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끼를 키우는 자유학기제 -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이야기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교사 모임 지음, 김학수 그림 / 라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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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건 간증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힘든지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온갖 해법에 대한 말들이 난무하고, 5년은커녕 1년이 멀다하고 온갖 교육정책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에서, 학생들이 무슨 실험용도 아니고, 이것 했다 저것 했다 하는 사이에, 그나마 그래도 성공했다고 자랑할 수 있는 교육 결과들이 있으니, 그 하나는 경기도에서 먼저 시작한 혁신학교요, 또 하나가 교육부에서 주관하고 실시한 자유학기제 실시 연구학교인가 보다.

 

혁신학교는 이미 4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했고 이제는 실험학교를 떠나 다른 학교에도 전파되어 일반화되어 가고 있는, 나름대로 검증도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면, 자유학기제 실시 학교는 아직 채 3년이 되지 않는 연구학교, 또는 실험학교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연구학교 또는 실험학교는 나름대로 성공사례를 남들에게 전파해야 한다. 그래야 그 성공사례가 더 퍼질 수 있고, 일반화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자유학기제 실시학교의 성공담이다. 마치 종교에서 자신이 이렇게 신을 믿어서 성공했다(?)는 간증이 이루어지듯이 말이다.

 

처음 실시했던 42개의 연구학교 중에서 10개 학교의 사례가 이 책에 나와 있다. 정확히는 12사례지만 두 학교가 중복되니 학교로서는 10개 학교가 맞다.

 

그들 나름대로 학교의 실정에 맞게 운영한 결과를 자랑스레 내보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자유학기가 이렇게 좋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처음에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에서 오히려 수업태도가 더 좋아지고,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생겼으며, 교과목끼리 융합 수업을 하게 됨으로써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하여 이 자유학기제는 제대로 운영될 경우 지역과 학교가 하나 될 수 있으며, 학생과 교사의 갈등이 사라지고, 학습의 주도권을 교사에서 학생에게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학습부담으로 세상을 저버리는 학생들이 사라질 것이고,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닌 교육 본연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은 연구, 실험단계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성공사례는 우리를 자유학기제로 이끌기는 하지만, 아직은 사회적 기반이 열악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을 감안한다면, 지역사회의 발전과 자유학기제가 함께 가야함은 명확하다.

 

12개의 사례가 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역시 학교의 상황과 지역 상황, 그리고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서 탄력있게 운영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옴을 알 수 있다.

 

이런 성공 사례를 충분히 칭찬하고, 그럼에도 여기서 삐딱하게 바라보기를 하자.

 

자유학기제 아이들은 공자보다도 낫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로탐색이란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한다는 얘긴데, 중1이면 겨우 14세인데, 14세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자유학기제는 조금 빠르지 않나 싶다.

 

공자도 1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학문에 뜻을 세웠다고 하던데(志于學) 성인인 공자보다도 어린 학생들에게 너희들의 앞날에 대해서 고민해봐라 하는 것이 과연 옳을지.

 

공자 때보다도 독립해서 살아가는 나이가 더 늦춰진 현대에 진로탐색은 오히려 공자 때보다 더 빠르다니...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인지.

 

또 중학교 3년 동안 단 한 학기만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제가 운영이 되고, 2학년이 되어서는 다시 예전의 교육제도대로 교육을 하고, 고등학교에 가도 마찬가지니,, 중학교에 들어와서 경험한 자유학기제가 평생을 간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는 일회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런 일도 있었다 경험하는 정도. 이것이 진정한 진로탐색이고, 자유학기제일까?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는 나이가 되는 조금 늦은 나이, 적어도 이팔청춘이라는 16세 정도에 진로탐색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런 삐딱한 생각.

 

잘못하면 이런 성공사례가 그냥 성공사례로만 그치고 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자유학기제가 연구학교로만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런 교육의 성공사례는 계속되어야 한다.

