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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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가 참 힘든 책이었다. 읽어야 한다고, 그래서 알아야 한다고, 머리에 마음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그렇게 의무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몇 쪽 나가지 않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인 이 이야기를 어떻게 쉽게 읽을 수가 있나? 자꾸만 과거로 묻으려는 세력과 현재에서 해결되지 않은 미래에도 지속되지 않는 이야기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누구 편에 서야 하는지 명확한데, 그런데... 또 과거로 돌아가려 하는 세력이 우세한 현실에서... 도대체,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는 일이라면, 그것도 반드시 해야 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무도 무겁다. 무거워서 더 이상 읽고 싶지 않다.

 

어쩌란 말이야, 도대체, 이 나라가 이 모양인데, 이 나라를 다스린다는(? - 이런 말 하고 싶지 않다. 누가 누구를 다스리단 말인가, 민주주의 시대에. 공화국이라고 하는 이 나라에서 말이다) 사람이 아무런 생각도 없고, 책임의식도 없이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는데...

 

금요일에 돌아와야 할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진실을 밝혀야 할 언론이 등을 돌리고 있고, 이를 책임져야 할 정부가 손 놓고 있고, 정치권은 오로지 자신들의 잇속만을 위애 이전투구를 반복하고 있고, 황당한 말을 믿는 사람들은 진짜 황당한 짓을 하고...

 

진실은 '세월호'와 더불어 아직도 깊고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데, 우리는 절규한다. 제발 '금요일엔 돌아오렴'하고.

 

금요일엔 돌아와서 생명들이 돌아와서 진실이 함께 돌아와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고...

 

진실 규명이 무엇보다도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일이라고, 유족들이 상처를 바로보고 치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누구 말대로 '세월호'는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었기에,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1부, 2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참 읽기가 힘들다. 너무도 감성적이므로, 마음에 콕콕 들어와 박혀 우리들에게 이게 '세월호 사건'이라고 알려주고 있기에.

 

세상에 자신의 자식이 주검으로 발견되어 왔을 때 그것을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 현실이... 그 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하는 유족들의 말이 어떻게 편하게 읽힐 수 있단 말인가.

 

읽으면 읽을수록 '세월호'을 암흑의 바닷속에 그대로 놔두려는 세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아직도 '세월호 특별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고, 그리고 곧 세월호 1주기가 되는데...

 

도대체 뭐하고 있는지... 그냥 진실을 가리려고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잊지 않아야 한다고, 아직도 우리에겐 '금요일'이 오지 않았다고, 그 금요일에 생명들과 함께 '진실'도 함께 오게 해야 한다고.. 그것은 실종자 가족들과 유족들뿐만이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들의 몫이기도 하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갖게 해준 책.

 

읽어서 불편하고, 마음이 너무도 짠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읽어야만 하는 것은 '진실'을 가두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왜 우리가 세월호에 대한 진실을 찾아야 하는지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인식하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육성기록이기에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그런, 제발 '금요일엔 진실과 함께 돌아오렴' 이렇게 외치고 싶은, 그런 읽기였다.

 

진실이 돌아오게, 진실을 밝히게,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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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세대 -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올리버 예게스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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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기회는 눈 앞에 있다. 그런데 눈 앞에 있을 뿐이다.

 

무언가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머뭇거리기만 한다. 아니 자신이 결정하지 않는다. 누군가 해주길 바랄 뿐이다.

 

자신이 결정하지 않고 따르기만 했기에 책임이 없다. 다 남 책임일 뿐이다. 내가 책임지지 않으니 내가 결정할 일이 없다.

 

결정은 없다. 주어질 뿐이다. 주어진 길을 갈 뿐이다. 그게 인생이다.

이게 지금 우리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이다.

 

이상하게 독일 청년들의 이야기를 보편화한 글을 읽고 있는데, 자꾸 우리나라 청년들의 모습이 겹쳐왔다.

 

아니,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지금 시대는 같은 나라,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는 비슷한 나이 대의 사람들이 더 친숙해질 수 있는 시대다.

