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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포트킨 자서전 - 인류의 품격있는 진보를 꿈꾸었던 아나키스트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김유곤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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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포트킨.

 

아마도 아나키스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인기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나키스트 하면 대표적으로 그를 떠올리기 때문이고, 그의 저서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상호부조론은 적자생존에 대항하는 이론으로써, 또 인간의 본성을 밝히는 이론으로써, 그래서 사람들은 경쟁보다는 협동할 때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알려주는 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많이 읽히고 있다.

 

아나키즘 그러면 테러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도 '아나키스트'라는 영화가 이들을 테러를 하는 사람들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들은 테러보다는 협동, 자율, 자치를 기반으로 사회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하여 아나키즘은 평화의 이론이고, 자유의 이론이며, 협동의 이론이고, 자치의 이론이다.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배제하는 것이지 모든 권력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권력을 위에서 내려오는 힘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함께 하면서 자연스레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이 배제하는 권력은 자유와 자치, 협동을 억압하는 권력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말하는 권력은 권위 정도로 해석하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말과 행동에서 자연스레 권위가 나오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자유 자유 하지만 함께 사는 곳에서는 자기의 자유와 남들의 자유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협동하기 위해서 자율적으로 자신의 자유를 줄일 필요가 있고, 이를 잘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레 권위가 따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권력이나 권위를 부정한다고 해도 모든 권력, 모든 권위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은 함께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아나키즘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떠올리게 한다. 이기적 유전자. 정말로 이기적인 유전자는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서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음을 과학적으로 밝혀준 책이니...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아나키즘도 개인의 자유를 위해서 함께 하는 협동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자유라는 말보다는 자율이라는 말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개인의 자유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이루고, 이들이 자치를 하면서 상호협동을 해나가는 사회, 그것이 바로 아나키즘이 꿈꾸는 사회고, 크로포트킨이 바라던 사회였을 것이다.

 

크로포트킨 개인의 자서전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인 내용보다는 당시 러시아의 상황과 민중들의 삶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더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급박한 혁명 전야. 전제군주의 독재정치. 그리고 그에 편승하는 귀족, 지식인들의 농간. 여기에 핍박받는 민중들의 삶. 그런 삶을 바라보는 지식인의 모습. 그럼에도 민중들과 함께 하려고 하는 모습.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계속 추진해가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안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이 있다는 것.

 

크로포트킨은 어려서부터 이를 체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농노들과도 인간적으로 지냈으며, 근위부대에 들어가 우수한 성적으로 궁정에서만 지낼 수 있음에도 시베리아로 지원해 떠나고, 그곳에서 지리를 탐사해 나중에 훌륭한 지리학자가 되며, 단지 지리학자로 머물지 않고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혁명의 자리에 자신을 내던지게 되니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군대시절, 감옥과 혁명운동에 투신해서 지내기까지의 삶 속에서 그가 만나고 보게 되는 러시아 혁명 상황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곳곳에 들어있는 그의 신념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느껴지고 있으니... 목적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태도라든지, 감옥생활의 경험으로 느낀 감옥제도의 문제점 등은 지금도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여겨지는 아나키즘... 우리나라에서는 다시 아나키즘에 대한 관심이 풀뿌리 민주주의와 더불어 생기고 있는데, 그러한 아나키즘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아나키스트적인 자세인지... 아니, 어떻게 살아야 정말 사람답게 살았다고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자서전이다.

 

책의 표지에 세계 5대 자서전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그만큼 한 사람의 생애 뿐만이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를 알 수 있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지표를 제시해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삐딱한 덧글

 

세계 5대 자서전? 참 사람들 이름 붙이기 좋아한다. 뭐가 5대 자서전이야 하고 찾아보니, 아우구스티누스의 "참회록" 루소의 "고백록" 괴테의 "시와 진실" 안데르센의 "내 생애 이야기" 그리고 이 크로포트킨의 자서전이란다. 예전에는 "한 혁명가의 초상"이라고 나왔다고 하니, 아마도 이름을 "한 혁명가의 초상"으로 하는 것이 옳겠다.

