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과의 위험한 동거 -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21세기 감염병 청소년을 위한 과학 읽기
김영호 지음 / 지성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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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과의 동거'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간은 여러 박테리아, 또 바이러스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간의 몸에 어떤 해나 이익도 주지 않는 미생물들도 있고, 인간에에 이로운 쪽으로 작용하는 미생물들도 있고, 해로운 영향을 주는 미생물들도 있다.

 

(미생물에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포함시켜서 사용한다. 의학자나 생물학자라면 명확한 명칭으로 쓰겠지만...'미생물이란 말 그대로 작은 생물체로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을 가리킨다.-'222쪽에 이렇게 나와 있으니)

 

사실 우리 몸 속에 얼마나 많은 미생물들이 많은가? 이들을 무조건 해롭다고 여겨 우리 몸에서 쫓아내려고 했다가는 우리가 살지 못하게 된다. 이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은 이러한 미생물들과 동거하고 있다. 이러한 동거는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러한 아슬아슬한 균형이 깨지게 된다. 균형이 깨지면 우리 몸은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내 한몸이 고통받으면 개인의 고통으로 끝나겠지만, 개인에게서 개인으로 전파가 된다. 순식간에 인류라는 종 전체를 위협에 빠뜨리게 된다. 이런 질병을 감염병이라고 한다. 그리고 감염병이 유행이 되면 팬데믹이 선언된다. 코로나19처럼. 그러니 '위험한 동거'라는 표현을 제목에 썼겠지.

 

코로나19로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백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는 서로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 나온 롭 월러스의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에서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에 대한 관심에 묻혀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감염병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것이 왜 생겼고,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과연 우리는 그러한 감염병을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지...

 

이 책을 보면 감염병을 인간이 완전히 퇴치해 종식 선언을 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바로 천연두다.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마'라고 부르던 천연두.

 

1980년 5월 세계보건총회는 천연두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는 영국 의사 제너가 종두법이라는 천연두 백신을 개발한 지 200년도 걸리지 않아 이루어낸 성과였다. (131쪽)

 

이런 성과가 있었기에 코로나19도 백신으로 종식이 가능하리라고, 아니 적어도 함께 살아갈 수는 있으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생활습관을, 경제구조를, 정치적 역학 관계를 바꾸지 않고도.

 

그런데 아니다. 백신은 여전히 변이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며, 백신 개발보다 변이가 등장하는 시간이 더 빠르고, 전파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 코로나19가 우리들 삶에 위협이 될지 잘 모르는 상태다. 독감처럼 함께 지내게 될지, 아니면 우리를 공포에 빠뜨리게 될지.

 

이런 것과 더불어 백신으로 천연두를 성공적으로 종식시켰지만, 여전히 천연두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있으며(연구 목적으로), 천연두 바이러스를 무기로 쓰려고 하는 집단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천연두 백신 접종을 하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천연두 백신과 천연두 치료제를 계속 보유하고 있는 나라도 많고.

 

이는 바이러스가 바이러스만으로 존재하지 않고 인류의 정치적 관계 속에서 존재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니 감염병의 문제는 질병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는 경제 문제이기도 하고 정치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동물-환경에 대해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원 헬스' 개념이 이 책에도 나오지만 (219쪽), 여기에 더해서 정치, 경제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 질병은 질병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질병은 정치 속에 있다. 그래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질병 역시 정치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감염병이 우리 인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러한 감염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또 어떤 식으로 발생하고 치료되어 왔는지를 살핀다. 여기에 정치적인 문제로 무기화된 바이러스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이 인간이 지구 환경을 파괴하면서 더 기승을 부리게 되었음도 말해주고 있다. 우리들 생활을 바꿔야만 한다는 사실.

 

미국의학원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 일곱 가지를 주목했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의 변화, 해외여행 증가와 같은 인간 행태의 변화, 도시화와 같은 사회적 요인의 변화, 음식의 대량 생산·소비에 의한 식품에 관련된 변화, 항생제 남용과 같은 보건·의료에 관련된 변화, 병원체의 적응과 변화에 관련된 요인, 공중보건 활동의 감축 등이다. (217쪽)

 

미국의학원이 밝힌 이런 요소들에 저자는 몇 가지를 더하고 있다. 이렇게 더해진 요소들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화와 개발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숲속 깊은 곳에 사는 동물들과 직접 접촉하는 사례증가, 가축들의 대량 밀집 사육, 도시화 등을 들고 있는데, 이는 지금 인간들이 추구하고 있는 경제 문제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또한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정치, 군사력이니...

