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페미니즘 - 청소년인권×여성주의 청소년 벗
호야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고 난 뒤 갑자기 오래 전에 들었던 노래, 신형원이 부른 '유리벽'이 떠올랐다. 유리벽. 우리를 가두고 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노래 가사에서는 아무도 깨뜨리지 않네라고 했는데...
 
'내가 너의 손을 잡으려 해도, 잡을 수가 없었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나를  슬프게 하였네. 나는 느낄 수 있었네. 부딪치는 그 소리를, 사랑도 우정도 유리벽 안에 놓여 있었네. 유리벽 유리벽 아무도 깨뜨리지 않네. 모두가 모른 척 하네, 보이지 않는 유리벽' (신형원, 유리벽 가사 일절)
 
페미니즘은 어쩌면 보이지 않던 유리벽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모두가 보지 않는 유리벽이라면 우리는 그 속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 속에, 받아온 교육 속에서 우리는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강고한 유리벽을 주변에 설치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 유리벽 속에 갇혀 절대로 나가려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유리벽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 유리벽을 깨뜨리는 사람을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으로 비난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한 채, 갇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왜 나를 힘들게 하냐고 도리어 역정을 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페미니즘이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유리벽 안에서 그냥 조용히, 편안하게 살아가려 했던 사람에게 유리벽 존재를 알려주고, 그 유리벽을 깨라고 하고 있으니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유리벽을 깨기 위해서 자신이 안 다칠 수는 없다. 다침을 각오하고 유리벽을 깨야 한다. 아니, 유리벽이 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 인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자신의 잘못을 극구 부인하면서 남탓이나 환경탓으로 돌리는 사람을 많이 보아 온 우리는 잘알고 있다.
 
남탓, 환경탓을 할 수 없게 페미니즘은 이런 일에는 바로 네가 두르고 있는 유리벽이 있어라고 말해주고 있으니, 기득권을 많이 지니고 있을수록 페미니즘을 비난할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그들이 지닌 유리벽은 더 크고 두꺼울테니, 그 안에 있으면 더 편안하고, 굳이 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그것을 깨기에는 너무도 힘들 테니 말이다.
 
자신의 온 존재를 걸고 깨야 하는 유리벽인데, 그래서 유리벽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데, 자꾸 유리벽이 있다고 알려주고 있으니, 깨라고 하고 있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페미니즘이겠다.
 
하여 유리벽을 깨지 않기 위해서 페미니즘을 공격한다. 역공이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페미니즘을 여성우월주의, 또는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문란한 사상으로 공격한다. 그리고 이런 공격에 기득권들이 결집한다. 한 목소리를 낸다.
 
조금도 자기들이 지니고 있는 이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이런 몸부림이 클수록 우리에게는 유리벽의 존재가 더 잘 드러난다. 그렇게 유리벽의 존재를 알려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청소년인권과 여성주의를 결합한 책이라고 하는데,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여성에, 청소년이 결합하면 이들이 얼마나 많은 억압을 받고 있는지, 이들 주위에 얼마나 많은 유리벽들이 설치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글쓴이들이 자기들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차별받고 억압받아 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됐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나는 '남성-어른, 시스-젠더(성전환하지 않은), 헤테로(이성애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존재로 지내오면서 무의식 중에 얼마나 많은 편견을 담은 말들을 뱉어냈고, 또 행동을 했을지를 생각하면 -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과연 내가 그런 말들과 행동을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내가 저질러 놓고도 전혀 알지 못하고 넘어간 일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하다.
 
내 주변에 얼마나 두꺼운 유리벽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주변에서 성소수자를 단 한 명도 발견하지 못한 지금까지 내 생활을 보면 내게 유리벽이 있었음이 분명한데... 여전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른다는 점이 부끄러운 것이다.
 
평등한 사회, 평화로운 사회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이다. 중간에, 또 높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가장 힘든 자리에 있는 사람,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다.
 
그런 사회야말로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평등과 자유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또는 애써 무시해 왔던 유리벽을 보여주고,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동등한 사람으로 과연 그들을 대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내가 너의 손을 잡으려 내밀지도 않았는지 모른다. 유리벽을 내가 공공연하게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책은 나로 하여금 내 말들, 내 행동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또 나한테 유리벽이 있는지도 살피게 해주고 있고.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어른들, 나와 같은 '남성-어른, 시스-젠더, 헤테로'들은 당연히 읽어야 하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소수자들도 읽어야 한다. 그러면 위안을 얻고 해결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꽉 막힌 수구꼴통들, 보수 기독교 단체들, 정치인들 이런 책들 좀 읽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어른이 너무도 적은 우리 사회에서 이들은 더 안 읽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책에게 손을 내밀어도 유리벽에 막혀 책을 잡을 수가 없는 건지... 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부터 그런 건 없습니다 - 당연할 수 없는 우리들의 페미니즘
김양지영.김홍미리 지음 / 한권의책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미니즘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성체 훼손부터 시작해서, 음란표현이라는 말도 나오고... 도대체 페미니즘이 뭐라고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지.

