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미술 이야기 2 - 그리스.로마 문명과 미술 : 인간, 세상의 중심에 서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2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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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이다. 이번에는 그리스-로마 미술이다. 서양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미술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신화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 두 나라의 미술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인문학의 꽃이 미술이라고 할 정도로 미술을 통해서 역사와 문화와 삶을 다루고 있다. 미술이 이러한 모습들을 종합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비례도 좋고, 표현도 좋고, 지금 봐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미술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미술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리스-로마 미술에서는 그런 생각이 더 든다. 하긴 지금도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데생을 할 때 석고 두상으로 삼는 것이 로마 시대 아그리파의 두상이기도 하니...

 

그리스 미술, 도자기부터 신전, 조각까지 다뤄주고 있어서, 거기에 신화와 관련짓고, 역사와 관련지어서 설명해주고 있어서 좋다.

 

그리스 미술에서 그들은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신화를 통한 우회적인 표현을 했다는 것을,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켄타우로스와 싸우는 장면을 새겨 넣는 것으로 표현했다는 것, 지금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이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 등등.

 

로마는 그리스 미술을 지금 우리가 알게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지금 남아 있던 로마의 복제품들을 통해서 그리스 미술 역시 훌륭했음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로마는 대리석으로 조각을 했는데, 그리스는 청동으로 동상들을 만들었다는 것. 대리석보다는 청동으로 만드는 것이 더 많은 공정이 들어간다는 것.

 

그리스에서는 민주주의를 실현했기에 개인을 우상화하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면 로마는 공화정으로 가면서 개인의 능력을 과시하는 쪽으로 미술에서도 나타났다는 차이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미술 역시 사회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이러한 나라들의 역사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 미술품들은(특히 조각상들은) 현재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로마 시대의 작품을 통해 그리스 시대의 작품을 상상할 수 있으니, 그리스-로마라고 한 쌍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충분한 사진과 쉬운 설명으로 회화, 조각, 건축을 통한 그리스-로마의 역사, 문화, 생활을 알 수 있어서 좋다.

 

이번 권에서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고대나 중국 고대하고도 연결이 될 텐데, 거기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함께 다루었으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 책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나라가 그리스-로마이기 때문에 지니는 한계이기는 하겠지만, 동양도 함께 다뤄줌으로써 동서양 미술을 함께 비교할 수 있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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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1 -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 미술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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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쉽다. 미술이론서라기보다는 미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읽으면서 미술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쉽게 쓴 책이다. 게다가 미술만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미술이 어떻게 존재해 왔는지를 설명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미술을 통해 역사를 알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우리나라 사람이 쓴 미술사이기 때문에 서양인들의 관점에 치우쳐 있지 않다. 그렇다고 동양적 사고방식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세계 미술사를 설명하고 있다.

 

또 한 장이 끝날 때마다 난처하(음 한번 공부는)군의 필기노트가 있어서 요점 정리를 해주고 있어서 나중에 참고할 때도 도움이 된다. 지식을 얻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만이 아니라 역사, 그리고 그를 통해서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삶을 읽는 방법이 문자만이 아니라 미술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음을, 그래서 미술을 공부하는 것이 미술 전문가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임을 생각하게 해준다.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책은 원시 미술에서부터 이집트 미술,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미술까지 다루고 있는데, 다 기원전 역사를 다룬다. 관련 있는 미술이 있다면 중간중간 우리나라 미술도 소개하고 있다. 아주 먼 과거의 미술을 이야기해서 지금 우리 삶과 관련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음을 다음 구절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고대의 유물을 감상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우리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네요.

 

어쩌면 그게 미술사를 공부하는 목적일지도 모릅니다. 미술을 통해 긴 시간 인류가 품어온 바람이나 생각을 이해하고, 그것이 오늘날에는 어떻게 미술 작품에 반영되고 있는지 알아봄으로써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재료를 마련하는 겁니다. 이집트 미술이 마련해준 생각의 재료는 무엇보다도 죽음입니다. 이집트인은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했고 그 고민을 나름의 미학으로 승화시켰습니다. (354쪽)

 

