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상륙하듯 여행을 떠났지만, 그들을 출발점으로 다시 데려오는 것은 영원에 대한 한가지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다. 조지프와 셀리스에게 마침내 새벽이 왔다. 시작되는 죽음. 그리고 그들 앞에는 그들의 한살이가 놓여있다. - 12

- 자연을 연구하는 사람은 누구나 폭력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여러분도 동물학자로 성공하고 싶으면 죽음과 친해져야 할 거예요. (...) 여러분은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익숙해지세요! - 47

- 우리가 어떤 철학적 주장을 하든지 간에 인류는 주변적인 존재에 불과해. 동물계의 자연 질서에서 우리 인류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없어도 자연계는 전혀 아쉬워하지 않을거야. 작은 동물들은 우리처럼 자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을 거야. 기억도, 희망도, 양심도,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겠지. 자기가 얼마나 강하고 멋진지도 모를거야. 하지만 이 세상의 인간이 모두 죽고 우리 하수관과 가스 레인지와 디젤 엔진이 모두 화석이 되어도 곤충은 여전히 살아남을 거야. 틀림없어. 번성하고 진화하고 분화하는 곤충은 우리보다 오래 살아 남을 거야. - 96

- 모든 것이 사라지기 위해서 태어났다. 우주는 죽음을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 208

2019.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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