 

우리나라 사람 20대와 50대보다는 우리나라 20대와 독일 20대가 더 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통할 수 있다가 아니라 통한다. 세대간의 유사점이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

 

그래서 독일 청년들의 자화상이 우리나라 청년들의 자화상으로 드러나게 된다.

 

무언가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고 주어진 길만 가는 세대. 너무도 많은 것이 주어졌고, 너무도 자주 바꾸기에 길게 보고 결정을 할 수 없는 세대. 이미 고갈될 대로 고갈된 희망으로 지금을 즐겨야 한다는, 지금의 행복만을 추구하게 된 세대.

 

그래서 이들은 기존의 문화와는 다른 자신들의 문화를 형성하게 되고, 더욱더 어른들에게 의존하게 되며,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장기적이거나 거시적인 일보다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일에 더 관심이 많은 세대가 된다.

 

정치적 무관심으로 투표는 하되, 정치에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지만 환경이나 다른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하는, 자기 몸에 대해서는 끔찍하게도 아끼는 그런 세대가 된다.

 

또한 너무도 많은 자유와 너무도 많은 기회 속에서, 그럼에도 불확실한 미래에의 전망 때문에 20대가 되어서도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대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자유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안정이라는 것,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아주 자유롭게 보이지만, 그것은 보일 뿐이고 실제로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며, 미래를 계획할 수 없기에 현재의 행복에 빠져들 수밖에 없고, 그런 모습이 기성세대에게는 자유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자유는 안정을 희구하는 모습이 반대로 드러난 것일 뿐.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안정적이기를 바라기에 쉽게 결정을 못하고, 결정을 미루고, 또 남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독일 청년들의 모습, 우리나라 청년들의 지금 모습. 너무도 비슷하다. 이건 아마도 다른 나라 청년들도 마찬가지리라.

 

그만큼 21세기를 살아가며 22세기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지금의 현실은 너무도 가혹하게 다가온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지금 청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는데, 문제는 나와 있다. 이 책은 문제만을 보여주고 있다. 답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기성세대와 젊은세대가 함께.

 

이것이 이 책에서 지금 젊은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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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재난을 막아라 - 원자력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찰스 D. 퍼거슨 지음, 주홍렬 옮김 / 생각의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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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기후변화...

 

우리 삶을 위협하는 요소. 이런 문제는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적인 문제다. 이런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기후협약을 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제대로 협약이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데...

 

기후변화를 막는 청정에너지라는 이름으로 원자력이 각광을 받고 있다. 어떤 과학자는 원자력 발전이야말로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부응하여 우리나라도 원전 르네상스를 부르짖으며 원전 수출 및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너무도 어려운 과학지식이 필요한 것이 핵분열이나 핵융합이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은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데...

 

그렇다고 과학자들만이 전유하기엔 원자력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과학자들이나 기술자들이 원자력 발전의 핵심 인력이기는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원자력 발전소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에게, 또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짤막한 글들로 원자력 발전에 관해서 처음에 어떤 과학적 원리로 시작되었고, 그것의 종류는 어떠하며 이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운영되는지, 또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를 포괄적으로 살피고 있다.

 

특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핵폭탄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고 있는데, 원자력 발전은 핵폭탄과 샴 쌍동이와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지 기술적 결함이나 사람의 실수로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는 것만이 아니라, 테러에 의해서도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음을 전제하고, 그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살펴본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가 어떤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이 책에 의하면 원자력 발전소의 노심이 녹는 사고가 날 확률은 원자력 발전 10,000년 당 한 건이라고 하는데, 이는 아주 적은 수치이기는 하나 한 번 사고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게 되니, 세계적으로 원자력의 안전성을 높여 100,000년 당 한 건 정도로 줄이는 노력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만 년이든, 십만 년이든 한 번 사고가 나면 그 파장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기에... 사실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우리가 원자력 발전까지도 해야 하는 생활태도를 지니고 있는지, 그런 생활을 바꾸지 않고 오로지 과학기술로 이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 질문을 해야 한다.