 

2년 넘게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많은 감염병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완전히 사라진 감염병은 없다. 이제 또 어떤 감염병이 올지 모른다. 더 큰 위험이 오기 전에 우리는 그것을 막을 방도를 찾아야 한다.

 

원인 진단은 많이도 했으니, 이제는 원인을 제거할 방법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실천할 방법, 그것이 바로 우리를 인류라는 이름으로 묶어줄 수 있지 않을까?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인류가 존속하기 위해서 바로 원인을 제거할 방법을 찾아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아니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전세계를 공황에 빠뜨릴 감염병을 계속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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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1-03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보고, 청소년 대상 책이라 생각했는데, kinye님께서 자세히 올려주신 리뷰를 읽으니 청소년과 어른 모두에게 유용하겠네요^^

kinye91 2022-01-03 11:31   좋아요 1 | URL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지만, 어른들도 읽을 만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도 어른들이 읽으면 생각을 정리하는데 더 도움이 되겠지요.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 거대 농축산업과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지정학
롭 월러스 지음, 구정은 외 옮김 / 너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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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장면이 많다. 팬데믹에 빠져 있는 지금, 이 책은 어쩌면 우리의 현재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겠다.

 

그것도 이 책에서 제시한 대안을 지금도 거부하고, 순간적인 대증요법만으로 바이러스에 대항하려고 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백신이 나오면 일상 생활이 가능해지리라 생각했다. 치료제가 곧 나온다고 희망에 차 있기도 했다. 어떤 전문가는 70%정도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 면역이 형성될 거라고 했다. 그런데 70% 접종 완료는 계속 올라가 지금은 80% 이상이 접종 완료를 했어도 집단 면역은 생기지 않았다.

 

치료제는 이제 막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효용에 대해서는 의문이고... 그런데 이렇게 바이러스만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법이, 대응책이 효과가 있을까 이런 의문을 지니고 있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이 책이 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나오기 전에 나온 책인데, 그동안 우리가 겪어 왔던 감염병들에 대해서 이런 경고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자책을 한다.

 

그렇다고 백신이나 치료제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저자도 그걸 인정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감염병 발생을 억제하면서 소농들에게는 공정하게 보상을 해야 한다. 가금류의 국경 무역은 규제를 강화해야 하나.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무료로 제공하고 방역도 도와야 한다. 빈국의 동물보건 인프라를 망가뜨리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종료해야 한다. (44쪽)

 

인플루엔자의 문제는 구조적이며 정치 체제에 깊숙히 박혀 있다. 바이러스는 공장 문을 넘어서 확장되는 인과관계 때문에 더욱더 복잡해진다. (94-95쪽)

 

만약 각국 정부가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강제적으로 동물성 인플루엔자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단기적으로는 소농들에게 살처분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가축 무역 규제도 잘 정비해야 한다. 지금은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축 질병 감시를 의무화하고, 재정이 충분한 정부 기관이 이를 맡아야 한다. 농장 노동자들과 세계 빈민들에게는 백신이나 항생제를 무상으로 지원해야 한다. 빈국의 동물보건 인프라를 망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중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다 알고 있듯이 산업적 가축 생산을 끝내야 한다. (99쪽)

 

저자도 이렇게 개별적인 치료 노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거기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광범위하게 농업 산업의 변화를 꾀하는 것은 인플루엔자와 다른 병원체들의 확산을 멈추는 여러 단계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또 다른 단계로, 가금류의 교차감염이 일어나는 농지에서 인플루엔자 변종의 원천인 철새들을 떼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세계의 습지와 야생의 물새 서식지를 되살려야 한다. 세계 공중 보건 역량도 다시 세워야 한다. 빈곤과 영양실조,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감염병 등으로부터 빈곤층을 구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반창고라도 만들어 두자는 이야기다. 유행성 인플루엔자이든 팬데믹이든 독감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의 경우 한 명에게 위협이 된다면 그것은 또한 모두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102쪽)

