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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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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건축에 관해서 부쩍 관심이 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내 손으로 만들지 못한 지가 오래되었는데, 내 손으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고를 수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건축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멀었다. 건축을 바라보는 눈을 갖기에는. 그렇다고 남들의 이야기를 마냥 따라가기만 해서는 안된다.

 

집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집을 통하여 나를 표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량생산된 아파트라는 건물을 집으로 삼고 살고 있지만, 이런 아파트들도 자신들만의 구조로 만들 수 있게 건설사들이 바꿔가고 있는 실정이니, 곧 자신만의 건축을 만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부지런히 건축에 대한 안목을 높여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건축에 나를 맞추지 않고, 나에게 건축을 맞출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이 책 참 재미있다. 단지 재미만이 아니라 이 사람이 이렇게 건축에 대해서 조예가 깊었나 싶을 정도다.

 

건축의 아름다움부터 시작하여 결국 어떤 건축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지, 왜 그런지를 자신만의 관점에서 탐구해 가고 있다.  

 

하여 그가 건물을 바라보는 입장은 보통과 다르다. 그는 건물이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건물은 민주주의나 귀족주의, 개방성이나 오만, 환영이나 위협, 미래에 대한 공감이나 과거에 대한 공경을 이야기한다. 76-77쪽

 

이 말을 보면 우리나라 몇몇 시청이나 구청들의 건물들이 생각난다. 주변 환경이나 지역 조건은 생각지도 않고 오로지 위압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건물들... 이런 건물들은 무슨 말을 할까?

 

이런 건물들을 보면 보통의 말을 내 식으로 번역해서 말한다면 '공무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민 위에 군림하겠으니 국민들은 위압감을 느끼고 경건한 자세로 이곳에 들어오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건축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그 건축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파악하게 되고, 따라서 건축에 대해서 소홀해질 수가 없게 된다.

 

다양한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특히 '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것이 바로 집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집을 가져야만 한다.

 

  어떤 장소의 전망이 우리의 전망과 부합되고 또 그것을 정당화해준다면,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는 말로 부르곤 한다. ... 어떤 건물과 관련하여 집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단지 그것이 우리가 귀중하게 여기는 내적인 노래와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방식일 뿐이다. 집은 공항이나 도서관일 수도 있고, 정원이나 도로변 식당일 수도 있다.

  집을 사랑한다는 것은 또 우리의 정체성이 스스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물리적인 집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의미의 집도 필요하다.  111쪽

 

이런 집을 지니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행복에 한 발 더 다가간 사람이리라. 그렇게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에게서 다른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릴 수 있다. 나만의 행복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고민하게 된다.

 

그런 고민을 건축 역시 하게 되는데, 우리가 건축에서 의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일그러진 본성을 바로잡아주고, 우리를 지배하는 일 때문에 희생해버린 감정들을 되살려주는 능력 때문에 어떤 건물들을 귀중하게 여긴다. ... 건축은 금방 사라지는 소심한 경향들을 포착하여, 그것을 증폭하고 견고하게 만든다. 그 덕분에 우리는 건축이 없다면 가끔 우연히 경험할 수밖에 없는 넓은 범위의 감정적 질감들에 더 지속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127쪽

 

인간이 혼자서만 살 수 없듯이 인간은 자신의 몸을 누일 공간을 필요로 한다. 또 함께 생활한 건축도 필요로 한다. 하여 좋은 건축은 우리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밖에 없다. 무언가 불편한 건축, 이것은 제대로 된 건축이 아니다.

 

세계 곳곳의 건축에 대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읽기에도 편하고, 또 많은 건축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읽을만하다. 아니 읽어야만 한다.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집, 건물, 그리고 장소들을 이해하고, 그 장소들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 좋은 책이다.

 

덧글

 

책을 찾아보니, 이 책의 새로운 판이 나왔나 보다. 출판사가 달라졌으니. 도서관에서 빌려본 이 책은 2007년 판인데, 아마도 새로운 출판사에서 나온 책도 번역자가 같은 것을 보니, 판권만 바뀌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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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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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가는 옛 건축 기행'이라는 작은 제목이 달린 책이다. 건축가인 저자가 혼자 여행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옛 건축들을 찾아 여행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했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옛 건축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냥 아이들과 함께 다닐 뿐이다. 다만 경험하게 할 뿐이다.

