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응의 건축 - 정기용의 무주 프로젝트
정기용 지음 / 현실문화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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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 드물다.

 

우리나라 전라도 무주에서 일어났던, 그것도 10년에 걸쳐서 한 건축가가 한 마을을 건축하는 그런 과정을 건축가의 글로 직접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대체 건축은 어떠해야 하는가, 건축은 그 마을과 그 마을 사람들과 어떤 관련을 맺어야 하는가, 그리고 도대체 공공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하기 때문이다.

 

건축가라면 모름지기 자신만의 건축을 하고 싶어할 것이고, 그러한 자신의 건축을 실현시킬 기회를 얻는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기용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제는 비용에 있다. 사실 공공건축은 공개입찰을 한다. 이 책에 보면 당시인지 아니면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3000만 원 이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고, 3000만 원이 넘어서면 공개입찰을 해야 한다.

 

요즘말로 하면 주민자치센터, 또는 지역구청 건물을 설계하는데 건축가에게 3000만 원 이하로 받으라고 할 수 있을까? 건축가에게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데 그것은 건축이 실현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일 것이다.

 

공개입찰은 담합을 막을 수도 있지만(사실 4대강 사업에서 공개입찰을 했지만 담합을 했다는 증거나 나와 문제가 되기도 했으니,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공개입찰은 담합을 막고 투명한 선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축가가 한 마을을 건축하게 할 수는 없다. 한 건물을 건축하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군수와 건축가의 뜻이 맞아 무주 마을 건축이 이루어졌다. 정기용은 이를 무주와 자신이 감응을 하고, 군수와 자신이 감응을 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땅과 하늘과 감응하는 건축, 그리고 이런 건축이 사람과 감응하는 건축, 그가 바라는 건축이었다.

 

면사무소에 목욕탕을 설치한 것은 그가 처음이리라. 그 후 그를 모방한 건축들이 나왔다고 하는데, 그가 면사무소 건물에 목욕탕을 설치한 것은 바로 마을 사람들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건축가가 마을사람들과 감응하려고 노력하고, 그 감응을 무주라는 마을로 넓혀 갔으며, 무주라는 마을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감응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무주 마을 만들기에 참여한 많은 건축들이 있지만 이렇게 무주의 어른들을 위한 목욕탕이 있는 공공건축, 시골이라 할 수 있는 무주의 아이들이 뛰어놀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 밤하늘이 아름다운 동네에 천문대를 세워 별을 볼 수 있게 만든 건축, 마을 행사 때 내빈이라고 하는 사람들만 그늘에 있지 않고 모두가 그늘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한 공설운동장, 구청 건물을 건축할 때 마을 사람들이 언제든지 와서 머물 수있는 공간으로 만든 건축들 등등

 

이 책을 읽으면서 무주에 한 번 꼭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건축했기에 자연과 사람과 감응하는 건축이라는 것인지 사진이 아닌 실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의 끄트머리로 가면서 아니 무주는 가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이 책의 후반부에 보면 정기용 건축은 이미 개발에 묻혀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건축이 물론 원형 그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그도 말했듯이 시간을 받아들이는 건축이 좋은 건축일테니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자연과 사람과 감응하는 그 정신은 살아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많은 부분에서 그 점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는 개발 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 정말, 금수강산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름다운 산과 물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그런 자연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은 더 많이 사라졌겠지. 이 책을 쓸 당시가 벌써 8년이 넘은 과거이니...

 

그러나 이 책은 앞으로 마을 만들기를 하는 사람, 진짜 사람을 위한 건축을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좋은 참조가 될 것이다.

 

무엇이 공공건축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마을 만들기를 해야 하는지, 정말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지... 건축가와 공무원이 함께 어떤 지점에서 고민을 해야 하는지를 무주에서의 10년 기록을 통해 잘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너무 즐겁게, 좋게, 감동을 받으면서 읽었다. 이런 건축 시도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무주에 한 번 가봐야겠다. 어떤 식으로 정기용 건축이 시간을 받아들여 거기에 함께 녹아있는지 보기 위해서.

 

이 책에 나와 있는 말 가운데 기억할 만한 말들...

40.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무서워하는 대상은 국민이 아니라 감사원이거나 여러 법의 저촉 여부인 것이다. 이 일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는 그 다음 문제다.