 

백신이나 치료약만 쳐다봐서는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는 오히려 백신이나 치료제가 전염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럴 때에는 한 걸음 물러서서 과학의 인식론과 모델들을 폭넓게 생각해 보는 편이 질병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상상력이 없는 것도 때로는 죄가 된다. 어떤 병원균이 새로 생겨나는 데에 우리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111쪽)

 

자연을 상품으로 바꾸고, 질병에 대한 생태학적 회복력을 떨어뜨리고, 가축과 병원균이 세계를 이동하게 만드는 것은 자본에 의한 생산주기다. (300쪽)

 

이처럼 저자는 사회구조적인 면, 정치적인 면을 살펴야 한다고 한다. 지금처럼 지구가 한 세계로 묶여 있는 때에는 더더욱 그런 관점이 필요하다. 우리의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한 나라에서 발생한 감염병은 한 나라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 나라에서 발생한 감염병은 곧 전세계로 퍼져 나간다. 그러니 이런 감염병이 발생할 환경에 대해서, 경제 구조에 대해서, 정치적 역학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나는 새로운 병원체를 식별해 낸다고 하더라도 조기 발견이 반드시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감염증은 뒤늦게야 포착되기 때문에, 질병의 출현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177쪽)

 

집약적 축산업은 조부모 대에서부터 자연선택을 없애기 때문에 가축들은 스스로 저항성을 키울 능력을 잃는다. '실시간 무료 생태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없애 버리는 대신에, 기업들은 약물을 투입하는 값비싼 사육방식으로 가축들을 지킨다. 대규모 사육장 밖, 기업의 대차대조표에서 벗어난 개체집단에서는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 같은 부정적인 영향까지 모두 포함된 선택이 일어난다. 그 과정을 통해 진화적 이득을 거두기도 한다. 그러나 집약적 축산업에서는 진화의 이점이 차단된다. 그러므로 자연환경과 통합된 농업은 동물전염병을 통제하는 근본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다음 분기 수익을 넘어 장기적으로 더 경제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257쪽)

 

우리의 미생물군 유전체, 면역 체계, 세포와 DNA는 결국 우리에게 기생하는 존재들이다. 다층적인 개입과 생태학적 회복력을 통해, 상품보다 먼저 사람을 보는 사회성을 통해, 병균들과의 '화해'를 통해 우리의 사회생태학적 터전을 더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274쪽)

 

우리는 자본이 주도하는 변화 속에 야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과정에서 농업과 인간이 건강은 어떤 변화를 겪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 주는 '구조적 원헬스 Structural One Health' 접근을 제안한다. (296쪽)

 

이렇게 이 책은 구조적 원헬스를 주장한다. 그래야만 전세계적 감염병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 표를 참고로 살펴보면 좋겠다.

 

<롭 월러스,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2020년.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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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메타버스 1
김상균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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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란 말이 자주 나온다. 이제 메타버스는 우리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거부한다고 거부할 수 없는,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디지털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이런 언택트 세계를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릅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뜻합니다. 인간이 디지털 기술로 현실 세계를 초월해서 만드러낸 여러 세계를 메타버스라 합니다. (11쪽)


이 말에 따르면 이미 메타버스는 오래 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었든, 인지하지 못했든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의 현실세계와 더불어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 중요성을 코로나19로 인해 깨닫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갈수록 우리 삶에서 중요해질테고,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속에서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긴 지금 인식하지 않고 있지만, 핸드폰을 산 직후부터 우리는 자연스레 메타버스 속에 들어가 있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기록되고 남겨진다. 핸드폰은 내게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바로 나 자신을 다른 세계에 기록하고 남겨두기도 한다. 그리고 핸드폰을 통해서 다른 세계로 진입해 들어가기도 하고.


굳이 게임이나 거창한 플랫폼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핸드폰을 사용하는 순간, 이미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메타버스들이 존재할까?