 

굳건한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도 강한 벽에 균열을 내고, 그 벽을 부수기 위해서는 더 강한 망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망치는 그 벽을 부술 때까지만 써야 한다. 벽이 부숴지기 시작했는데도 계속 쓰면 그때부터 망치는 흉기가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에 평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게 평가한다. 아직도 여성이 수많은 차별을 받는다는 사람이 있고, 웬만큼 나아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엉뚱하게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높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페미니즘이란 망치에 대해서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여성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남성보다는 낮은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다. 동등한 능력(과연 그런 능력을 동등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을 지니고 있어도 여성은 남성보다 더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이라는 말이 문제가 있다면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직장에서 일을 하더라도 가정에서도 남성보다는 더 많은 역할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불평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불평등이 지금도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데... 여성에만 국한되어 운동하는 것이 페미니즘은 아니다. 페미니즘은 사회에서 차별받고 억압받는 소수를 위해 함께 일하는 운동이다.

 

여성만이 아니라 성소수자, 외국에서 온 이주민 등등이 모두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다. 적어도 내가 이해하는 페미니즘은 그렇다.

 

그러므로 페미니즘은 남녀, 또는 다양한 성을 막론하고 누구나 주장해야 하는 운동이다. 특정한 소수만이 추구하는 운동이 페미니즘이 아니다. 페미니즘 운동에서 남성이 빠져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페미니즘에 대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한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남녀의 행동 차이, 특히 예전에 여성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남성이 힘으로 키스를 하는 장면, 무슨 로맨틱.. 그건 그냥 성추행일 뿐인데... 성추행이 미화되던 드라마, 그 드라마를 보고 자란 남성들, 그래서 몇몇 남성들은 여자들의 노는 예스라고 생각하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는데...

 

그런 잘못을 잡아가기 위해 조금 더 강하게 페미니즘에서 주장하는 것들이 있다. 그건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주목도 받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잊혀지기 때문이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대동소이(大同小異)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차이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많은 부분에서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그 다른 점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점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남녀나 또는 다른 많은 성들이 차별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런 세상이 바로 화이부동의 세계다. 조화를 이루지만 결코 같아지라고 강요하지 않는 사회. 그게 바로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사회 아닐까.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 페미니즘이 그런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에게 '대동소이, 화이부동'의 세계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것 아닐까.

 

이 책은 참 쉽게 쓰였다. 읽기에도 편하고 내용도 잘 들어온다. 그리고 여러가지로 생각할 것도 많고.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게도 해주었고.

 

꽤 오래 전에 보았던 무표정한 남녀의 사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갖기도 했고... 그럼에도 책 후반부에 각 딸과 아들을 낳은 페미니스트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게 되는 일을 읽으며 '대동소이, 화이부동'의 세계는 몇몇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는 것.

 

사회가 전체적으로 변하도록 제도를 바꾸어가야 한다는 것, 육아 휴직제도부터 군대 문제, 그리고 학교 교육 및 직장 문화까지 심지어는 정치제도까지 바꾸지 않으면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여전히 강한 벽으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페미니즘이 강하게 우리 사회를 강타한 것처럼 호들갑 떠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니다. 여전히 페미니즘은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드리워져 있는 벽이 강하다. 그 강한 벽에 이제 겨우 금을 내고 있을 뿐이다.

 

그 점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덧글

 

약간 의문.

 

19쪽.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 '나무꾼은 아이 셋을 낳은 후'라고 되어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무꾼은 아이 둘을 낳자 감춘 옷의 행방을 알려주었다. 이 점은 고쳐야 할 듯

 

191쪽. 안녕(晏寧), 안식(晏息)에서 한자 晏자를 썼는데 이 安 자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쓰고 있다. 확인이 필요하다. 고쳐야 할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월 - 하
김성재 지음, 변기현 그림 / 길찾기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권에서는 진실이 밝혀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가족을 위해 보안사(보안사는 지금 기무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짓은 여전하다. 지금 기무사가 촛불 시위 때 계엄령을 계획했다는 문건이 폭로되고 있지 않은가...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프락치 노릇을 할 수밖에 없던 인물이 나온다. 정의로웠던 고중사가 보안사에 끌려가게 되고, 그는 가족을 담보로 자신에게 못할 짓을 시키는 그들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고중사는 자기 의사와는 다르게 시민들을 죽일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는 이것이 빌미가 되어 훗날에도 이들에게 이용당하게 된다. 딸의 수술을 책임져주겠다는 안기부 말에, 그가 다시 광주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해치려고 하는 것이다.