79. 건축에서는 외관의 형식을 정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건축에서는 사람들이 원하고 사회가 원하는 삶의 형식을 실현시킬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먼저이고, 그 결과가 형태나 모양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는 건축의 기능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면밀한 관찰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보살펴 보는 배려에 대한 문제다.

96. 어떻게 보면 건축가는 영화인일 수도 있다. 어떤 호흡과 속도로 특별한 장면을 생성할 것이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지를 상상한다는 점에서 건축가도 영화인인 셈이다.

152. 세월이 지나면서 건축을 완성하는 것은 시간이다.

216-217. 건축가가 하는 일은 건물을 설계하기 이전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횡단하며 여러 가지를 사유해야 하고, 또 나아가서는 땅과 시대와 세상과 관습과 싸우기도 해야 하며, 모든 기술적․경제적 요인을 결합하는 능력도 발휘해야 하는 총체적 작업이다.

240. 소위 선진국이란 건물을 신축하는 데 드는 비용만큼 건물의 유지 관리 보수에 예산을 아낌없이 쓰는 나라들이다.

243. 건축가란 근사하게 집을 그리는 사람이기 이전에 우리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며 여러 가지 설계행위를 통해 건축을 미리 살아보는 사람을 의미한다.

262. 진보란 소위 좌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마음과 손길 속에 있는 것이다.

283. 산 자가 죽은 자를 기억하는 장소, 이것이 납골당의 존재 이유다. ... 이 세상의 모든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은 사실 산 자를 위한 것이다.

307. 우리에게는 위대한 건축가보다 우선 사회적인 필요성에 화답하는 보편적 해답을 보다 다수를 위해 생산해 낼 수 있는 ‘사회적 조절자’로서의 보통 건축가가 필요하다.

368. 건축가의 관찰력은, 우리의 농촌과 도시에서, 반복되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또한 그럼에도 어제와 오늘이 어떻게 다를 것인지, 그리고 우리 땅의 문제점은 외국의 것과 어떤 차이를 갖는지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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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온 인문학 - 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푸른들녘 인문교양 2
서윤영 지음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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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라는 글이 책 표지에 작게 적혀 있다.

 

'집'이라고 했지만 '집'으로 대표되는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 책은 건축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 지은이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집과 건축의 사회적인 측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7쪽)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듯이, 건축 역시 사회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사회를 떠난 건축은 있을 수가 없고, 사회와 사람을 더 잘 알도록 해주는 학문이 인문학이라면, 건축은 단순한 공학이 아니라 인문학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집 안과 집 밖

 

집 안은 우리가 사는 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중산층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는데,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을 경우 자연스레 이런 공동주택이 나올 수밖에 없음을, 로마시대와 산업혁명 시기,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개발 시기를 들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파트라는 현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한 다음에 왜 우리 한옥이 사라지게 되었을까를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역시 시대적인 변화와 한옥의 쇠퇴가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가 밀집하면서 한옥의 주재료인 나무를 구하기도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화재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건설을 막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여기에 일제시대로 넘어가면서 양옥이 우리 사회에 침입했다는 것. 그런데 양옥은 식민지의 유산일 뿐이라는 것을 영국이나 프랑스가 식민지 시대에 어떤 형식으로 집을 지었는지를 설명하면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집의 종류에 대해서 설명한 다음에 우리가 살아야 할 집에 대해서, 어째서 이렇게 집을 얻기가 힘들어졌는지, 역사시대에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착민의 생활을 했는데, 이제는 거의 유목민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경제라는 얘긴데, 경제에 따라서 이동이 결정되고, 이러한 이동의 양상에 따라서 주거문화가 달라지니, 지금 엄청나게 오른 집값으로 내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이 때 효과적인 주택정책, 또는 주거정책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함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가 있다.

 

단지 임대주택을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님을, 최근 임대주택과 아닌 주택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보면,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으니, 머리를 맞대고 좋은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부인 집 밖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말고 다른 건축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대표적인 건축물로 종교적인 건축물, 왜 절은 동향이고, 성당은 서향이며, 궁궐은 남향인지에 대해서 종교적인 역할이 작동하고 있음을 설명해주고 있다. 빛의 처리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고, 신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는.

 

여기에 감시라는 문제를 들어서 건축의 구조를 이야기하고, 또 감시의 대표격 건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물론 이 때 감시는 통제라는 말로 바꾸어도 무방하다.