 

이를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를 소홀히 하는 현상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경험'은 '호기심'으로 이어져 옛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답사가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준다는 점은 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경험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9쪽

 

해외 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쩌면 우리 것을 소홀히 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국의 화려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감탄을 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건축물에는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우리 것을 소홀히 여기면 결국 우리의 문화가 발전할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우리 것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경험을 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옛 건축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아주 잘 알려진 건축에서부터 처음 들어보는 건축까지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이 이런 아름다움을 그냥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 이 경험이 나중에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에 대한 지식으로 나아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아이들의 품성에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옛 건축을 통해 역사를 대면하고, 큰 강줄기로 역사를 이해하고, 놀이를 통해 자연의 순수함을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진정 배워야 할 것들이다. 선행학습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수학과 이유도 모른 채 4-5세부터 일상이 돼버린 영어 대신에 말이다." 365쪽

 

나는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지식을 파고들 나이가 있고, 지식을 떠나 그냥 경험할 나이가 있다. 적어도 중학생 때까지는, 아니 더 줄이자, 초등학생들은 지식을 떠나 다양한 경험을 그냥 할 필요가 있다. 무엇에 쓰겠다는 목적의식없이, 그냥.

 

우리 것들에 대한 경험도 마찬가지다. 한옥에 가서 보고 놀고 자보는 경험은 한옥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준다. 그리고 자신은 건축가답게 그런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감탄하고 남들에게 알리려 하고 있다.

 

하여 이 책을 읽어가면 직접 그곳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마치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느낄 수가 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옛 건축들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우리 건축들이 정말로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냥 사라지게 하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 번 양동마을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다. 초가집에서 자는 경험...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양동마을을 휘둘러보는 재미도 참 좋았다. 그리고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자연과 어울리면서 마을이 이루어지고 그 마을에서 큰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홀로 존재하지 않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옛 건축들은 집에서부터 읍성, 절, 서원, 탑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은 한 가지로 수렴된다.

 

모두가 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건축되었다는 사실. 다른 존재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함께 어울린다는 사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로 수렴된다. 

 

이제는 한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한옥에서 살려고 하는 사람도 많고, 옛 건축들도 민박이나 문화시설로 이용을 하고 있다. 우리 옛 건축이 현대와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그러니 이젠 무작정 해외로 갈 것이 아니라 우리 옛 건축들을 느끼는 여행을 가족이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이게 진짜 교육일 수 있다.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 그것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껴안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옛 건축에서 무엇을 껴안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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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 행복한 공간을 위한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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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건축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고 한다. 신경학과 건축학이 융합되었다고 보면 되는데, 더 포괄적으로 말하면 의학과 건축이 융합된 학문이라고 보면 된다.

 

현대는 융합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데,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매몰되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살리되 이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는 '융합'이 현대의 화두가 된 것이다.

 

그 중에서 우리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분야가 바로 의학과 건축학인데, 얼핏 전혀 다를 것 같은 학문이 '신경건축학'이라는 학문으로 융합이 되어 활발히 연구하고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듣는 말인데도 친숙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우리가 지닌 본능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의 건강에 주변 환경이 주는 영향을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는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건강이 의학 분야라면 주변 환경은 건축학 분야라고 할 수 있으니, 우리가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 의학과 건축학이 융합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하기 이전에 이미 직관적으로 우리는 이를 알고 있었고 또 실천하고 있었으리라.

 

예전의 요양소들을 보면 풍경이 좋은 곳, 공기가 좋은 곳에 지어졌으니 말이다.

 

그것을 과학적으로(이를 경성과학이라고 한다. 무언가 증명이 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할 수 있는 과학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막연히 그럴 것이다. 또는 객관적으로 자료를 제시하기 힘든 과학을 연성과학이라고 한다) 밝혀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어 있는데, 영어 제목으로 하면 '치유공간' 정도 될 것이다. 오히려 번역 제목이 책에 더 흥미롭게 접근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다른 말로 하면 건강이고, 마음에 따라서 우리의 육체적 건강이 달라질 수 있음을 최근의 의학적 사실들과 연구결과들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

 

즉, 공간에 해당하는 우리의 감각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정말로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가 하는 점을 면밀하게 살핀 것이 1부라면... 어쩌면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 것들, 자연풍경부터 자연의 소리, 음악소리,좋은 냄새, 부드러운 촉감 등등이 어떻게 우리의 몸에 영향을 주는가를 뇌과학의 성과를 인용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냥 그렇겠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나 직관적으로 여기던 것들을 뇌과학이나 신경과학의 결과들을 통하여 증명해주고 있으니, 공간이 우리의 몸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실제 건축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디즈니월드나 보건원 건물들을 통하여 공간이 어떤 과학적인 고려하에 건축되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마음에 작동하는 과정도 실제 건축을 예로 들어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좋고, 이를 바탕으로 3부 치유의 공간으로 넘어간다.

