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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게 일합니다 -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7가지 정리 습관
곤도 마리에.스콧 소넨샤인 지음, 이미정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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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북의 신간, 곤도 마리에와 스콧 소넨샤인의 '짧고 굵게 일합니다'. 정리에 한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정리 습관이 담겨 있는 책이다. 흰색 바탕에 굵고 명확한 폰트의 디자인은 정리법을 다룬 책답게 깔끔한 느낌을 준다. 방학을 한 이후로 내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나에게 주어졌다. 준비했던 것에서 떨어진 이후로, 이번 방학은 적당히 쉬고 2학기를 위한 숨 고르기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나조차 당황할 만큼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정돈되지 못한 일상이 갑갑하고 버거웠는데, 때마침 정리 정돈과 관련된 책을 읽게 되어 무척 반갑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총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상생활에서의 정리와 회사에서의 정리, 더 나아가 인간관계와 시간, 디지털 데이터 등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정리에 관련한 내용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회사의 업무나 회의 또는 팀과 관련된 정리는 아직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은 터라 크게 공감이 가진 않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현재의 나에게 꼭 필요한 부분들이 많이 있어 계속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 특히 디지털 데이터 부분은 스마트폰에 집중력을 도둑맞고 있는 생활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었다. 이 부분을 읽은 이후 스크린 타임이 현저히 줄었다(!). 이상적인 담론만을 펼쳐놓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담겨 있는 실용적인 책이라 더더 좋았던 '짧고 굵게 일합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뒤죽박죽 엉켜 있는 일과 삶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에서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다는 점이다. 무엇이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지, 생활을 되돌아봄으로써 낭비한 시간과 관계를 되풀이하지 않게 되었다. 중요한 것에 더욱 집중하는 삶의 방법을 찾은 것이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요청을 거절한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니 알맹이 없는 관계를 과감히 끊어내고 의미 있는 관계에 집중하라. 이를 통해 복잡한 삶이 단순해지고 가장 중요한 일에 몰입할 수 있다. 지금 당신이 선택해야 할 것은 '필요한 만큼 의미 있는 관계'다."

-7장, 양보다 '질'이 필요한 순간-


살아갈수록 의미 없는 관계, 얕은 관계가 많아지고 그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지속해나갈지 고민이 많은 나에겐 7장에서 설명하는 관계 정리법도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깊은 인간관계를 지향하나 어쩔 수 없이 맺게 되는 관계들은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또 그러한 관계가 너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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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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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의 <예술하는 습관>은 전체적으로 연분홍색의 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책이다. 중앙에는 시계를 형상화한 커피 그림과 사람의 실루엣이 시간마다 담겨있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표지를 보면서 이 글의 핵심을 아주 잘 간파하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왜냐하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리듬에 맞춰서 시간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커피를 마시며 피로를 떨치고 원동력을 찾는다고들 한다. 공감 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도 그중 한 사람이라 예술가들의 삶 속에 등장한느 커피가 무척 반가웠다. 그래서 표지의 커피 일러스트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이자 에디터인 메이슨 커리는 예술가들의 하루 루틴과 작업 습관을 찾아다닌 결과물을 모아 2013년에 <리추얼>을 출간했다. 그 이후 <예술하는 습관>을 펴내었는데, 이는 남성 예술가의 비율이 확연히 높았던 <리추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책의 띠지와 작가 소개 글에 나와있듯이 오늘 소개할 책, 메이슨 커리의 <예술하는 습관>은 반복적인 행위에서 창조적 영감을 끌어올린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이다.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 가는 부분이 유독 많은 책이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예술가들은 버지니아 울프, 코코 샤넬 외에도 쿠사마 야요이, 샬럿 브론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활동한, 또는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다. 1800년대 활동한 인물부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물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책을 읽다 보면 '그 시대에 이런 생각을 했다고?' 싶을 만큼 놀라운 인터뷰나 대사들이 아주 많다. 특히 가사와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에 여성 예술가들이 어떻게 시간을 쪼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았는지 그 고충이 상세하게 나와있기 때문에, 당시 남성 예술가들이 누렸던 편의 밑에 여성 예술가들의 희생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예술가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 또는 커리어를 쌓을 수 없는 환경인 경우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이 무척 존경스러웠고,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그들의 잠재력을 결혼이란 사회적 계약이 앗아간 것만 같아서. 