 

감옥, 병원, 학교. 이 세 쌍동이는 모두 벤담이 말한 '판옵티콘'에서 나왔다고 한다.

 

다음은 보여주기, 즉 과시해서 구매를 유발하는 건축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슨무슨 '엑스포'이고, 백화점이며, 모델하우스다. 이것에 대해서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미 우리 자신도 이들의 전시에 포로가 되어 있지 않은가.

 

마지막인 역사적으로 남은 건축물들인데... 무엇이 역사 속에서 남아 우리 후손들의 감탄을 자아낼지는 두고보아야 알 일이다.

 

건축이라는 것이 특정한 사람들만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많고, 또 현대처럼 세분화된 전문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시대에서는 건축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더 많다.

 

자신이 살고 있고, 또 자신의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건축임에도 나 몰라라 하고, 남에게만 맡겨놓고 있는 상태는 바람직한 상태가 아니다.

 

적어도 12년의 교육을 거의 모든 사람이 받는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에 대해서 생각하고 알게 하는 교육이 과연 이루어지고 있는지...

 

교과목은 세분화되었는데, 정작 나와 관련있는, 내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교육이 되고 있는지...

 

12년 동안 교육을 받았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의미도 모르고, 또 자신의 손으로 먹을거리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무엇하나 제 손으로 만들지도 못하는 교육을 받고 어른이 되는 이런 현실에서, 그래도 참고서적만으로라도 이런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어른들보다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니 말이다.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의 주변을 둘러보라고... 주변에 보이는 건축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지금 청소년이 있는 바로 그 공간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기능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는 책이니, 적어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수학, 영어에 매달리기보다는 이런 책을 읽을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

 

건축은 곧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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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건축 - 지속가능한 저탄소 녹색도시를 위한 에너지 자립형 건축
니와 히데하루 지음, 박진아.백기석 옮김 / 인큐브(INKQV)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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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반드시 파괴가 동반한다.

 

그러나 지속적인 파괴는 결국 삶도 지속되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괴를 최소화하는 것, 파괴로 인한 파멸이 아닌, 지속가능한 파괴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그동안 인류는 화석 연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지구를 파괴하고, 결국 환경을 파괴하여 우리의 삶까지도 위험에 처하게 했다.

 

무분별한 발전이 초래한 결과는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여러가지 협정을 맺는다. 기후협약부터 시작하여 에너지 협약, 탄소 배출권 등등.

 

이러한 노력들은 지금까지의 소비 패턴을 유지하면 우리의 삶이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주요 요소를 찾아보자. 가장 간단하게 우리는 흔히 '의식주'라고 한다.

 

사실 순서를 바꿔서 '식의주'라고 해야겠지만, 하여간 이 '의식주'에는 파괴가 따른다. 파괴하지 않고는 '의식주'를 해결할 수가 없다.

 

입고 먹는 것은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요즘은 친환경적인 옷을 입자는 운동부터, 친환경적인 먹을거리 운동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니, '의식주' 중에 '의식'에 해당하는 것은 상당히 진전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이것들은 개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고. 자신의 생활습관만 바꾸면 되는데, 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비록 힘들다고 하지만, 의지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주'에 해당하는 것인데, 이 '주'를 단지 '집'에 국한시키지 않고 '건축'으로 확장한다면 참 문제다.

 

우리나라만 해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건물들이 엄청난데, 이런 건물들이 환경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간과하고 있을 때가 많다.

 

마침 '제로 에너지 빌딩' 활성하 방안을 우리나라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건물에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함으로써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의식'과 달리 이 '주'는 개인의 노력보다는 사회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를 법의 정비를 통해서 강제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한 '의식'과는 달리 '주'는 비용도 막대하게 들어 개인이 홀로 실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나라 차원에서 건물을 친환경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게 되는데, 그런 일들을 지금 세계 가국에서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노력의 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제로 에너지 빌딩을 짓고, 그것이 현재의 건물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나를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절반 이상은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으며, 앞으로 더 나은 기술 발전을 생각하면 지속가능한 건물로써 '제로 에너지 빌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 가정집, 회사 건물, 학교를 도시 내와 도시 밖으로 나누어 비교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사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수치를 보여주면서 내용을 이끌어가고 있어서, '제로 에너지 빌딩'이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능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여기에 가장 큰 복병으로 '경제성'이 등장하는데, 이 경제성 면에서도 효과가 있음을 수치를 통해서 보여준다는데 이 책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경제성' 운운하기 전에 먼저 우리가 살아야 함을 생각한다면, 건물들을 조금 더 비용이 들더라도 '제로 에너지 빌딩'으로 건축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한다.