 

프랑스에 있는 기적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루르드로 3부를 시작한다. 기적, 치유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루르드에서 현대과학이나 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치유가 일어난 사례들을 들고, 이들이 결국 공간이 우리의 마음에 작동해서 치유를 이끌어냈음을 설명해내고 있다.

 

이런 설명은 명상으로 이어지고, 명상에 이어서 병원의 건축이 어떠해야 하는가로 넘어간다. 현대의 가장 대표적인 치유의 공간이 병원 아니던가.

 

그렇다면 병원의 공간이 어떻게 건축되어야 사람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병원 건축이 반환경적이고 반인간적이며 오히려 고통을 주는 공간이 된다면 이곳에서 병을 치유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악화되어 나올 뿐이니 말이다.

 

하여 병원이 최근의 '신경건축학' 결과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건물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음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첨단의 기계만을 들여놓으면 가장 좋은 병원이 되는 양 착각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형병원들, 자신들의 병원 환경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운영에도 또 환자들의 처지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3부인데... 여기서 더 나아간다.

 

'신경건축학'이 개인의 건강에서 그래서 병원의 건축까지 나아간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우리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도시건축이 정비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도시라는 건축들의 집합소가 건강을 위한 도시 건축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런 도시 건축이 한 나라에 국한되어서는 안되고, 전세계적으로 공유가 되어야 우리의 건강이 제대로 유지된다고 하고 있다.

 

환경은 못 사는 나라, 못 사는 동네에서부터 나빠지기 시작하며, 이렇게 나빠진 환경으로 인해서 건강상 가장 피해를 보는 집단은 못 사는 나라, 동네에 살고 있는 빈민층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건축이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 책이 마무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한 공간을 위한 심리학"이라고 책의 겉표지에 적혀 있는데, 이보다는 "건강한 생활을 위한 공간 심리학"이라는 말을 붙이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공간은 우리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실천을 하는 학문이 '신경건축학'이니, 신경건축학은 작은 학문이 아니라 도시건축과 또 세계건축과도 연결이 되는 우리네 삶에 필수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이 다지게 만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덧글

 

책의 곳곳에 굵은 글씨로 강조한 부분이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사람, 먼저 그 굵은 글씨들만 몇 번 읽어보아도 이 책의 주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주장을 더 쉽게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책은 다 읽어야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들, 의학적 성과들을 자세하게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가고 있으니, 우리가 직관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과학적 사실로 증명해준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소개할 때 굵은 글씨들 많이 도움이 된다. 또 다시 한 번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릴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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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유럽건축에 도전하다 - 33인 거장들과의 좌충우돌 분투기
고시마 유스케 지음, 정영희 옮김 / 효형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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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심이 생겼다. 그렇다고 전문건축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해서만은 관심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건축은 사람과 사람을 단절시키고, 공간과 공간을 단절시키고, 자연과 사람을 단절시키고, 또 시간으로부터 사람을 단절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시키며, 자연과 사람을 연결지으며, 시간과 사람을 엮어주는 역할도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사회라고 불릴 정도로 아파트 건축이 활발한 나라인데, 이 아파트는 연결보다는 단절을 중심에 놓고 건축되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들고, "아파트 사회"라는 책을 보아도 아파트가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게 된 이유는 아파트 자체에서 모든 생활이 편리하게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하니, 아파트 건축의 목표 역시 자족을 중심에 둔 단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여 아파트로 들어오는 길에는 거의 모두가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감시카메라가 있고, 높거나 낮은 담으로 구획이 되어 있으니, 이것이 우리나라 건축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건축이란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공간을 장소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단절을 연결로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일본의 젊은 건축가가 젊은시절 유럽의 건축에 반해 꼭 건축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유럽에서 일하겠다는 일념으로 유럽에 건너가 독일 건축사무소에 취업하여 4년간 근무를 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유럽의 건축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그 건축을 한 건축가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왜 그 건축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자신의 관점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꼭 이 작가의 말을 다 수긍할 필요는 없지만, 건축을 바라보는 한 관점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는 있는 책이다.