 

작은 물방울들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바위를 뚫듯이, 이런 성공사례들 하나하나가 계속 모이면 우리 교육이 좋은 방향으로 변해감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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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교실 벗 교육문고
조향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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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이 편해지는 책을 읽었다. 교육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는데, 이 책은 그러한 답답함을 잔잔한 감동으로 바꾸어 주었다.

 

시인이자 국어교사인 지은이가 자신이 겪은 일들을 담담히 적어나가고 있는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학생들과 직접 수업한 시수업 이야기다.

 

시수업을 통해 아이들도 교사도 성장해 가고 있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서 읽으면서 흐뭇한 감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2부 역시 아이들과 한 소설 수업 이야기다. 시보다는 줄거리가 있고 사건과 갈등, 그리고 인물이 있어서 수업하기가 조금 수월할지라도 한 작품을 수업시간에 모두 다루기는 힘든 것이 지금 학교 교육의 현실인데...

 

그럼에도 지은이는 아이들과 좋은 소설을 읽어나간다. 읽어나가면서 삶과 연계시키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문학교육이라는 듯이, 그렇게 교육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입시에 찌들어도 제대로 교육하고자 하는 교사가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교육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입시, 입시 하면서 교사도 제대로 된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여전히 입시에서 벗어나는 교육을 하기는 힘든 상태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시인의 이런 수업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3부는 교사들과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사들, 점점 바빠져서 서로 이야기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교사들과 가진 독서모임... 그 어떤 연수보다도 더 알차다고 의미있다고 하면서 함께 읽은 책들, 함께 본 영화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런 교사들이 있음에 우리 교육이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 담담하게 펼쳐나간 교육과는 약간은 거리가 있지만, 바로 이런 삶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교육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글들이다.

 

학교 교실에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서도 교사로서의 모습을 지키려는 지은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따뜻하다. 글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교육에 관한 책 중에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그런 책을 읽었다.

 

이런 교사의 글을 읽으며 지은이가 쓴 '고향 같은 선생님'이란 시가 떠올랐다. 지은이는 학생들에게 이런 '고향 같은 선생님'이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고향 같은 선생님 

                                         - 조향미

 

내게 고향 같은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객지 어느 쓸쓸한 길모퉁이 돌다가

생업에 낯선 사람들에 시달리다가

문득 가슴 넘치는 안온함으로

떠올릴 수 있는 선생님

시외 버스로 두어 시간이면

달려갈 수 있는 동네

사립문 활짝 열려 있고

늦도록 남포불 내걸려 있는 집

그리운 흙냄새와 낯익은 풀꽃들

서리서리 벌레 울음도

가슴 가득 품고 계신 분

내게 그런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또한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선생님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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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수업 자유학기제, 아일랜드에서 찾다 - 아일랜드 전환학년제와 직업체험 매뉴얼 작성법
양소영 지음 / 미디어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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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학생들이지만, 학업에 대한 관심은 가장 없는 학생들에 속하는 우리나라 학생들.

 

공부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세상을 떠나는 학생들이 많은 나라.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르는 나라 중 하나.

 

그런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은 너무도 피곤해하고, 이런 피곤함이 점점 공부로부터, 자신의 행복한 삶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려고 하고, 2013년부터 시범실시를 하고, 올해는 많은 학교에서도 실시를 하고 있는데.

 

2016년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기는 자유학기제로 하는 것을 의무화한다고 하니, 내후년이면 중학교에서 모든 1학년 학생들은 이 자유학기를 경험하게 될 터이다.

 

그런데 자유학기제란 무엇인가부터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잘 모른다. 학교에서도 반대가 많다. 이유는 사회적인 시설이나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학기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너무 무리라는 것이다.

 

자유학기란 학생들에게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공부)을 찾아 스스로 하게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여 교육부에서 나온 안에 의하면 오전에는 기본교과를 공부하고 오후에는 동아리 활동이나 다른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오전-오후로 나누어도 좋고 요일별로 구분해도 좋은데, 다만 한 학기는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것, 기본교과는 최소한으로 하고, 나머지 다양한 활동들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보면 참 좋다. 아이들에게 시험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아서 할 시간을 준다는 것. 정말로 모든 교육자들이 바라던 바가 아니던가.

