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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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누가 너를 죽이려고 하는데 넌 알고 있는줄 알았지....라는 변명과 과정에 대한 이야기.

그다지 웃기지 않는 촌극같은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막판에 고어물이 되어 버리는 이야기.

사실 남미문학을 대표하는 마술적 리얼리즘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다,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남성우월주의 “마치스모”가 이전에 남미문학을 접할 때보다 더더욱 불편하기에...

앙헬라 비까리오의 숨겨진 연인으로 지목된 산띠아고 나사르는 변론 한번 못한채 개죽음을 당하는데 끝내 그가 결백한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바야르도 산 로만은 결혼을 원치 않는 사람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팔기를 원치 않는 사람에게서 집을 구매한다. 타인의 삶에 연민이나 이해가 없는 그는 대체 뭐하는 놈인가 싶은데도 모든 것을 잃은 피해자로 그려지고..... 아....ㅡ.ㅡ

대체 어느 부분을 좋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처녀가 아니어서 첫날 밤 소박맞고 비밀의 연인을 밝혀 산띠아고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앙헬라가 그렇게 불행한 모습이 아닌 오히려 더 그녀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분일까.
그러나 자신만이 원하는 그것은 상대에게 채 가닿지도 못하고 되돌아오게 된다는 점. (차라리 그것이 더 낫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자신을 내친 이를 위해 다시 처녀가 되어간다라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설명이다.

죽음을 기대하는 집단 무의식이나, 명예를 위한 살인 같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어쩐지 내게는 조금 핀트가 맞지 않는 이미지로 느껴졌다.
가해와 피해가 불분명한 죽음과 삶이 있고, 죽음도 관계의 단절도 합당하다 여겨지지 않는 우연과 우연들이 모여 연대기가 되었다.

그녀는 명석하고, 오만하고, 자유 의지를 가진 여자가 되었고, 그 사람만을 위해 다시 처녀가 되어 갔으며, 자기 자신의 권위만을 인정했고, 자신이 집요하게 추구하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하려 들지 않았다. -119

“얘, 산띠아고야! 무슨 일이 있었니?”
산띠아고 나사르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들이 나를 죽여 버렸어요, 웨네 아주머니.”
그는 마지막 계단에서 넘어졌지만 즉시 일어섰다. “자기 창자에 묻은 흙을 털어 내는 조심성까지 있더라.” 웨네 프리다 이모할머니가 내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오전 6시 부터 열려 있던 뒷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가서 부엌 바닥에 엎어졌다. - 154

2018.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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