그러나, 그들은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이렇듯 당당히 자신의 작품과 역량을 세상에 드러내 보였다. <예술하는 습관>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 예술가에 대한 분량이 작은 경우 2쪽, 많아도 5쪽 내외에서 끝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에서 꽤 벅찬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 책의 경우 벅차단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구성 자체가 깔끔했기 때문이다. 간략한 인물 소개가 항상 맨 앞에 들어가 있어서 잘 모르는 예술가여도 어떤 일을 했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에피소드가 끝나고 나서도 예술가의 이력과 대표작 등이 함께 나와 있어 정리하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바로 '자신만의 규칙'이다. 제각기 살아온 환경, 시대 그리고 생활 습관은 무척 달랐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규칙이 있다는 점은 동일했다.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예술가나, 꾸준히 매일 조금씩 글을 쓰며 영감을 찾아나가는 예술가 등 그들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서 충실히 이행한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자신을 독방으로 밀어 넣기도 하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방법을 확립하기도 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의 루틴, 나의 규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에겐 어떤 시간대가 가장 잘 맞는지, 어떤 식으로 일하는 게 효율적이면서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는지, 꽤 오래 고민해봤지만 아직 답은 찾지 못했다. 아니,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메이슨 커리의 <예술하는 습관>은 팍팍하고 무기력한 삶에 눈을 팍 뜨이게 만드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앉아서 일을 하고 싶어지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긍정적으로 자극을 주는 몇 안되는 독서를 오랜만에 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여성 예술가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었는지, 어떻게 훌륭한 작품을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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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 위 고양이> 1집 책장 위 고양이 1
김민섭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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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험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겼다. 가장 먼저 읽은 책은 바로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평소 좋아한 작가님과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님들, 그리고 즐겨보는 유튜브 <겨울서점>의 김겨울 작가님의 추천사까지! 읽지 않을 이유가 없는, 학교생활에 지친 나에게 심심찮은 위로를 안겨 준 이번 책.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위고양이>로 연재된 글들이 실려있는 만큼, 다양한 주제와 글로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김겨울 작가님의 추천사에 적혀있듯이, 각기 다른 매력의 잘 차려진 디저트 한상을 배 터지게 먹은 느낌이다.

지난 학기에는 수필 수업을 들었다. 매주 선착순으로 주제에 맞는 글을 써내고, 다른 학우들이 글에 추천과 댓글을 다는, 졸업반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방식의 수업이었다. 내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원초적인 부끄러움과 타고난 내성적인 나의 성격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올리는 것을 굉장히 주저하게 만들었다. 결국 글을 제출하지 않으면 재수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교수님의 공지에 겨우 다음 주제에 글을 쓰겠노라 (이 또한 꼴찌로) 댓글을 달았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그 뒤로도 재수강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의지는 계속해서 다른 주제의 글을 도전하게 만들었고 종강을 하는 날까지 총 4-5편의 글을 써서 낼 수 있었다. 다른 학우들에 비해 현저히 적게 쓴 글이지만 어쨌거나 고민하고 쓴다는 행위에 흥미를 붙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으며, 쓰는 행위에 대한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게 되었다.