 

내 귀에 익숙한 건축가도 나오고(가령 르 코르뷔지에나 훈데르트 바서 같은) 처음 듣는(처음 들어야 정상일지도...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니... 우리나라 건축가라고 해봤자 정기용과 승효상밖에 모르고 있으니...) 건축가도 많지만, 작가가 직접 그린 스케치와 사진을 통해 유럽의 건축을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책이다.

 

배낭여행을 통해서 만난 건축들과 독일에 체류하면서 틈나는 대로 방문한 여러 건축물들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과 건축적 지식, 그리고 주변환경까지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건축이 아니더라도 유럽에 여행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참고가 될만한 책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선 부딪쳐 보고야 마는 작가의 실천력에 대해서 해보지도 않고 머리 속으로 계산만 하다 끝내곤 하는 나 자신의 실천력을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건축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연,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건축과 자연, 주변환경와 어울리지 않는 건축.

 

이 책에서는 두 종류의 건축이 모두 나오고, 그 나름대로 멋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건축은 주변환경과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멋을 뽐내고 있으며, 어떤 건축은 주변환경과 너무도 이질적이어서 오히려 그 지방의 명소가 되기도 했다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공통적인 점은 있다. 외관이 주변환경과 어울리느냐 어울리지 않느냐를 떠나 좋은 건축은 안에 들어갔을 때 온몸으로 느껴진다는 것.

 

안에 들어섰을 때 그 건축의 훌륭함이 스스로 드러나는데, 안에 들어왔음에도 그런 멋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건축으로서는 조금 떨어진다는 것.

 

하여 건축은 밖에서 보기도 하지만, 안에서 보기도 해야 한다는 것. 밖과 안에서 볼 때 훌륭한 건축은 정말로 좋은 건축이고, 이런 건축은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시간과 사람을 하나로 이어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유럽의 다양한 건축물이 나오고, 그 건축물에 대한 스케치, 그리고 사진까지 정말로 다양한 유럽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건축에 대한 유럽인들의 정신도 알 수 있는 책이었고...

 

이제 우리 사회도 서서히 건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실용과 아름다움의 조화, 단절과 연결의 가능성 등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 건축이 사람들이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때로는 독립되고 때로는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지닌, 그래서 함께 살아가는 장소로서의 건축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많은 건축가들의 분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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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건축 도시
정기용 지음 / 현실문화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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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 정기용 전집이다. 사실 순서가 바뀌었다. "서울이야기"가 2권이고, 이 책이 1권이라는데 서울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순서를 바꾸어 읽었다. 그런데 역시 전집은 순서를 정한 이유가 있다. 차라리 이 책을 먼저 읽었으면 "서울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훨씬 더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 책을 읽은 소감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충격과 전율, 공포 그리고 희망"이라고 하겠다.

 

우선 충격이다. 이런 건축이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니, 이렇게 사람과 건축과 자연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는 건축이론을 지니고 또 실행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우리나라 어디를 보아도 다 똑같은 건축물들 아니던가.

 

가령, 병원은 다 똑같은 모양이고, 조금만 큰 도시를 가면 거주지역은 모두 고층아파트이고, 교회들은 신도가 좀 생겼다 하면 거대화를 추구하고, 학교는 그야말로 말할 것도 없이 천편일률적이고, 관공서들의 모양새도 거의 같고...

 

그런데 이 같음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쳐도 여기서 같음이라는 말은 하나같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돌출되어 있다는 얘기다. 독불장군. 그냥 자신만이 잘났다는 듯이 우뚝 서 있는 건물들, 그래서 건축이 사람과 자연과 어울리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 닮았다는 얘기다.

 

이런 파괴의 동일성에 대한 단조로움을 거부하고 사람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주장하고, 그런 건축을 무주에 실현시킨(이 책의 뒷부분에 약간 나온다. 그리고 더한 설명은 강내희 교수의 해설에서 잘 이야기되고 있다) 건축가, 강내희의 말에 의하면 '공간의 시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건축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이 충격이 자연스레 전율로 나아간다. 우리도 이렇듯 자랑할 수 있는 건축가가 있었다는 사실에 온몸이 짜릿해진다. 건축 후진국이 아니구나. 우리나라 건축가들이 모두 토목만을 또는 정기용의 용어로 하면 건설만을 주장하지는 않았구나, 내가 너무 편협했구나! 하는 전율.