 

내가 좀 삐딱해서 그런지 이들이 모두 유럽 사람들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세계에 위인들이 많고, 또 좋은 자서전도 많은데 꼭 이렇게 세계 5대 자서전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책을 광고해도 남들이 세계에서 5번째 안에 드는 좋은 자서전이라고 해도 크로포트킨의 생애를 생각하면 이런 이름을 붙여 책 겉표지에 홍보하는 것을 그가 좋아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백범일지"와 같은 자서전이 있고, 인도에는 "나의 진리 실험이야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간디 자서전이 있지 않은가. 또 내가 모르는 훌륭한 사람들의 자서전이 얼마나 많은데...

 

이왕이면 동서양을 아울러서 선정을 하던지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아님 크로포트킨을 생각해서 이런 광고 문구는 빼던지...

 

참, 나도 삐딱하다.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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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 그 집이 내게 들려준 희로애락 건축 이야기
구본준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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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고, 전문가들만이 하는 일이라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고만 있었는데, 건축에 마음이 담겨 있다는, 좋은 건축은 이야기가 있다는,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텔링이 건축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나만의 집, 나만의 공간을 갖기가 힘들어진 지금. 남들이 지어준 집에 얹혀 살기만 하는 지금 시대에, 그래도 자신만의 집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고, 집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어떤 이는 황토집을 스스로 짓고, 어떤 이는 통나무집을 스스로 짓고, 어떤 이는 돌집을 스스로 짓고, 어떤 이는 건축가와 협조하여 자신이 원하는 건물을 짓고, 공공건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건축, 멀고도 먼 남의 이야기라고만 여기다가 최근에 부쩍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은 내 관심 여부와 상관없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건축을 이왕이면 좀 잘 알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건축에 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고 있는데, 전문적인 책보다는 쉽게 잘 설명해주는 책이 내게 훨씬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여러가지로 도움이 된 책이다.

 

우선 건축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좋았다. 그 건축이 지니고 있는 이야기, 참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읽으며, 그 건축에 대해서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처음에 이 책이 시작되는 '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잃은 슬픔을 공공도서관을 건립하여 다른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승화시킨 아버지의 사랑과 그를 주변의 환경과 잘 어울리게 만들어낸 건축가의 이야기는 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 기쁨을 두 배로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책의 곳곳에 실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에 실시했던 기적의 도서관. 그 도서관이 아이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우리나라 도서관의 구조를 바꾸는데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를 말해주고도 있다.

 

희노애락으로 4부로 구성해서 건축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외국의 건축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서 건축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단지 건축미학뿐만이 아니라 사람과 건축이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어떤 것이 진짜 훌륭한 건축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데,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자랑할 수 있는 좋고 멋진 건물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획일적이고 위압적인 건축만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우리나라 건축은 멀었다고, 가능성이 없다고 한탄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건축에 관한 책을 읽으며 건축에서는 더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단일 건축에서는 빼기를 해야 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제외하면서 건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더하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건축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고 그것을 부각시켜 그것을 없애는 운동을 하기보다는, 좋은 건축을 찾고 그 건축을 자꾸 홍보하여 그러한 건축물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건축이 있다. 이 건축은 이래서 좋다. 이 건축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이런 좋은 면들이 자꾸 퍼져나간다면 자연스레 좋은 건축들이 늘어날 것이고, 좋은 건축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니 우리나라 건축이 자연스레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 

 

여기에 나도 나만의 집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 이것이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님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으니. 비록 이 책에서 말하는 학자는 안되겠지만, 평민도 자신 스스로 집을 지었다고 하니, 그런 기회를 나도 갖도록 해야겠다는 소망을 지니게 되었다.

 

그 집은 내 마음을 품은 집이 되겠지.

 

집짓기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두는 것으로 이 글을 맺는다.

 

"현대에 사는 우리는 건축은 건축가나 시공자만이 하는 일로 여긴다. 건축이 전문 영역으로 완전히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자기가 살 집은 자기가 설계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양반은 자기 집을 직접 몸을 놀려 짓지 않았을 뿐 자기 생각과 생활에 맞는 집을 직접 구상했고, 평민들도 자기 살림에 맞게 자기 집을 설계했다. 양반과 달리 직접 짓기까지 했다.

