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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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이다. 공감하려는 마음, 같이 슬퍼 하려는 마음이 제목 그 자체로 드러난다.
이 뜨거운 글을 쓰는 사람이 슬픔의 공부를 더 의미있게 하게끔 하는 사건은 분명 세월호일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매일 매일 생각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니...
이렇게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어쩌다 이 예민한 감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평론가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나. 꽤 오래전인것 같다.

문화와 소설, 시, 정치, 사회에 대한 글들이 묶여 있는 이 산문집은 무척 친근한 감성을 전달한다. 이심전심.
그러나 나는 저자보다 뜨겁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슬픔을 온전하게 공유하기 위한 공부라는 것을 더 진지하게 해야겠다. 외면하는 일이 없게...

이미 읽은 책들에 대한 언급이 많아서 공감이 더욱 쉬운 글이었다.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이기적이기도 싫고 그렇다고 위선적이기도 싫지만, 자주 둘 다가 되고 마는 심장의 비참. 이 비참에 진저리치면서 나는 오늘도 당신의 슬픔을 공부한다. - 28

아름답고 위대한 많은 것들이 덧없이 사라진다. 건물이 사라지고 사람이 사라진다. 전통과 명성이 사라지고, 신념과 우정이 사라진다. 나이를 먹고 보니, 라고 건방을 떨 나이도 아닌데 나는 이 세상 많은 것들의 덧없음을 점점 더 자주 느낀다. 그리고 그 덧없음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 그걸 눈치 챈 어떤 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환멸은 인생 감정 공부의 마지막 단계지. 자네는 이참에 좀 더 성숙해질 모양이군” 그런가. 그렇다면 이 ‘성숙한 환멸’은 앞으로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 64

작가는 어째서 ‘post coitum’을 지우고 ‘animal triste’만 남겨놓았나. 우리가 특정한 순간에만 슬픈 것이 아니라 사실은 대체로 슬프기 때문이 아닌가. 인간은 본래 슬픈 짐승이고 우리는 모두 슬픔의 식민지가 아닌가. 이런 생각에 저항하는 일이, 요즘의 내게는 예전만큼 쉽지가 않다. - 70

소설은 우리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만을 주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소설이 우리에게, 우리가 원하는지조차 몰랐던 것들을 줄수도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 173

2018.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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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9-29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73페이지 인용문 참 좋으네요.

hellas 2018-09-29 20:26   좋아요 0 | URL
네 책읽는 일을 응원하는 힘나는 문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