 

그리고 이런 자유학기제와 비슷한 일을 아일랜드에서는 '전환학기제'라는 이름으로 이미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도 자유학기제가 실시되어도 된다는 근거가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아일랜드를 직접 방문하여 아일랜드의 '전환학기제'에 대해서 공부하고 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과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와 비교하면서 이 책을 써나가고 있다.

 

아일랜드에서 직접 전환학기제를 운영하는 교사들과 경험하는 학생들과 직접 면담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펼쳐보이고 있어 전환학기제가 어떤 유용성이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더 좋은 점은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와 비교하여 자유학기제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실시하고 있고, 2016년에 전면 실시되는 자유학기제에 대해서 잘 알 수 있게 되어 있어서 교사들에게는 특히 도움이 되겠지만, 자유학기제를 잘 모르는 학부모를 비롯하여 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다.

 

다만 이 책에서는 자유학기제의 좋은 점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물론 자유학기제가 좋고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 사회현실에서 적용이 가능한가는 철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자유학기제가 단 6개월만의 연구로 시범실시가 되고, 2년여의 시범실시를 거쳐 전면화되는데... 3년이란 시간은 교육제도가 정착하기에는 너무도 짧은 기간이다.

 

여기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진로체험을 해야만 자유학기제가 의미가 있는데, 지금 전국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구축되어 있는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고 섣불리 실시되었다가는 혼란만 가중시키다 폐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 더 더하면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학년에 관한 문제다. 아일랜드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1과정에서 전환학기제를 실시한다. 이는 아일랜드의 제도가 6년으로 중등과정을 묶고, 전반기-후반기로 나누어 교육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중학교 과정과 고등학교 과정이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중1에서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갓 중학교에 들어온 아이들에게 진로에 관한 경험을 하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적어도 중3은 되어야 제대로 된 진로체험, 진로 고민을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그래서 대안을 제시한다. 지금처럼 중1때 자유학기제를 했다면, 고1때 한 번 더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중1부터 고3까지는 너무 멀다. 그리고 중1은 사실 진로에서 멀어져 있다. 아이들에게 시험에 대한 중압감을 벗어나는 경험만을 하게 한다면 중1도 좋지만,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가장 중요한 경험을 하는 기간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한다면 시기는 조정될 필요가 있다.

 

또 한 학기는 너무 짧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적어도 일년은 해야 실효성 있는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저런 점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인데... 시범실시하고 있는 학교의 교사들과 학생들이 모두 만족하고 이 제도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이 책에 나와 있는데, 이것이 더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런 점을 시범기간 동안에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자유학기제... 공부에 찌든 우리 학생들을 살릴 수 있는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잘 정착되도록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사회적 기반도 마련해야 하고.

 

이 책에는 학생들이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도 제시되어 있고, 어떻게 할지에 대한 활동지도 실려 있어서 지금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 학교에서나 앞으로 할 학교들에서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길로 제시된 자유학기제... 정말로 아이들을 살릴 수 있게 효율적인 운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추천사에는 교사들에게 필독을 권한다고 되어 있는데, 나는 오히려 이런 책은 교육관료들이 특히 교육부 장관이 먼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지금 펼치고 있는 자유학기제를 어떻게 하면 더 내실있게 운영할 수 있나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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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현대시 교육
손예희 지음 / 역락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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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상상력은 긴밀한 연관관계가 있다.

 

시는 언어를 짤막하게 압축한 문학이므로, 그 짧음 사이에 비어 있는 공간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워나가야만 한다.

 

빈 공간을 채움... 상상력이 발휘되지 않으면 시를 즐길 수가 없다. 그냥 외우기만 할 뿐이고, 또 시험에 대비해서 배워두는 고통스러운 과정일 뿐이다.