이런 말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결국 미술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 삶을 공부하는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 우리 삶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이 책에서 메소포타미아 미술을 이야기하면서, 이집트는 죽음, 즉 내세나 영생에 대한 미술이라면, 그들은 그래서 현재의 삶은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했다면, 반대로 메소포타미아는 현재의 삶을 중시하는 미술이라고 한다. 그들은 왕의 권위를 보여주는(이집트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표현에서 차이가 난다) 미술을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모두 과거 미술만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죽음이라는 항목에서 현대 미술이 인간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도 함께 다뤄준다. 즉, 시대 순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관련이 있다면 과거-현대를 아우르면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냥 미술이 아니라 미술을 통한 삶에 대한 이해가 이 책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이해... 원시 미술에서 왜 황소나 그밖의 동물들을 그렸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 단지 사냥을 잘하게 해달라고. 아니면 공동체의 결속을 위한 종교적 목적으로? 여러가지를 생각해 본다. 미술은 단지 유희가 아니라는 것.

 

공동체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기에, 원시 시대부터 미술은 사람들의 삶과 떨어질 수가 없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집트 미술에서 그림이 보여주는 정형성이나, 피라미드나 미이라를 통해서 그들이 추구하는 삶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할 수 있고, 메소포타미아 미술에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남아 있는 미술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렇게 미술은 아무리 과거의 미술이라도 지금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왜 우리가 고전을 읽는가? 잘난 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읽는 것이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왜 미술을 공부하는가?

 

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내 삶을 정립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미술이라는 재료를 통해 과거 역사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을 찾아 삶을 이해하는 것, 그것을 통해 내 삶을 들여다 보는 것. 이 책은 그런 목적으로 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삶을 생각하면서, 삶이 미술로 이렇게 표현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다음 권을 기대하게 하는 책이다.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기는 하지만, 중간중간 사진이라 그림을 통해 설명을 잘해주고 있어서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그래 이 한번 공부가 두번, 세번의 공부를 부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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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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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카프카와 함께 빵을]이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아도 되는 책이다. 그런데도 카프카라는 이름을 빌린 것은 이 책에 나오는 한 카툰의 제목이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흔히 상식이라고 하는 것을 뒤집는 발상이 카툰에 많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카프카, 체코 말로 검은 까마귀라고도 한다는데, 이상의 오감도를 보면 도무지 논리로는 해결되지 않는 모습을 시로 표현했듯이, 카프카의 작품 역시 단순한 논리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난해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난해하다고 하는 것은 카프카 작품이 뚜렷한 결말을 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것은 그가 작품에 집착이 강해서 완성한 작품이 몇 안 된다는 것에 기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카프카와 함께 빵을] 이라는 제목은 우리가 보통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 상식이라고 하는 것을 뒤집는다는 의미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만큼 이 작품집은 단순한 논리로 볼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비논리적이지도 않다. 한장 한장 읽다, 보다보면 재미있기도 하지만, 와, 정말 그렇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카툰들도 많다.

 

재미있고, 기존의 논리를 뒤집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카툰으로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더 좋기도 한 그런 작품.

 

이 카툰을 보라.

 

집에 혹 책장이 있다면, 그 책장을 한번 살펴보고 이 카툰을 보면, 하하 하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로 수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의 책장에 있는 책들은 아마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것은 조금 과장한 것이긴 하지만, 참 현실적이다.

 

이 책장과 더불어 스마트 시대라고 하는 요즘을 풍자하고 있는 카툰.

 

정말이지 스마트 시대에 바로 곁에 책을 두고도 이북 리더기를 찾는 이런 모습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야, 이게 우리 미래 모습이라면, 이렇게 종이책을 만지며 종이책의 감촉을 느끼며 활자들을 따라가면 천천히 내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그런 여유를 이북 리더기에 넘겨주어야 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런 세상에 독서는 어떤 의미일까? 아니 관계는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게 해준다.

 

부조리, 모순?

 

이런 카툰들이 많다. 한컷 한컷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순간, 보는 순간은 행복해진다. 카프카라는 인물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굳이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아도 이 카툰집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지치고, 최장 장마 기간에 물폭탄에 지치고, 다가오는 무더위에 지칠 때 이 책을 읽는다면 시원한 마음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이 참에 한번 꼭 읽어보길, 보기를 (이 책은 읽는다는 표현과 본다는 표현이 모두 어울리는 책이다) 권한다. 특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이 카툰을 통해서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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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1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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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1 1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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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1 1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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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나 광장에서 베르니니와 만나다 - 로마가 사랑한 다섯 미술가
나윤덕 지음 / 을유문화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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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람들은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리스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이들은 조상 덕분에 수많은 관광객을 전세계로부터 불러 모은다. 엄청난 문화유산이다. 그리스가 고대 문화유산으로 지금도 득을 보고 있다면, 이탈리아는 르네상스 시대까지도 수많은 문화예술품들이 남아 있어서 더 많은 득을 보고 있다.