이 책은 메타버스를 네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


한번쯤을 들어봤음직한 세계들인데, 증강현실은 몇 년 전에 포켓몬 고라고 해서 스마트폰으로 현실에서 포켓몬을 얻는 행위를 하게 하는 일들이 있어서 우리에게 알려진 세계다. 이런 게임 세계말고도 우리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세계를 느끼게 해주는 세계가 바로 증강현실 세계라 할 수 있다.


라이프로깅 세계라는 말은 낯선 언어인데, 이를 예전에 일기를 쓰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행위라고 보면 쉽게 이해된다. 라이프, 즉 삶을 로깅, 기록하고 남겨놓는 세계. 그래서 사소한 행위조차도 모두 기록으로 남겨지는 세상. 


몇십 년 전에 벌어진 사건, 또는 자신이 올렸던 글도 살아남아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를 지금 많이 보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라이프로깅의 힘이다. 라이프로깅의 세계는 이렇게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코로나19로 역학조사가 강조될 때 자신의 행적에 대해서 거짓을 말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핸드폰을 통한 위치 추적이나 카드 사용내역 등으로 이들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속속들이 밝힐 수 있었다. 바로 라이프로깅 세계다. 그런 세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이런데, 능동적으로 온갖 사회적관계망서비스(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거울 세계는 우리들이 직접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면 내가 하는 것과 같은 부위의 뇌가 자극을 받는다는 사실과 같다. 거울 세계를 대표하는 메타버스가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배달을 주로 하는 플랫폼이나 숙박을 주로 하는 플랫폼 등. 이들은 음식점을 소유하지도, 숙박 장소를 소유하지도 않았지만, 이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현실 세계와 같은 행위를 한다. 사람들 역시 현실 세계와 같이 느끼고 행동하고.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은 메타버스인데, 택시 회사를 설립하지 않아도 각자 가지고 있는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연결시켜 주는 우버와 같은 플랫폼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플랫폼들은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가상 세계는 친숙하다. 사실 많은 영화에서 이런 가상 세계를 많이 다루기도 했고. 게임 역시 일종의 가상 세계다. 자신이 현실에서 하지 못했던 역할들을 가상 세계에서는 할 수도 있으니, 인간은 예전부터 이러한 가상 세계를 창조해 오지 않았던가.


디지털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예술을 통해서 가상 세계를 경험했다면, 디지털 세상에서는 현실과 비슷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기도 하고.


이렇게 네 부분으로 메타버스를 나누어 설명하고 난 다음에, 앞으로 메타버스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를 현실에 존재하는 기업이나 연예인들의 활동을 통해서 제안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해서 지나치게 열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비판적이지도 않게, 지금까지 발전해온 메타버스를 간명하게 설명해주고, 미래에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도 제안하면서 책을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메타버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메타버스 입문서로는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저자가 한 이 말도 명심하면 더 좋겠다. 우리는 메타버스를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삶은 현실에 있다는 것을.


메타버스는 인류의 삶을 확장하기 위한 영토여야 합니다. 누군가를 위한 도피처, 누군가를 위한 수용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메타버스를 창조하고자 꿈꾼다면, 당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당신의 메타버스가 우리 삶을 어떻게 확장할지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메타버스의 사용자라면, 당신이 그 세계에 머무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세계가 당신을 삶을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 돌아봐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메타버스의 활용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지만, 메타버스가 우리 삶을 대체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371쪽)

 

이것이 우리가 메타버스를 알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겠다. 현실에 굳건하게 발을 디디고 살아가기 위해서 매타버스를 필요로 해야 한다. 메타버스 속에 들어가 현실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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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 - 젊은 영혼들에 빚진 한국 현대사
안치용.바람저널리스트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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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란 현재보다는 미래에 가까운 존재다. 가깝다는 말보다는, 현재를 살기보다는 미래를 사는 존재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이들에게는 현재를 딛고 미래로 향해 나아가야 하는 권리가 있고, 의무가 있다.


