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의 탄생 문학과지성 시인선 414
김선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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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반복이 주는 효과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시들.
고르고 골랐을 시어들이 원래 그 자리에 있기로 약속한 것 처럼...
딱 자기 자리에 있다는 충족.

너무 좋은 시들이다.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인용을 하자면 시집의 반은 옮겨야 할 것 같다.

완전 추천. <어떤 생일> 은 특별히 언급할 만큼 좋다.

- 아는 것과 외운 것 사이에서 주어를 뺀다면
세상은 참, 잠깐 동안 빛나겠죠 - 저녁 숲의 고백 중

- 앙금같은 시간들이 조용히 지나간다 철자법은 멀고 구름은 가깝다 밥그릇에 붙은 밥풀들은 끝내 싹을 틔우지 않았다 콩인지 팥인지 알 수 없었지만 슬프지 않았다 작고 잘 벼린 칼을 가슴에 품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아무 것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 청년기 중

- 우리는 서로 밤마다 멀어졌다 그것이 우리 안에서 우리를 견디는 법 그러나 그것은 어제의 일, 이따금 바람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등을 후빈다 색깔없는 구름들이 우리를 지키고 마른 잎사귀들이 우리를 덮고 우리는 흙이 되고 우리는 서로를 가두고 우리는 우리의 전부가 되고 우리는, 우리는 목 놓아 운다 - 하루의 연보 중

- 종이학처럼,
접힌 면적만큼
희망은 줄어들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평화는
마침표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 점 하나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말이 더 필요할까 - 질량은 보존된다 중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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