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위로 올라가기 위해

얼마나 많이 내려가야 했던가

거침없이 내뻗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뚫어야 했던가

잎과 가지, 열매를 맺기까지

한발 한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디에도 없는 길을 찾아

힘들게 나아가는 뿌리

몸통을 중심으로

처절한 대칭을 이루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것을 위해

제 일을 하는 뿌리

흙을 단단히 움켜쥘수록

없던 길을 내며 갈수록

더 많은 잎,

더 많은 가지

더 많은 열매가

있음을,

땅 속에서

하늘을 꿈꾸는

뿌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주(宇宙)


책상 위

물 한 방울

넓게 넓게

팽창을 하면

존재는 공(空)으로,

공(空)은 무(無)로,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유(有)는 무(無)고

무(無)는 유(有)임을 증명하는

책상 위

물방울

하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선생 노릇7


  ‘선생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 왜 하필이면 개도일까? 욕하면 으레 그 대표로 쓰이는 개도 먹지 않는다는 선생 똥, 하, 선생 똥 누기는 더 힘들어. 왜 이렇게 됐을까?


  자라의 꾐에 속아 용궁에 가 간을 빼앗길 뻔한 토끼, 속고 속았지만 그래도 간만은 빼앗기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는데, 그 때 놀란 간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이 놈의 자라들이 왜 이리 많은지, 간이 뱃속에서 조용히 있을 날이 없는데……


  사람에게 불을 주었다는 까닭으로 독수리에게 툭 하면 간을 쪼이는 프로메테우스를 보더니, 그래도 난 저 지경은 아니지……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토끼보다도 약한 선생은, 프로메테우스처럼 매일 간을 쪼이고 있으니, 그 찌끼가 괜찮을 턱이 있나. 그러니 선생 똥은 개도 안 먹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10-12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2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큰, 그러나 작은


키 큰,

큰 것

높은 것

우리는

위만, 큰 것만 보도록

배웠다.


크다는 것, 높다는 것엔

어느덧

좋다는 의미가 들어 있었다.


작은 것, 키 작은

행동들이

진실로 사람답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일으킴을 잊고 있었다.


우린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큰 것이 좋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이 커다란 시대에, 우리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10-03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3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TO BIG BROTHER GEORGE BUSH II

- 2008년 8월 from 2mb


  형님! 잘도 조지고, 부셨소. 검은 물 나는 나라도, 형님과 생각이 다른 나라도 형님은 뜻대로 움직였소. 난 형님이 좋아, 형님이 내 어깨를 다독거릴 때 너무도 기뻐 웃음을 참을 수 없었소. 전 세계인을 꼼짝 못하게 하는 형님이 부러워 나도 한 번 해볼까 했는데, 난 기껏 부수고 걷어내는 것밖엔. 형님이 검은 물 나는 나라를 밑에 거느릴 때, 난 겨우 양초에 붙은 불을 끌 수 있었을 뿐. 형님, 이름이 같은데, 부시란 이름과 부시맨이란 이름은 왜 그리 다른지. 난 형님의 그 오만이 좋소. 독선이 좋소. 형님보단 짧게 하겠지만 나도 앞으로 4년이 있소. 자, 작은 조지고 부시를 봐주시오. 난 뇌용량이 겨우 2MB라 다른 것은 생각 못한다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