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넋 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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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지가 바스라질 것 같은 이야기였다. 읽고나니 기력이 쇠진하고, 무력감에 휩싸이는.

중년의 여성이 겪는 극단적 우울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단편으로 모아 놓으니 힘에 부쳤달까.

정체성에 자신감이 결여되고, 흔들리는 상황과 환경에 놓인 여성들. 반면 그들을 자신과 동일한 선상에 놓고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의지가 있나 싶은 남성들.

이야기 속 그녀들이 삶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들을 다 헤아리기엔 단편은 이야기가 짧다고 느꼈다.

나는 왜 이렇게 실제적이 못 될까(p 12)라며 한숨짓는 명혜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책의 초반에 확 몰려들어 더 그랬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울음을 감추려 하지 않는 아내에게 그는 무언가 위무의 말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내에게는 다정한 말이 필요한 것이다. 그는 소년 같은 수줍음과 약간의 두려움으로 입을 열었으나 아내는 어눌하게 새어 나오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아내는 유언이라도 듣는 시늉으로 그의 입에 바짝 귀를 갖다 대며 안ㅌ깝게 되물었다. 뭐라구요? 뭐라고 하셨어요? - 276. 동경

2018.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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