일곱 빛깔 연작 에세이집인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읽으며 지난 학기의 수업이 생각난 것은 그 방식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주제로 7명의 작가의 글을 볼 수 있다는 것, 말만 들어도 흥미롭다. 잔뜩 기대하며 읽은 책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밌고 신선해,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무척 아쉬울 정도였으니.. 수필 수업을 들었을 때 같은 주제로 20명 남짓의 학우들이 쓴 글을 읽으며 느꼈던 기분이 딱 이랬다. 하나의 주제에 모인 다양한 이야기들은 단편적으로나마 누군가의 삶의 모습, 또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준다. 계속해서 글을 쓰는 학우들의 글에선 특유의 문체나 표현들이 툭툭 흘러나오곤 했는데, 그들의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하면서도 글을 읽으면 '아, 저 때 이런 글을 쓴 사람!'으로 기억되곤 했다. 아마 이 책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더 이상 학우들의 글을 볼 수 없음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학우의 마지막 작가 소감문엔 그가 글을 계속해서 써줬으면, 그래서 언젠가 다른 어느 곳에서라도 그의 글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마음을 구구절절 달았다. 책으로 만나면 더욱 좋을 것 같고! 그러나,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는 적어도 그런 아쉬움은 들지 않았다. 왜냐고? 이 책을 계기로 나는 그들의 다른 글, 또 다른 시 또는 평론 등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통해 7명의 작가를 알게 되고, 그들의 또 다른 글들을 알아가면서 나의 문학 세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그래서, 솔직한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가 계속 그리고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지나면 과거가 될 지금 언젠가와 미래의 지금 언젠가에도 이 시리즈가 함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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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펭귄클래식 4
조지 오웰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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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방송에 나온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그의 유명한 작품인 '1984'를 읽어보진 못했으나 '동물농장'을 읽고 '1984'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본격적으로 책 소개를 해보자면, 우선 이 책은 클래식한 디자인에 소설 치고 비교적 얇은 두께로, 가지고 다니며 편하게 읽기 좋은 책이다. 한 손에 잡히는 크기기 때문에 가방에 넣어 다니기 수월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날개에 빼곡히 적혀 있는 작가에 대한 소개문이 눈길을 끈다. 앞날개와 뒷날개 모두 작가에 대한 소개 글로 적혀있는 책은 처음이라 형식이 마음에 들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맬컴 브래드버리라는 사람이 쓴 서문이 나와있어 작품이 쓰인 시기와 사회적 상황을 짚고 넘어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사에 대해 무지한 편이라, 서문을 통해 시대와 작품을 연관 지어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는 동물농장 또는 결국 되돌아오는 장원 농장과 비슷한 곳에서 살아왔거나 힘겹게 버티고 있다. 이 작품은 현대의 위대한 정치적 우화 가운데 하나이고, 이 작품이 전하는 이야기, 즉 독재와 배반으로 변하는 순수하고 꼭 필요한 혁명에 대한 이야기는 정치적 지혜의 결정적인 일부일 뿐만 아니라 현대의 근본적인 신화이기도 하다."

-맬컴 브래드버리


존스가 운영하는 '장원 농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동물농장'을 거쳐 나폴레옹이 운영하는 '장원 농장'으로 끝난다. 인간인 존스에게 대항하기 위해 동물주의를 창설하고, 그들을 몰아낸 동물들은 평화로운 삶을 누리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돼지들 중에서도 유독 뛰어난 나폴레옹과 스노볼의 갈등이 극대화된 풍차 사건으로 인해 그들의 삶은 송두리째 바뀐다. '권력에 대한 욕망은 어디까지 지속되며, 어디에서 끝이 나는가?' 란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게 하는 책이었다.

풍차 사건 이후, 스노볼에 대한 무성한 소문은 커질 대로 커져, 보이지 않는 공포를 형성한다. 실제로 그는 나폴레옹이 이끄는 개들에 의해 농장에서 쫓기듯이 나간 이후로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농장의 동물들은 선전과 선동에 휘말려 스노볼의 존재를 두려워한다. 나폴레옹이 권력을 형성해가는 과정은 은연중에 기억을 조장하고, 기록을 수정하는 등 똑똑함을 앞세워 다수의 농장 동물들을 무지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그의 앞잡이라고 볼 수 있는 또 다른 돼지, 스퀼러는 글을 완전히 읽지 못하는 동물들에게 화려한 언변으로 나폴레옹의 명령이 동물주의에 걸맞는 것이며, 농장을 위하는 정당한 지시임을 주입시킨다. 그로 인해 동물들은 이 생활이 처음에 동물주의를 만든 목적에 맞는 삶이라 생각지 않다가도, 결국 수긍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밖에 있던 동물들은 돼지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돼지로, 그리고 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미 어느 것이 돼지의 얼굴이고 어느 것이 인간의 얼굴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 p.159