 

지금 당장의 경제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현재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이를 계속 추진해 나가는 과단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지막에 해당하는 '주'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사회 전체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법적인 제도 정비일테고.

 

빙산을 향해 가는 타이타닉호를 멈출 수 있는 길, 그것은 바로 우리가 '의식주'에서부터 노력해야 하는데, 특히 '주'는 더 많은 파괴를 수반하니, 이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 '주'에 관해서, 충분히 가능함을, 또 우리가 실천해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착한 건축'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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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사유의 기호 - 승효상이 만난 20세기 불멸의 건축들
승효상 지음 / 돌베개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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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더욱 익숙하다. 이 말은 '집은, 혹은 건축은 단순히 기술적 구조적인 측면에서 세우는 물리적 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짓고 밥을 짓듯이 어떠한 재료를 가지고 일련의 사고 과정을 통하여 뭔가 만들어내 가는 것'이란 뜻이다.

... 도시의 가로에 빼곡히 들어서 있는 건물들 가운데 이런 의미에 부합되는 건축을 구별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믿는 한, 첫번째는 그 건물이 합목적인가에 있다. 두번째로 장소성을 들 수 있다. 세번째로 거론해야 하는 중요한 명제는 시대성의 문제이다.' (23쪽)

 

건축을 그냥 기술로만 파악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건축을 예술로 파악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승효상은 이 책에서 건축은 이런 개념으로만 설명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는 건축의 어원을 따져 건축(architecture)이 으뜸 혹은 크다는 뜻의 'arch'와 기술 혹은 학문이라는 뜻의 'tect'라는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해서 '원학(원학)'이라고 할 수 있다고 시작하는 글에서 말하고 있다.

 

그만큼 건축은 우리 삶의 원형이라는 말이고, 건축에는 우리 삶을 만들어가는 요소가 있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그는 겉으로만 화려한 건축을 무시하고 경원하고 있다. 겉모습이 아니라 생활이 반영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건축이야말로 의미가 있고, 그것이 좋은 건축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좋은 건축이라고 말하는 세 가지 요소를 보면 알 수 있다. 삶에 기여하는 합목적성과 그 시대, 그 공간에 어울리는 장소성과 시대성을 확보해야만 좋은 건물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우리 주변에서 좋은 건축이 어떤 것인가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건축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있다. 이 여행은 몸의 여행이자 사유의 여행이기도 하다.

 

책으로만 접한 건축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며, 그것을 자신의 사유로 끌어안아 자신의 건축으로 되살려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접 보고 느낀 결과는 책에서 생각했던 결과와는 다르며, 이런 보고 느끼고 생각함이 승효상의 건축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

 

이 책은 건축기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순한 건축기행이라고 하기보다는 승효상의 건축 사유 기행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겠다.

 

그는 세계 각지의 건축을 통해서 자신의 건축에 대한 사유를 확장시키고 만들어가고 있다. 그 점을 하나하나 건축기행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축물들을 그를 따라서 함께 보면서 느끼는 시간이 바로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되는데...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가서 보면서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 않으니 책을 통하여 여행하는 방법이 차선으로 선택된다.

 

그렇다. 이 책을 통해서 승효상과 함께 건축 기행을 한다. 그와 함께 건축에 대한 사유를 넓혀 나간다. 단순히 넓혀만 나가서는 안된다. 깊게도 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 것이 된다.

 

기행이나 공부의 가장 큰 목적인 결국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공부가 스승의 학문을 배워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야 진정한 공부가 되듯이, 건축 또한 세계 각지의 좋은 건축을 보면서 결국은 내 건축을, 우리의 건축을 생각해야 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건축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특히 이 책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빛에 대한 문제, 사람 삶에 대한 문제, 그리고 비움의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결국 건축은 삶일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의 삶에는 빛과 공기가 필수적이고, 이러한 빛과 공기는 공간이라는 비움으로 인해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테니...