하여 청년들은 현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청년들의 죽음은 청년들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미래를 현재가 잡아끌어 주저앉히는 격이다. 그러니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이 죽음으로 현재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에게는 청년들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길을 보여주고 이끌어 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성세대들이 그런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청년들의 죽음이 미래의 좌절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디딤돌이 될 때가 있다. 그들의 죽음으로 인해 그동안 가려졌던 현재의 그늘들이 드러나고, 그늘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한 청년의 죽음은 개인으로는 좌절이고, 멈춤이고, 미래로 나아가지 못함이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또 청년들로 보면 미래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태일'이다. 전태일로 인해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법에 있는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고, 비록 오랜 세월이 걸렸고, 아직도 완전히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전태일이 외쳤던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말, 노동현장에서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책 제목에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이라고. 개인의 죽음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의 토대가 되기에 '고발'이란 말을 달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식을 지닌 인물로 이 책에 나오는 '윤상원'을 들 수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끝까지 도청을 지켰던 청년. 


그가 인터뷰에서 '오늘의 우리는 패배할 것이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283쪽)


윤상원은 자신의 죽음이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이루는데 밑거름이 되리라고 믿었고, 그의 죽음과 또 광주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많은 이들의 죽음은 실제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었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의식을 지니고 죽음을 맞은 청년도 있지만, 그런 의식이 없더라도 한 청년(여기서는 청년이라는 말이 특정한 성별을 지닌 젊은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청년은 특정한 성별이 아닌 그냥 젊은이를 가리키는 말이다)의 죽음이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기폭제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미군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한 '윤금이'와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신효순, 심미선'은 우리에게 미군은 어떤 존재인가, 또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우리 사회가 생각하고, 개선하게 한 청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박흥순'을 통해서는 도시빈민들의 문제가 드러나고, '버스 안내양, 김경숙, 박영진, 문송면, 황유미, 황승원, 구의역 김 군, 자이븐 프레용' 등을 통해서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아직도 이 문제는 진행 중이어서 우리가 관심을 지녀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아직도 '사회적 합의' 운운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내세우지 않거나 또는 전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나서는, 성별에 따른 차별을 생각하게 한 청년들 이야기도 있고,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김주열, 이한열'과 같은 청년들 이야기, 외국에 파견나간 노동자들 이야기도 있다.   


미래에 살아가야 할 청년이 현재에 머물게 되는 죽음. 그러나 그 죽음으로 현재의 민낯을 드러내고 현재를 미래로 이끌어가는 촉매역할을 하게 된 청년들.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질 때 많다. 이렇게 많은 청년들에게 빚을 지고 있었구나. 먼 과거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최근에도 계속 이런 죽음들이 일어나고 있구나. 아직도 우리에게는 이 죽음들을 해결하지 못한 빚이 있구나. 이 빚을 갚아야 이들의 죽음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활짝 열어젖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일제시대 윤동주부터 시작한다. 청년 윤동주,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했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이런 청년들은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를 부끄럽게 하기도 한다. 그런 부끄러움으로 우리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좀더 좋은 쪽으로 만드는데 참여하도록 한다.


청년의 죽음을 다룬 이 책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단지 이런 죽음이 있었다 알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런 죽음으로 우리 사회는 어떤 빚을 졌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빚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면 더 큰빚이 우리를 짓누르게 된다. 여전히 청년 자살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니 그 빚을 갚아야지 이런 사태를 벗어날 수 있다.


빚 갚음. 그것은 사회의 어둠을 보고, 어둠을 몰아낼 빛을 우리가 만드는 일에서 시작한다. 이미 우리는 촛불 경험이 있지 않은가. 


윤동주 시인의 시 '쉽게 쓰여진 시'에 나오는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와 같은 청년들을 이 책뿐만이 아니라 우리 역사 곳곳에서 만나지 않았던가. 그러니 우리가 그들의 빚을 빛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잊지 말아야 한다. 잊지 않음에서 시작해서 그들이 원했던 세상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죽음으로 인해 별이 되어 우리에게 빛이 되어준 청년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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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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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아동은 공부할 권리는 있지만 살아갈 자격은 없는 모순된 현실에서 '있지만 없는 아이들'로 자라는 것이다.' (8쪽)


이것도 법이 바뀌어서 공부할 권리가 생겼다. 그 전에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학교에 가려고 해도 가기가 힘들었다. 배울 권리조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지냈던 현실.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학교를 갈 수 있게 하고 있으니. 그러나 학교까지만이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학교를 마치면 곧 출국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여기서 태어나 (또는 아주 어린시절에 들어와) 자랐기 때문에 삶터가 바로 우리나라인데, 이 나라를 떠나라고 한다. 떠나지 않으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불법체류자가 된다.