 

우리도 좋은 건축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기쁨. 정기용이 이 책에서 주장하듯이 서양 건축을 모범으로 삼을 필요없이 우리나라 생활에서 함께 했던 건축들을 모범으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이런 정기용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우리나라 건축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전율케 했다.

 

충분한 가능성. 지금의 난개발, 막개발에서 사람을 생각하고 자연을 생각하는, 그런 건축을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 그것을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 전집 출간을 책임진 홍성태는 이 책의 뒷부분에서 정기용을 '감응의 건축가''사회적 건축가'라고 부른다. 건축이 건축으로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와 어울릴 때 비로소 건축이 될 수 있음을 정기용은 이미 알고 있었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었기에 이런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리라.

 

이럼에도 충격과 전율이 곧 공포로 바뀌고 말았는데... 읽다가 기분 좋게 그렇지, 건축은 이래야 하지, 우리도 충분히 이런 건축을 할 수 있어 하다가, 용산 참사, 4대강 사업, 밀양 송전탑 등등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지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비무장지대를 개발지대로 바꿀지도 모른다고 정기용은 걱정을 했는데, 제발 비무장지대는 그냥 놓아두라고, 그냥 놓아두는 것이 가장 좋은 기념비라고 역설하고 있는데, 현실은 그냥 놓아두지 않을 거라는 생각.

 

그가 이 책에서 대학들이 얼마나 건축적으로 못된 짓을 하는지 말하고 있는데, 이것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자연을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니, 건축과가 있는 대학조차도 그런데 다른 곳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니 공포심이 밀려올 수밖에.

 

그러나 이런 공포는 극복되어야 한다. 막개발에 대한 사회적 반대가 공감을 얻어가고 있으며, 이제는 우리 사회도 어느 정도 사람을 생각하는 건축, 자연과 함께 하는 건축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공감대 형성에 정기용이 기여한 바가 많으리라. 그가 무주에서 한 프로젝트는 사람도 자연도 건축도 놓치지 않은 '건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러한 전례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본받게 할 테니 말이다.

 

하여 그는 말한다. 건축은 반복되지만 그 반복 속에서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니, 건축은 예전의 것 위에서 그 시대에 맞게, 그 사회에 맞게, 그 사람들에 맞게 차이를 변주해내야 하는 것일테다.

 

그렇다. 건축은 문이다. 문은 안과 밖을 나눈다. 경계를 보여주지만 문은 닫혀 있지만은 않는다. 문은 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구실을 한다. 그래서 문은 사적은 공간과 공적인 공간, 인간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을 구획지어주지만 또한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막바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박자 쉬고 연결하게 하는 역할, 그것이 문이다. 그렇다면 건축은 바로 사람들의 영역과 자연의 영역을 나누는 역할을 하지만, 또한 사람들의 영역과 자연의 영역을 연결짓는 역할도 한다. 마치 문이 하는 역할처럼.

 

하여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 인간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이 함께 어우러지게 할 수 있는 작업, 그것이 바로 건축이 된다. 바로 이런 건축이 존재하는 장소, 그곳이 바로 도시여야 한다고 정기용은 주장하고, 자신이 바로 이런 건축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는 '공간의 시인이자 감응의 건축가이고 사회적 건축가'이다.

 

이 책 어느 내용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 한 편 한 편의 글이 마음에 와닿고, 우리 현실을 생각하게 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물론 정기용도 지적하고 있듯이 건축가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건축가가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건축을 통해서 바뀐 세상을 미리 보여줄 수는 있다.

 

우리도 건축가와 마찬가지다. 우리 개개인이 한 방에 사회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자가가 서 있는 자리에서 미래에 이래야 하는 모습을 미리 구현하고 있다면 물방울 하나하나가 언젠가는 바위를 뚫듯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테니까.

 

그런 희망을 품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마지막으로 지닌 감정은 희망이다. 충격과 전율, 공포를 지나 이제는 희망으로... 이런 것을 보여준 정기용, 정말 고마운 건축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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