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이 되는 법 - 책벌레 소녀의 인생을 바꾼 11명의 여성 캐릭터들
서맨사 엘리스 지음, 고정아 옮김 / 민음사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아마도 북플의 추천 글을 보고 읽고 싶어진 책이였을 것이다.

제목이 사실 취향이 아니었으나, 여러 텍스트들에 존재하는 히로인들을 재조명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우니까.

솔직히 6장 실비아 플라스까지는 너무 즐거운 독서였는데, 이후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어쩐 일인지 흥미가 뚝 떨어진다.
너무 작가의 넋두리가 된걸까. 전반부랑 딱히 다를 것도 없는데......

소설 속 여성 캐릭터들에게 느끼는 아쉬움은 충분히 공감할 만 하고, 지난 시절 재밌게 읽었던 책을 다시 만났을 때 느껴지는 낯설음과 실망도 충분히 이해된다. 이제껏 그런 소설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동안 남성 주인공으로 점철된 문화 컨텐츠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생각하면, 여성이 주도하는 문학 작품, 텍스트, 영화, 드라마는 앞으로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만들어져도 모자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의 나의 독서, 도서 구입의 패턴을 보면 확연히 전보다는 여성 작가의 이야기를 선호하고 있다. 남성 작가들의 과대한 자의식과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세계관을 목격하면 기분이 참 거지같아 지기 때문이기도 한데, 오래전부터 소장 도서 책장에 꼿혀있는 책들도 사실 다시 읽는다면 퇴출될?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어 섣불리 재독을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러므로, 그렇기 때문에 말미에 수록된 언급된 도서 목록은 그 자체로 근사한 목표로 삼을 만 하다.

어쩌면 약간은 선입견으로 작용했을지 모를 이라크계 유대인이라는 작가의 정체성은 사실 낯설었지만, 읽으면서 충분히 이해했다(우리의 어느 시절과 별반 다를게 없어서). 어쩜 세상의 여성들은 그다지도 비슷한 압박과 관습속에 사는지... 그게 또 먹먹함을 주기도 한다.

그 책들을 다시 읽어 보니 여주인공들 중 일부는 나를 잘못 인도했고, 일부는 부적절해 보이며, 일부는 내가 완전히 오독했고, 일부는 유감스러웠다. 하지만 많은 이들 - 사실 대부분 - 은 다시 만나 반가웠다. 아는 어린 시절에 느꼈던 책 속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다시 발견했다. 내 여주인공들이 내게 혼란이나 실망을 안겨주면, 나는 작가의 일기나 편지, 혹은 전기를 읽으며 그들을 탄생시킨 여자들에게 (그들 대부분이 여자였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들이 왜 자신의 주인공들에게 희망을 쏟았는지, 그리고 왜 끝까지 믿지 않았는지를 살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여주인공들의 명단이 아주 편향되어 있음을 깨달았고, 내가 새로운 주인공을 갈망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11, 들어가는 말

나에게 <작은 아씨들>의 가장 슬픈 장면은 베스가 눈물 속에서 죽는 장면이 아니라, 올컷이 “조가 잉크병의 뚜껑을 닫았다”라고 말할 때다. 정작 올컷은 잉크병을 닫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그녀가 왜 자신의 작가 분신을 만들고는 그 가치를 깍아내렸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 71, 빨간머리 앤(파트지만 작은 아씨들에 대한 이야기)

부끄럽지만 스무 살 때 나는 <전망 좋은 방>을 완전히 잘못 읽었다. 어떻게 보면 모든 독서가 잠정적인 독서고, 우리가 여주인공들을 읽는 것은 당시 우리가 그들에게서 얻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 201, 루시 허니처치

2018.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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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6-03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목의 여러 키워드에 낚여서 샀어요.,,

hellas 2018-06-03 10:16   좋아요 1 | URL
사실 책의 후반부는 너무 지루해서 왜 갑자기 이렇게 재미가 없지? 하고 놀라버렸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