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문 테이크아웃 10
최진영 지음, 변영근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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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울컥하는 모먼트, 조용한 비애가 드리워진 남겨진 자의 독백.

자의로 생을 끝낸 동생에 대한 이야기인데, 무척 시리게 읽었다. 한 밤중에 읽은 것도 아닌데 감상적이 되어 버리고.

생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당사자가 아니면 그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타인의 왈가왈부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그럼에도 화두를 던져야 하는 일.

친구 은호 캐릭터는 적은 분량 등장했으나 울림이 컸다. 은호의 모습에 훅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은 왜일까.

테이크 아웃 시리즈 중 두번째로 읽었는데, 이 시리즈 이미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 전권 소장각.

강추한다.

<최신우가 살아 있다면>이라는 가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우의 죽음은 단단한 뼈처럼 내 삶에 고정 되어 버렸다. 숱한 판단과 선택 틈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말과 행동과 때로는 구원의 문제에서 나는 늘 신우를 생각하고 신경쓴다. - 17

장례 첫날 밤 교복을 입은 채 달려온 은호는 장례식장 구석에 검은 비닐 봉지처럼 구겨져 앉아서 꼼짝하지 않았다. 장례 둘째 날에 은호 어머니가 찾아와 조문을 하고 은호에게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고 했다. 그 전까지는 울지도 않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영정 사진만 쳐다보던 은호는 집으로 가자는 말을 듣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은호 어머니는 혼자 장례식장을 나서야 했다. - 22

신우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했다. 담임 선생 말로는 희망 직업란에 부자라고 썼다고 한다. 그래서 야단을 쳤고 다시 쓰라고 했더니 이런 꿈이 차라리 낫지 않나요? 되물었다고 한다. 교수가 되겠다, PD가 되겠다, 의사가 되겠다, 그런 걸 꿈으로 가졌다가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면 그땐 어쩔 것이냐고, 근데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면 시험이나 입사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무슨 일이든 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선택의 폭이 아주 넓어지는 거 아니냐고. 선생은 신우에게 직업의식과 사명감과 인생의 참 의미를 말했다고 한다. 신우는 대꾸했다. 어째서 내 꿈을 부정해요? 왜 나쁘게 취급합니까? 어른들도 그렇게 말하잖아요, 부자되세요. 대박 나세요. 그런 말을 좋은 말이라고 하잖아요. 그 말을 전할 때 선생의 표정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모욕을 당한 표정이었다. 모욕감이 주름처럼 얼굴에 남아 고스란히 표정이 된 것 같았다. - 43

난 정말 아는 것도 없으면서 사람들이 죽을까 봐 걱정만 한다. 걱정을 진통제처럼 소비한다. - 64

2018.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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