 

이게 이 책의 아쉬운 점이다.

 

원자력 발전과 핵폭탄에 대해서 자세하게 살피고 설명하고는 있지만, 지금처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우리의 생활에 대해서는, 전기를 계속 많이 사용하는 이 생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으니...

 

문제에 해답이 있다고 원자력 발전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과학기술에 해답이 있을 수도 있지만, 문제가 잘못되었을 때는 문제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우리는 올바른 문제를 던져야 하는데... 과연 올바른 문제가 무엇인지.

 

이 책, 원자력을 총망라하고 있으니 한 번 읽어보고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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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 잔혹史 -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사회를 물려주고자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김성환.이승준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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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니다. "잔혹사"라는 말이 붙기에는. 소소한 사고는 있었지만,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사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그러한 잔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예방 주사와 같은 책이다. 예방 주사는 미리 놓는 것.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미 알고 대비하는 것이니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대비를 한다면 '잔혹사'라는 이름이 붙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잔혹사'라는 이름이 붙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원자력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바로 그것이 시민의 책무일텐데... 원자력에 관한 정보는 매우 통제가 잘 되어 있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은 극히 제한된 정보만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이런 책들이 나와서 사람들로 하여금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책이 반가운 이유가 이것이고, 특히 과학자들이 쓴 책이 아니라 기자들이 원자력 발전에 관한 취재를 하고 그 결과로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썼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썼다는 점에서 더 반가운 책이다.

 

특히 월성 1호기 재가동이 결정된 시점에서 앞으로 계속되어질 수명이 끝난 원전의 재가동 여부가 문제가 될텐데, 그런 재가동 결정에 일반 시민들이 전혀 관여를 할 수 없고, 오로지 소수의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이 책이 기능을 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총 5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들이 모두 읽을 만하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원전 안전 신화의 붕괴, 한수원을 부검하라, 원전의 경계인들, 욕망의 경제학, 2035년 원전의 미래

 

안전하다고 여겼던 원전이 안전하지 않음이 스리마일 섬,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세 차례의 대형 사고를 통해서 밝혀졌으며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비리사건부터 부품 위조 사건 등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사건이 있음을 1부에서 보여주고 있다.

 

수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원전에 아주 작은 부품 하나의 결함으로도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데, 복마전처럼 온갖 비리가 얽혀 있으니... 잘못하면 '잔혹사'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하여 2부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대해서 섦여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이 기관이 '원전 마피아'란 말을 들을 정도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 이런 폐쇄성에서 사고는 일어날 수 있음을.

 

이렇게 원전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는데 이를 4부에서 다루고 있다. 엄청난 이권이 개입되고 있고, 그러면서도 숨어 있는 원전의 비용을 감추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으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 법.

 

그 손해를 보는 사람들을 다룬 것이 3부다.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원전이 있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송전탑이 지나가는 곳에 자리잡은 밀양과 같은 마을 사람 사람들에 대해서.

 

이 장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살기 위해서 들어간 일자리에서 도리어 죽음에 가까이 가는 사람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원전이 완전 폐기될 때까지는 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5부는 2035년 원전의 미래다.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많은 나라들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고, 삼척 같은 도시에서는 주민투표로 원전 건설 반대를 결정했음에도 주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원전 건설을 강행하려 하고 있으니...

 

여기에 중국에서는 더 많은 원전을 짓겠다고 하고 있어 원전이 우리나라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 함께 공조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임을 드러내고 있다.

 

적어도 원전이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면 다른 발전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생활이 바뀌어야 한다.