 

그것도 미술 분야에서 이탈리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술가들을 대보라고 하면 먼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든다. 이들이 모두 이탈리아에서, 그것도 로마에서 활약한 작가들이다. 이들 말고도 더 많은 이름을 댈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카라바조, 베르니니, 보로미니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잘난 조상을 둔 덕분에 로마는 지금도 전세계인들이 한번씩은 들러보고 싶은 도시가 되어 있다. 로마뿐이 아니라 이탈리아 곳곳이 그러한 조상들로 인해 지금도 명성을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관광객들이 이러한 문화유산을 꼼꼼하게 보고 지나가는가 하면 아니다.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으로 휙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유산이라도 짧은 시간에, 그것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감상하게 되면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다. 그런 점을 아쉬워한 작가가 로마의 '나보나 광장'을 중심으로 다섯 명의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들려주고 있다.

 

많은 사진들과 그들의 일생이 흥미롭게 펼쳐져 있어서 좋다. 읽으면서 재미와 지식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많은 작가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 명의 작가들을 뽑아 그들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더 좋다.

 

미켈란젤로로부터 시작하여 라파엘로, 그리고 카라바조, 베르니니, 보로미니를 다루고 있다. 미켈란젤로야 더 말할 것도 없이 세계적으로 너무도 알려진 사람. 예술에 대한 그의 고집,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심지어는 교황에게도 굽히지 않는 성정들에 대해 이 책은 잘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 미켈란젤로와 다른 성정의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으로도 유명한 그가 그 그림에서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얼굴과 자신도 등장시키고 있다는 것.

 

빛을 너무도 잘 살린 카라바조. 성당 건축부터 조각까지 능력을 발휘한 베르니니와 보로미니. 하지만 사이가 너무도 나빴다는 협조자에서 경쟁자로 변한 그 두 사람의 관계까지 이 책에서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된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작품 사진들, 성당 사진들을 통해 이들이 만들어낸 예술 세계를 만날 수가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는 책.

 

로마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가고 싶은 마음을 늘 지니고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그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는 책이다. 아마도 로마에 가게 된다면 가기 전에 꼭 다시 읽고 또 지니고 가고 싶은 책이다.

 

자, 이 책에서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 왜곡되었다는 것. 시스티나 성당에 천장화를 그리는 미켈란젤로. 누워서 천장화를 그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그런 글을 보았더라? 생각은 안 나지만. 이 책에서는 이 부분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이 어느 것일까?

 

'흔히 추측하는 것처럼 미켈란젤로는 비계 위에 누워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다. 그가 설계한 구름다리 형태의 비계 위로는 일하는 사람들이 서서 걸어 다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을 늘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비계 위에 올라선 미켈란젤로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팔을 위로 쭉 뻗은 자세로 천장에 그림을 그렸다.' (77-79쪽)

 

아마도 오랜 세월에 걸쳐 그림을 그리려면 누워서 그리기는 힘들었으리라. 그렇다 해도 이렇게 그림을 그리면 눈과 몸이 망가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이런 글들이 이 책 곳곳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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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 - 우리가 ‘여신’ 칭송을 멈춰야 하는 이유
이충열 지음 / 한뼘책방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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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등장하는 그림이 많다. 특히 누드화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누드화에서 여성들은 서 있기보다는 (물론 서 있는 그림도 있지만 많은 그림에서 여성들은 옷을 벗은 상태에서 누워 있다) 누워 있는 그림이 많다.

 

왜 그럴까? 여성의 몸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시선으로 남성의 성적인 욕망을 극대화 하는 쪽으로 몸을 이리저리 뒤틀기 때문이다. 오로지 남성의 시선에 만족감을 주기 위한 구도.