 

  곧 조선 시대 가장 뛰어난 건축가는 목수가 아니라 학자들이었다. 특히 대학자일수록 뛰어난 건축가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은 자기 집을 여러 번 지었던 건축광이었다."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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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이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진상조사위원회에 조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유족들의 의견에 대해서 하는 말이다.

 

헌법은 우리나라 최고의 법이다. 그리고 다른 법률들은 이 헌법에 기초해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헌법에 위배된다는 얘기는 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는 얘기다.

 

이만큼 헌법은 우리네 삶의 기본을 규정한다. 그만큼 헌법은 공명정대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헌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법은 공정한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희망버스를 조직했던 송경동 시인에게 벌금 100만원이 내려진 판결, 파업에 성공한 노동자들에게도 각종 벌금이 부과되는 판결들, 그리고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강하면서도 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약한 판결들.

 

'000했으나 000은 아니다'라는 판결과 '당시의 관행이었다'는 말로 넘어가 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이것은 힘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판결이었고, 힘없는 사람들은 각종 소송금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 법, 헌법, 헌법 하는 시대. 과연 법치만능주의가 성립하는가? 법이 누구를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야 한다.

 

법은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다. 법이 사람 위에 군림해서 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하고, 법의 잣대에 맞추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사람에게 법이 맞추어야 한다. 법이 경직되어 있다면 고쳐야 한다. 헌법 역시 수차례 개정을 하지 않았던가.

 

또한 법은 해석에 따라 적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판결하더라도 만장일치로 판결이 난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소수 의견들이 나오기도 한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도 이럴진대, 지금 자식의 죽음을 눈 앞에서 지켜보아야만 했던 유족들의 소망을 들어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이지 위배된다는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헌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나? 최소한 많은 사람들이 억울함을 느끼지 않도록 법 적용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법가라고 불리는 한비자. 그가 법을 중시했지만, 법 만능주의에 빠졌을까 하면 그것은 의문이다. 법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비자가 기초한 법가의 사상을 정치에 응용한 사람이 상앙이라면, 그 상앙이 법을 글자 그대로 집행하려고 하다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기억하는 것이 좋다.

 

이들 법가는 힘있는 사람이나 힘없는 사람 구분하지 않고 공정하게 법적용을 하자고 하는데, 지금은 과연 그러한지도 의문이고...

 

법으로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 법가가 천하통일을 하지 않고, 인의로써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고 한 유가가 세상을 통일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엄정한 법 집행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살리는 법 집행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 위에 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법이 있다. 이것이 사실 법가의 궁극적인 주장이 아니었을지.

 

"한비자"가 다시 생각나고, 이들이 살았던 시대의 제자백가들에 대해서 잘 정리한 신영복 선생의 "강의"가 다시금 생각난다.  

 

사람을 위한 법... 그러한 정치...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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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교실 벗 교육문고
조향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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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이 편해지는 책을 읽었다. 교육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는데, 이 책은 그러한 답답함을 잔잔한 감동으로 바꾸어 주었다.

 

시인이자 국어교사인 지은이가 자신이 겪은 일들을 담담히 적어나가고 있는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학생들과 직접 수업한 시수업 이야기다.

 

시수업을 통해 아이들도 교사도 성장해 가고 있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서 읽으면서 흐뭇한 감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2부 역시 아이들과 한 소설 수업 이야기다. 시보다는 줄거리가 있고 사건과 갈등, 그리고 인물이 있어서 수업하기가 조금 수월할지라도 한 작품을 수업시간에 모두 다루기는 힘든 것이 지금 학교 교육의 현실인데...

 

그럼에도 지은이는 아이들과 좋은 소설을 읽어나간다. 읽어나가면서 삶과 연계시키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문학교육이라는 듯이, 그렇게 교육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입시에 찌들어도 제대로 교육하고자 하는 교사가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교육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입시, 입시 하면서 교사도 제대로 된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여전히 입시에서 벗어나는 교육을 하기는 힘든 상태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시인의 이런 수업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3부는 교사들과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사들, 점점 바빠져서 서로 이야기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교사들과 가진 독서모임... 그 어떤 연수보다도 더 알차다고 의미있다고 하면서 함께 읽은 책들, 함께 본 영화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런 교사들이 있음에 우리 교육이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 담담하게 펼쳐나간 교육과는 약간은 거리가 있지만, 바로 이런 삶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교육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글들이다.