 

차들이 많이 밀린다고 도로를 넓히는 정책에서 이제는 반대로 도로를 좁히는 정책으로 나아가듯이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는지 생각해보고 우리가 지닌 생활방식을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면서 원전을 폐쇄하는 운동을 해나가야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는 것이 힘'이고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우리는 원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반대는 단지 원자력 발전소를 반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생활도 이대로 지속하면 안된다는 운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몇년 뒤면 또다시 원전 재가동이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때 원전에 대해서 알고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은 우리 시민들에게 원전에 관한 기초를 잘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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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복종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지음, 심영길 외 옮김 / 생각정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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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복종"

 

자신이 노예처럼 굴종적인 삶을 산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하고 사는 삶. 복종이 마치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한 양 생각하면서 사는 삶. 새장 안에서 태어나 한 번도 새장 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새가 새장 문을 열어도 새장 안에서만 지내려고 하는 것과 같은 삶.

 

이것이 바로 자발적 복종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런 자발적 복종은 주로 독재정치에서 나타나는데, 바로 독재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자발적 복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자발적 복종'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데 있다. 자신이 노예처럼 살아가면서도 주인인 양 행세하는 사람들, 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자연스레 그냥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왜 그럴까? 이 책의 저자 보에시도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요인으로 교육이 있다. 그래서 독재자는 교육 분야를 장악하려 하고, 교육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통제하려 든다.

 

여기에 또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노력을 한다. 한 때 3S정책이라고 해서 섹스, 스크린, 스포츠가 우리 국민의 의식을 마비시킨다고,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독재를 무마하기 위해서 이런 정책을 폈다고 했다.

 

이런 분석이 보에시의 책을 읽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현실을 분석한 결과 나온 것인지 모르나 국민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정책을 따르게 하는 데는 이만한 정책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자유인은 이런 정책의 이면에 숨겨있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재자의 정책이 이루어내는 결과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현상에만 급급하지 않고, 자신의 물질적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고 역사적 안목을 지니고 현실을 미래의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

 

독재는 독재자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의 자발적 복종에서 나온다는 말, 명심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것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이 책, 참 오래된 책인데.. 지금 너무도 시의적절하다. 작은 소책자지만 내용은 방대한 분량의 저작 못지 않게 좋다. 역시 위대한 고전은 분량과 상관없이 시대를 관통한다.

 

아래는 참고할 만한 구절들이다.

36-37. 독재자의 권력이란 그 권력에 종속된 다른 모든 이들이 그에게 건네준 힘일 뿐이다. 다른 모든 이들이 독재자를 참고 견디는 한, 그의 권력이 부리는 횡포는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이 독재자에게 저항하지 않더라도, 독재자는 더 이상 그들에게 어떤 해악도 끼칠 수 없다.

44. 민중이 독재자에 대한 굴종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독재자는 스스로 무너진다. 그에게서 무엇을 빼앗을 필요도 없다. 단지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된다.

63. 독재자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민중의 선출로 권력을 부여받아 나라를 다스리는 자, 무력으로 나라를 차지해 통치하는 자, 권력을 상속받아 군림하는 자.

65. 통치권력에 도달하는 방법은 달라도 통치하는 방식은 항상 거의 동일하다. 선거로 권력을 쥔 지배자들은 민중을 마치 사나운 황소를 길들이듯 취급한다. 정복자들은 백성을 노획물로 여기며, 권력을 세습받은 자들은 백성을 그들의 당연한 노예로 간주한다.

66. 인간이라 불릴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자들이 스스로를 노예로 종속되도록 방치한다면, 거기에는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이 충족되어야 한다. 완전히 겁에 질리거나 철저히 실망하거나.

70. 관습은 우리가 굴종을 거부감 없이 삼키게 함으로써 더 이상 굴종의 독으로부터 쓴맛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87-88.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첫 번째 이유는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이유가 추가된다. 독재하에서 사람들은 쉽사리 비겁해지고 나약해진다.

99. 통치자들은 대형 범죄를 저지르기 직전 언제나 공공의 복지와 안녕을 위하는 일이라며 멋진 연설과 과장된 태도로 불행의 수렁으로 빠질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달콤하게 달랜다.

109-110. 언제나 대여섯 명이 독재자의 권력을 떠받들고 그것을 유지한 바로 이 대여섯 명의 신하가 온 국민을 노예처럼 부리는 것이다. 이들은 언제나 왕의 귀 노릇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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