마지막 문장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결국 이 소설은 권력을 잡은 독재자에 의해 다시 반복되는 불공정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래 살아 본 것이 많은 당나귀, 벤자민의 태도가 이해되는 결말이었다. 동물들을 지배하던 농장의 원 주인인 존스를 몰아내며 동물주의 7계명을 수립했을 때, 인간을 따라 하면 안 된다는 문구들이 적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잡은 돼지들은 끝내 인간처럼 변해간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네 발로 걷기를 포기하고 두 발로 돼지들이 서서 돌아다닐 때였다. 나는 이 대목에서 결말을 예상했던 것 같다. 사실 스노볼이 다시 돌아와 나폴레옹의 독재 상황을 끝내주길 바랐는데, 결국 나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스노볼은 어디로 갔을까?

"권력이란 무엇인가 "


개인적으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모든 동물들과 사건들은 지금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의 한 부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소설이었다. 1945년에 세상 밖으로 나온 작품이지만 8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읽어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것을 보면 아직 사회는 많이 발전하지 않았구나- 또는 여전히 반복되는 굴레구나-란 생각이 든다. 권력을 한번 맛보면 다들 그렇게 되는 것일까? 권력을 잡아보지 못해서, 정의를 앞세워 그들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권력의 정당성과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두고두고 읽히는 책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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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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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지식하우스의 따끈따끈한 신간도서인 고재욱 작가님의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만난 치매 환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처음 책을 받아보았을 땐, 노란 꽃들이 가득한 표지의 이미지가 찬란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띠지에 적혀있는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사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문득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본다."처럼 나의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 생각해보게 되었던 책. 


생의 끝자락에서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는 그 심정을 겪어보지 않은 이상 어떻게 온전히 알 수 있을까. 매 순간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는 경험을 하는 환자들도 있고, 과거의 기억 속에 머물러 그 순간만을 살아가는 환자들도 있다. 가끔 돌아오는 현실에 잊혀지면 안 될 것들을 기억하려 하지만 그 기억이 온전하게 남아 있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작가는 그 사람들의 바로 곁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돌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인생 선배인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때론 너무 아프고 시립다. 윗세대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일제강점기, 전쟁 등과 관련한 기억에 관련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부터 튀어나오던. 


읽으며 눈물을 짓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저절로 미소를 띠고 보게 되는 글들도 많았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작가님이 환자들을 아끼는 마음이 그대로 책에 드러나기 때문에, 똑같은 사건이라도 애정 어린 시선이 들어간 이야기는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도,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 같은 방 쓰는 사람들의 이부자리를 뺏어가도, 결말은 언제나 해피. 한없는 사랑으로 작가가 그들에게 보내는 소망과 진심이 담겨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 치매. 일본에서는 치매를 인지증이라고 부른다. 치매라는 말은 한자로 어리석고 미련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은 삶의 마지막을 요양 시설에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회와 집으로의 복귀를 최우선으로 둔 시설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재욱 작가님의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는 요양보호사의 입장에서 이런 사회적인 시선과 제도, 현재 우리 사회가 얼마나 요양 시설에 관련하여 허술한지, 그로 인해 생기는 고충 등도 함께 나와있기 때문에 치매라는 병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유독 약자 지우기가 활성화되어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시되는 약자 혐오가 절대 당연한 것임이 아님을,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하루빨리 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에 과연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개인으로써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지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삶과 행복,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가치를 뽑으라면 단언컨대 행복이 1순위일 것이다. 일단 행복해야 세상 살맛이 나니까. 그 행복을 위해, 미래의 자신이 행복하길 빌며 현재를 힘겹게 버티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많아진 것 같다. 일단 나도 그렇고.. 행복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으나 성공을 해야 행복도 따라올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은 행복하지 않더라도 미래에 행복할 것이라는 어렴풋한 기대 속에 살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현재에 충실히 살아야 함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이 현재에 없는 사람은 어딜 가든 지옥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과연 내 마음은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제 발로 지옥에 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순간순간을, 당장 눈앞에 있는 오늘 하루를 생의 마지막처럼 열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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