 

학교 교실에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서도 교사로서의 모습을 지키려는 지은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따뜻하다. 글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교육에 관한 책 중에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그런 책을 읽었다.

 

이런 교사의 글을 읽으며 지은이가 쓴 '고향 같은 선생님'이란 시가 떠올랐다. 지은이는 학생들에게 이런 '고향 같은 선생님'이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고향 같은 선생님 

                                         - 조향미

 

내게 고향 같은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객지 어느 쓸쓸한 길모퉁이 돌다가

생업에 낯선 사람들에 시달리다가

문득 가슴 넘치는 안온함으로

떠올릴 수 있는 선생님

시외 버스로 두어 시간이면

달려갈 수 있는 동네

사립문 활짝 열려 있고

늦도록 남포불 내걸려 있는 집

그리운 흙냄새와 낯익은 풀꽃들

서리서리 벌레 울음도

가슴 가득 품고 계신 분

내게 그런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또한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선생님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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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표지에 노란 배가 떠 있다. 노란 배에는 글자가 쓰여 있는데, "잊지 말아요 세월호 0416"이다.

 

아마도 좀 자란 사람에게 잊혀지지 않을 숫자와 이름. 그러나 억지로 잊게 하려고 하는 이름.

 

이 이름에 피로감을 더해 억지로라도 잊게 하려고 하는 지금.

 

그것이 바로 오늘이다.

 

오늘은 어제와 이어져 있고, 어제로부터 온 오늘이 내일로 연결이 되는데...

 

"삶창" 100호.

 

많은 삶창들이 모이고 모여 100호를 이루었고, 이제 100호를 기점으로 더 많은 삶창들이 나오게 되겠지.

 

양질전환의 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 잡지가 100호까지 발간이 되었다면 그 의미가 상당할테고, 나름대로 자신들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조금 편제가 달라졌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우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좀 줄었고, 새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룬 글들이 늘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일반 독자들의 글이 줄었고, 약간은 전문적이라 할 글들이 늘었다고나 해야 할까.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펼쳐져 책에 나온 글들이 우리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네 삶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었는데, 그래서 깊이와 높이, 전문성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즐겨 읽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호에는 그런 일반(?이 말도 좀 이상하다. 사람들은 모두 일반 사람들인데...다만, 좀 배웠다고 하는 그래서 지식인라고 하는 사람들과 대비되는 말로 쓰고 있다고 봤으면 한다) 사람들의 글보다는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글이 많이 실렸다.

 

책의 내용이 수평보다는 수직으로 좀더 깊어지고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하여 "오늘"이라는 특집 글에서는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하되, 조금은 지식인의 시각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 위한 글들임에 틀림이 없지만, 지금까지와의 편집방향과는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식인의 글들임에 틀림없지만 학술적이지는 않다. 인문학적 소양, 인문학적 소양 하는데, 사람들이 누구나 인문학적 소양을 지녀야 하듯이 글들이 조금 깊어졌을 뿐이다.

 

사회를 보는 눈을 함께 걷은 보통사람들에서 조금은 다른 위치에서 볼 수도 있음을, 그래야 더 잘 보임을 말해주듯이.

 

해고노동자들, 핵발전소, 방송, 그리고 스포츠까지. 이게 이번 호 "오늘"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아마도 이런 주제들은 늘 우리에게 "오늘"이 될터인데, 우리가 이를 어떻고 보고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해서 바꿔나가느냐에 따라 그 내용은 달라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삶창'이 말하고자 하는 바이겠고.

 

생각할 거리들이 많다. 하나하나 내가 일상에서 겪는 일이고 별다른 생각없이 지나치는 일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 삶을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이런 역할을 이제 100호까지 해왔다. "삶창"이 더 길게 이 역할을 잊지 않고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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