이미 이들 아동의 부모들은 불법체류자가 (이 말을 쓰지 말자고 이 책을 쓴 은유 작가는 말한다.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법을 어겼다고 하기 보다는 단지 등록이 안 되어 있다고 해야 한다고) 되었다. 그래서 단속에 걸리면 추방당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학습권을 보장했다고 하지만, 부모 없이 어떻게 학교를 마칠 수 있겠으며, 고등학교를 마치고는 부모의 나라로 가야 한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말도 통하지 않는 그곳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미등록 이주아동 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어 버린다.


이 책 말미에 보면 최근에 법이 바뀌었다고 한다. 미등록 이주아동들에게 조금, 아주 조금 유리하게 바뀌었는데, 이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법무부는 2021년 4월 '국내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범부부 용어에서도 불법체류라는 말이 나오다니... 외국에서 온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용어다) 한국에서 태어나 15년 이상 한국에 체류한 미등록 이주아동들에 한해 체류자격을 심사받을 기회를 준다. (229쪽)


이 조항에 의하면 부모를 따라 아주 어릴 적에 온 아동은 해당되지 않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부모를 따라와서 우리나라에서 초,중,고를 다녔다면 최소한 12년을 살게 된다. 그런데도 체류자격을 심사받을 자격조차 받지 못한다. 왜?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또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녔다고 하더라도, 영주권이 나오지 않고 겨우 체류자격 심사받을 기회만 주어진다. 뭐야? 만약 심사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우리나라에서 살 수 없게 되거나, 아니면 부모들처럼 미등록 이주아동 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어 버려야 한다.


생각해 보라.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또는 아주 어릴 적에 와) 여기서 자랐다면 언어나 친구들이 모두 우리나라에 있다. 부모 나라는 외국이나 다름없다. 그런 곳으로 가야만 한다고 하면 어떤 아동들이 가려고 하겠는가. 가려는 마음도 없겠지만 가도 우리나라에서보다 잘살 수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법무부에서 발표한 이 대책도 보완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에는 이런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을 돕는 사람들 이야기, 부모 이야기가 함께 실려 있다. 운 좋게(?) 비자를 받은 아이도 있지만, 비자를 받지 못해(비자다. 영주권이 아니라)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읽으면서 누구보다도 국어(한국어)와 역사(한국역사)를 좋아하고 공부도 잘하지만 대학에는 갈 수 없는 아이, 비자가 없어서 통장도 만들 수 없는 아이, 그래서 비행기도 탈 수 없고, 공연장에도 갈 수 없는 아이의 이야기가 가슴을 때린다.


정말로 '있지만 없는 아이'가 되어버린 그 아이들의 이야기에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선진국이라면 적어도 사람을 등록, 미등록으로 나누기 전에 그들이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이 되었다가 이제는 선진국이 되었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쥬라는 말이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도 적용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면 사람을 국적으로 나누기 이전에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먼저 보고,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또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아주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와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까지(이제는 고등학교까지가 거의 무상교육이니) 다녔다면 우리나라에서 살아갈 권리를 주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선진국이 지녀야 할 의무 아닐까. 여전히 '있지만 없는 아이들' 이 많다고 한다. 수십 만에 해당한다고 한다. 인구 절벽을 실감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국적으로 사람을, 그것도 아동들을 나눌 필요가 있을까?


국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미국 시민권을 주는 경우와 같이 그런 아동들에게는 우리나라 영주권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국적은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이렇게 '미등록 이주아동 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사회의 품격이 달라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 사회의 품격이 높아지려면 이들을 먼저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사람이 지녀야 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쪽으로 정책이나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사회의 품격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판명 된다. 그들을 지칭하는 언어에서도 사회의 품격이 나오고. 앞에서 '불법체류'라는 말을 썼지만, 이 말에는 이미 법을 어긴이라는 의미가 있으니, 이런 말 대신에 '미등록 이주'라는 말을 쓰자고 한다. 찬성한다. 


단지 등록이 안 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이 등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있지만 없는' 이 아니라 '있으면 있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책은 그렇게 나아가도록 우리를 이끌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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