 

다만, 그는 진실에 깊이 들어가지 않길 원하고, 진실이 묻히기를 원하는데, 이미 자신의 몸에 묻어 있는 더러움을 씻을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못할 뿐인데...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을 안다. 결국 딸도 역시 죽고 마니.

 

이것은 김태진의 아버지 김세환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버지를 미끼로 삼아 그들은 김태진을 프락치로 만든다.

 

시민군으로 위장해 도청에 들어가게 한다. 그가 사랑하던 사람, 윤시은의 목숨을 살려준다는 조건으로. 그가 제보한 정보에 의해 광주의 진실은 광주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진실을 나르려던 사람들은 죽게 되고.

 

광주민주화운동 마지막날. 그는 진실을 알게된 윤시은을 살리려 하지만, 결국 윤시은도 살리지 못한다. 그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여기에 아버지를 미끼로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러니 그가 온전한 삶을 살겠는가. 그에게 남은 생이란 없는 삶일 뿐이었다. 이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김태진. 그가 맞닥뜨린 진실은... 감당하기에 너무도 힘든 진실이다.

 

하지만 그 진실은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여전히 묻혀 있다.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익명의 제보자(아마도 고중사이리라)에게서 암매장한 위치를 파악하고, 발굴 작업을 한 결과 세 구의 시신을 발견하지만... 그것은 광주와는 전혀 관계없다는 공식 발표로 끝나고.

 

여전히 진실을 묻어두려는 자들이 힘을 얻고 있고,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은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화는 보여준다.

 

교차된 시점..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어설픈 행복한 결말로 끝내지 않고, 진실이 여전히 묻혀 있는 것으로,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고 진실을 밝히려는 모습을 보이며 만화는 끝난다.

 

지금도 여전히 발포 명령자와 암매장된 장소 등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너무도 깊숙하게 숨겨 그것을 찾는데 많은 시일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긴 여진히 광주민주화운동을 빨갱이들이 선동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니다.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아무리 세월을 잊으려 해도 달이 우리를 환히 비추듯이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밤일수록 달빛이 더 밝듯이 진실을 감추려는 세력이 있을수록 진실을 드러내려는 노력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 이제는 국가적인 기념식도 하지만, 기념식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 만화는 그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광주의 진실을 알기 전 자기 출세만 생각하던 김태진과 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모두가 읽었으면 하는 만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월 - 상
김성재 지음, 변기현 그림 / 길찾기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발의 총성으로부터 시작한다. 살인으로 인한 생활의 변화. 주인공 김태진은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바뀌게 된다.

 

그토록 저주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전 안기부 1차장이었던 사람을 쏜다. 그리고 그 여파로 검사로 임용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귀던 여자 친구와도 헤어지게 되고. 절망에 몸부림 치던 그가 술에 엉망이 되어 집에 널브러져 있을 때 찾아온 여자, 한승미.

 

그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그는 자신이 재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광주로 내려간다. 한 장의 사진을 들고서.

 

기차 안에서 만나게 되는 티죠아웅과도 이야기가 얽히게 되는데, 어쩌면 티죠아웅은 광주의 비극을 더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버마에서 도망쳐 나와 난민 신청을 한 티죠아웅, 그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는데, 그가 외치는 말이 광주가 여전히 진행형임을 알려준다.

 

"민주혁명을 성공한 나라가 이게 뭐예요? 욕하고, 때리고. 돈 달라고 하면 불법체류로 신고하고!!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잖아요!!"

 

이 말에 광주는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광주 혁명이라고 해도 좋다. 이것이 과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재 우리들 삶을 바꾸어야 한다.

 

해방구였던, 자치 민주주의를 꽃피웠던 광주가 과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광주는 현재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온 힘 없는 사람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광주가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 만화에서 티죠아웅을 등장시킨 이유는 광주를 과거로만 기억하지 말고, 또 한때 영광스러웠던 투쟁으로만 기억하지 말고, 우리가 계승해서 실현해야 할 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지 않나 싶다.

 

이렇게 광주로 내려가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 티죠아웅은 광주를 좋은 도시라고 하고, 그가 한승미와 연관이 되어 있음이 밝혀진다. 여기에 윤태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다혈질인 인물. 김태진이 김세환의 아들이라는 말을 듣고 그를 폭행하는 인물.

 

한승미나 윤태구는 5.18때 아버지가 실종된 사람들. 실종이 아니라 암매장이라고 해야 맞다. 암매장된 아버지 유골이나마 찾으려고 하는 인물인데, 이들에게 그 열쇠를 지고 있는 인물이 김태진의 아버지 김세환인 것이다.

 

김세환은 폐인으로 평생을 살아가는데, 그가 전 안기부 1차장을 총으로 쏜다. 그리고 그는 자해를 한 뒤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게 된다.