 

많은 그림에서 누워 있는 누드화가 많다. 그것도 종교가 유럽을 지배하던 시대에는 여성의 나체를 그리기 힘들었지만 성서에 나오는 인물이나(유디트, 수산나) 신화에 나오는 인물(비너스,다나에 등)의 누드화는 가능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들을 남성 작가가 표현했을 때는 남성의 시선에 알맞게 표현했다는 것, 적장을 죽이는 유디트가 지나치게 연약하고 아름답게 표현이 되어 있다든지, 하녀는 있으나마나 한 존재로 표현이 되었다는 것. 수산나 역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점이 잘 느껴지지 않게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르테미스라는 여성 화가에서는 주류 남성 화가들과는 다른 면을 볼 수 있기에 그 그림을 예로 들어서 왜곡된 시선으로 표현된 여성들을 설명하고 있다.

 

(한 가지를 더 덧붙이면 저자는 단지 남성의 시각에서 왜곡된 여성의 몸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그림이나 조각을 통해 주류의 시각이 어떻게 관철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남성-백인-귀족'을 중심으로 하는 관점이 미술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음을)

 

신화에서 미의 여신이라는 비너스를 많이 그리는데, 어느 순간 누워 있는 비너스를 그리기 시작하고 그런 유형의 그림이 대세를 차지하게 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성적 환상을 갈구하는 남성들의 시선에 부응하고자 하는 화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한다.

 

'성적 대상화를 위해 곡선을 강조하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균형 잡으며 서 있도록 그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럴 때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비너스를 눕히는 것입니다.' (112쪽)

 

바로 이것이다. 비너스가 누운 이유는, 비정상적인 몸을 그릴 수 있는 방법, 그것이 바로 눕히는 것이다. 세계 명화라고 별 생각없이 보는 그림에도 이처럼 주류 시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비판적인 관점을 지니지 않으면 그런 관점을 자신의 관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뒷부분에서 저자가 만든 '충열 테스트'를 제시한다. 같은 나체 그림이라고 해도 남자의 시선에 복무하는 누드와 자연스럽게 그런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네이키드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충열 테스트'는 세 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필연적인 노출인가?

② 표정과 동작의 의도가 명확한가?

③ 직업, 나이, 성격, 등 개인적 특성을 알 수 있는가?

 

이 중에 아니오가 두 개 이상이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누드'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 필연적이지 않고 의도도 명확하지 않고 개인적 특성을 알 수 없는 그림은 남성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목적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그림을 세계 명화라는 이름으로 어릴 적부터 보아 왔다.

 

그렇다면 이런 누드화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제시된 네이키드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벌거벗음인데, 그것은 자연스레 옷을 입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네이키드는 단지 옷을 입지 않은 몸의 상태입니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 옷을 입지 않은 것처럼, 옷이라는 껍데기를 걸치지 않은 상태. 어떤 꾸밈 장치도 없는,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중요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몸을 바로 네이키드라고 정의하고자 합니다. 네이키드는 숨기거나 가리거나 치장하지 않기 때문에 삶의 흔적과 현재가 드러납니다.' (157쪽)

 

우리에게 필요한 그림은 바로 이런 성을 왜곡한 누드화가 아니라, 네이키드화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알아야 대응을 할 수 있다. 모르고 왜곡한 시선과 관점을 계속 지니고 있다고 면죄부가 발행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잘못이다.

 

알아야 한다. 그래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어느 한 쪽 성이 다른 성들을 지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정한 성의 관점에서 다른 성들을 해석하고, 그들의 눈에 비치도록 미술 활동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특정 성의 관점을 포함하여 주류의 사고가 우리 세상을 왜곡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이 책은 미술 작품을 통하여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실전문제까지 제시하면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진단 테스트가 있는데 많이 알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그림에서 아담의 탄생이라는 부분이다. 이 그림을 제시하면서 저자는 이런 질문을 한다.

 

진단 테스트 1

 

  이 그림은 르네상스 '3대 천재' 중 하나로 불리는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천지창조> 중 일부입니다.

 

1. 그림에서 하나님의 성별과 피부색, 연령대는 어떠한가요?

2. 성경에 하나님이 백인 노년 남성으로 정의되거나 묘사된 부분이 있나요?

3. 성경에 2번과 같은 묘사가 없다면, 미켈란젤로는 왜 하나님을 백인 노년 남성으로 그렸을까요?

(14-15쪽)

 

이렇게 그림을 다른 시각에서 보도록 알려주고 있다. 읽어보면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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