 

몇 권 되지 않지만 건축에 대한 책을 읽으며 봐왔던 건축물도 있지만, 그것들에 대해 새로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책이고, 왜 그 건축들이 좋은 건축인지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책이어서 이 책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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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풍경 - 정기용의 건축기행 스케치
정기용 지음 / 현실문화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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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사람은 만난 적이 없고, 잘 모르는 데도 이상하게 믿음이 간다. 그 믿음이 웬만해서는 깨지지 않는다. 그가 하는 일이 모두 좋아 보이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눈에 반한 사람들이 그러려나? 아니면 자신과 맞는 무엇이 있을텐데, 그것을 말로 하지는 못하지만, 감각이 그냥 감응을 해 버린다. 거부할 수가 없다. 그냥 좋은 걸, 그냥 믿음이 가는 걸 어떻게 하겠는가.

 

내게는 정기용이라는 건축가가 그렇다. 그냥 믿음이 간다. 이 사람이면, 이 사람이 말하는 건축이면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의 책을 몇 권 읽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한 기적의 도서관 운동에 그가 건축한 기적의 도서관을 보아서였는지, 아니면 첫책을 읽고 아, 이 사람이구나, 이 건축가로구나 해서 그런지, 하여간 정기용은 내게는 믿을 만한 건축가다.

 

그래서 그가 건축에 대해 하는 얘기에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요즘 미술과 건축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그래봤자 초보자 수준이고, 사실 초보자도 안되는 그냥 제멋대로 생각하고 감상하고 아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미술과 건축이 통한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었고, 건축은 결국 인문학이라는, 사람살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기용이 쓴 책을 모두 읽고 싶은데, 시간과 돈이 허락을 해주지 않아 망설이고 망설이다 고르게 된 책이 이 책이다. 그가 스케치하고 글을 쓴 결과물들.

 

이제 다시는 그의 새로운 글이 나오지 않을테니, 천천히 시간을 두고 그의 책들을 읽어야지 하면서 고른 책이다. 역시 실망을 주지 않는다. 어느 곳에서 읽어도 좋을 책이고, 아무렇게나 읽으면 안될 책이다.

 

하나하나가 그의 생각이 건축과 자연과 감응을 일으켜 그림으로, 글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그림이, 글이 감동을 준다. 스케치라서, 그 건축물에 대한 사진이 없어서 보는 재미는 적을지 몰라도 스케치라는 것이 무엇인가?

 

여행 스케치는 기억에 남기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것들을 나의 장소로 나의 존재로 끌어들이는 일이면서, 동시에 나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모든 정보와 연결되는 '무의식적인 행위'다. 스케치로 담을 수 없는 것들은 '언어'의 힘을 통해 가져온다. (9쪽)

 

스케치란 그래서 시다. 소설이나 설명문처럼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고, 자신이 느낀 점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감정이 우선이다. 그 감정을 선으로 나타내는 것, 그것이 바로 스케치다. 그러니 스케치는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또 많은 것을 담고 있지 못하다.

 

시가 바로 그러하지 않은가. 다만 간략한 그 표현 속에 우리가 찾아내야 할 것들은 무궁무진한데, 그걸 읽어내는 재미가 바로 시다. 마찬가지로 스케치다. 여행 스케치. 그 스케치를 통해 우리는 작가가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작가는 스케치를 통해 무엇을 가져왔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발견이다. 발견의 기쁨.

 

이 기쁨은 건축을 다르게 보게 한다. 건축을 보는 눈을 갖게 한다. 건축을 바라보는 마음을 지니게 한다. 그래서 스케치는 시다. 건축은 인문학이다.

 

하지만 정기용은 말한다. 이러한 스케치로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언어를 동원한다고. 이 책에 나와 있는 스케치와 함께 하는 언어들은 그 자체로 시다. 너무도 많은 울림이 있는.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건축에 대해서 생각하면서도 시를 느끼게 된다. 시를 읽는 것만큼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된다. 고맙다. 건축이라는 유형물을, 어떻게 보면 딱딱한 고체인 건축을 부드러운 무형물로 바꾸어주고 있다. 언제든지 변형이 가능한 그러한 무형물로 건축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말하는 건축들은 장소를 지니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 기억과 함께 하는 곳, 그곳이 바로 장소고, 이 장소에는 역사가, 삶이 담겨 있다. 그런 공간을 그는 스케치와 글을 통하여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뿐이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냥 책을 펼쳐 읽으면 된다. 읽으면서 마음의 울림을 경험하면 된다.

 

삭막한 현대 도시... 그러나 이 도시에서도 우리는 울림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건축을 보는 눈이 아닐까 한다. 그 점을 정기용의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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