 

만화의 상권은 아들인 김태진이 자기 출세를 위해서 아버지를 이용하려고 광주에 내려가 진실을 캐기 시작하는 것으로 끝난다.

 

아버지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왜 아버지가 전 안기부 1차장을 쏘아죽였는지, 자신의 아버지와 한승미, 윤태구 아버지는 어떤 관계였는지, 그리고 사진 속 인물들은 어떻게 되었는지를 하권으로 넘기고 있다.

 

광주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버지와 아들을 통하여, 두 사람의 시점이 교차하게 함으로써, 또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만화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흥미를 잃지 않게 하면서 광주에 깊이 들어가게 해주는 만화이다. 다음은 하권으로...

 

덧글

 

책 리뷰를 쓰기 위해 상품 검색을 하는데, 망월 같은 경우 상, 하 두 권으로 되어 있고, 만화책이라 한꺼번에 상, 하권을 묶어서 쓰고 싶은데, 상품 검색에서 상,하 두 권을 함께 찾을 수가 없다. 알라딘이 그 점을 좀 개선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럼 이렇게 상, 하로 나누어 쓰지 않아도 되고 좋지 않은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7-20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0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넬슨 만델라의 말로 시작한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그렇다.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동학대가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 말만큼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 아동학대로 죽어갔던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를 생각하면 우리 사회의 영혼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아동학대에 대해서 쓴 책이다. 제목이 이상한 정상가족이라고 해서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 쓴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읽어보면 아동 인권을 주제로 삼았는데, 아동 인권이 가장 심하게 침해당하는 장소가 바로 가족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흔히 가족하면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곳, 아이들이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을 읽어보면 아동 학대의 출발점이 바로 가족이다. 그러니 이상한 정상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보통 아동 학대하면 정상가족이 아닌 곳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사실 정상가족이라는 용어 자체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도대체 정상가족이 아닌 가족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정상가족이다 아니다는 가족의 형태로 이야기할 것이 아니다.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을 나누는 기준은 가족이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느냐의 여부로 따져야 할 것이다. 그러니 '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말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아이 목숨을 부모가 끊어버리는 일, 그것은 동반자살이 아니라 살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자녀 살해 후 부모 자살'이란 표현이 적절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만 생각하는 부모가 있는 가정은 정상가족일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체벌로부터 시작한다. 우리 사회는 부모의 체벌에 대해서는 참으로 관대하다.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일은 그럴 수도 있지, 우리도 그렇게 자랐어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제기하듯이 체벌과 학대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 기준을 나눌 수 없다. 스웨덴에서 린드그렌이 한 연설에서 아이가 회초리 대신 돌을 가지고 왔다는 엄마의 말, 그 엄마는 어떤 형태의 체벌도 교육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돌을 주방에 두고 늘 살폈다는 것.

 

법적으로 부모의 체벌을 완전히 금지한 스웨덴,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체벌 금지를 택한 많은 나라들, 우리도 형식상으로는 체벌금지지만, 여전히 체벌은 일어나고 있다. 아직도 아동 인권에서는 많이 못 미치는 나라인 것이다.

 

아동인권에 중요한 요소가 바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음이 비정상가족이라는 이상한 말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미혼모, 입양아, 다문화가정, 한부모 가정 등을 비정상가족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이다. 이런 가정을 삐딱한 눈으로 보게 되면 그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사회가 집단적으로 차별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는 것.

 

그런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 사회도 아이들의 인권이 보장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 아이가 제대로 대우받아야 우리 사회가 좋은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체벌은 학교에서는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데 - 완전히는 아니다. 여전히 학교에서 체벌은 일어나고 있고, 학교가 아닌 사교육 현장에서는 체벌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소위 돈 내면서 맞으려 다니는 아이들이 수없이 많은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 아동학대에 왜 화장이나 염색 규제 또는 교복은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규제하는 것, 이것 자체가 이미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누구나 똑같아야 한다는 폭력 아닌가, 그런 폭력이 교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교육이라는 가면을 쓰고 행해지니, 이것 역시 아동 학대라는 생각이 든다.

 

체벌이 법적으로 교육현장에서 금지되었지만, 상벌점이라는 이름으로 화장 등 각종 규제가 아이들을 옥죄고 있는데, 이것으로 인해 아이들이 두려움을 지니고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아이들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 교칙이 결국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이 곧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일을 내면화하게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이 결국 폴란드 교육학자인 코르차크의 말로 대변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세상에는 많은 끔찍한 일들이 있지만 그중에 가장 끔찍한 것은 아이가 자신의 아빠, 엄마, 선생님을 두려워하는 일" (217쪽)

 

그래서는 안 된다. 이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7-02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2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2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2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18-07-02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넘 좋죠 올해 상반기에 읽은 책중에 최고 였습니다 ^^

kinye91 2018-07-02 19:55   좋아요 1 | URL
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2018-07-02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3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