 

그러나 시를 상상력과 결합시켜 자신의 상상력을 한껏 펼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시는 참으로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 된다. 상상력 시험의 장이 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 시인들이 참 많고, 시는 9년간의 의무교육과 3년의 고등학교 교육, 그리고 대학 교육에서도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배움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레 시를 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는 학창시절에 접하고는 끝인 경우가 많고 이 책에 나오는 연구 대상자와 같이 몇몇 사람들의 경우나 시를 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문학교육의 목표가 학생들로 하여금 문학을 향유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면 문학과 멀어지는 그런 교육이 행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문학을 가르치는 목적 중에 하나가 학교를 벗어난 뒤에도 문학작품을 읽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데 있다는데...그것이 실패했다는 증거 아닐까?

 

학교 교육을 받음으로써 오히려 문학과 멀어지는 현상이 생기지 않았던가. 여기에 시는 더하다. 학교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받고, 무슨 말인지 난해한 시는 더욱 학생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된다.

 

무슨 말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 난해함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어려워하게 되는 현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니, 제대로 상상력과 결부된 시교육을 하지 않아서일까?

 

이 책은 이런 점에서 시와 상상력의 관계를 다층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시 독자의 상상 공간 구성, 서술시(이런 시는 읽기 쉽다. 이해하기도 쉽다. 따라서 시를 읽으며 머리 속에 그 장면을 상상해내기가 더 쉽다)에 대한 공감. 맥락 도입을 통한 상상적 시읽기, 시 해석에서 상상력이 차지하는 위치, 시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독자의 체험, 이미지화, 창작과정에 대한 비판적 상상쳑, 이미지 이해 과정과 교육 내용 등으로 짜여 있는데... 

 

학술적인, 너무도 전문적인 내용도 있지만, 시와 상상력의 관계에 대해서 다층적으로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책이다.

 

여기에 작품을 들고 해설을 해주고 있어서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 특히 시를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단지 시 이해를 위한 책이 아니라 시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시에 관심을 가지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교사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책.

 

하여 우리 사회가 정말 시를 즐겨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시를 가까이 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아무래도 공감 능력이 풍부한 사회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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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교육 - 미래의 학교를 디자인하다
키런 이건 지음, 김회용.곽덕주 옮김 / 학지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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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는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에 대한 책인줄 알았다. 그런데 제목의 가운데에 '미래의 학교를 디자인하다'란 말이 들어 있어서 상상력 교육에 관한 책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상상력을 다룬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교육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고, 교육개혁에 대한 논의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개혁이 성공했다는 나라는 별로 없고.

 

그나마 북유럽쪽이나 유럽쪽의 교육이 좀 나은 편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미국도 마찬가지일테고, 일본도, 그리고 중국도...

 

하지만 교육개혁을 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다르고, 같은 나라에서도 학자들마다 다르다. 또 정치적 지향성에 따라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백년을 내다보고 개혁해야 하는 교육이 조변석개식으로 그때 그때 땜질 처방에 그친 경우가 많다.

 

몇 십년을 뚝심을 가지고 일관성을 지닌 교육개혁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만 보아도 교육부 장관이 임명되지 못한 지가 꽤 되고 있으니... 어떻게 교육을 개혁하자는 건지...

 

늘 그 나물에 그 밥이듯이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교육부 장관이 아닐런지... 차라리 자신이 없으면 단위 학교내에서, 아니면 지역 교육청에서 알아서 교육개혁을 할 수 있도록 가만히나 있으면 좋으련만, 오히려 나서서 교육개혁을 후퇴시키는 경우도 많았으니...

 

이 책은 교육 개혁에 대한 상상력을 이야기한다. 아니 상상으로 만들어낸 교육개혁의 모습이다. 미래에 이런 식으로 교육이 된다는 그런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유토피아적 공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렇게 되지 않는다면 인류는 교육제도에서 대실패를 경험하게 될테니... 비록 상상 속의 교육개혁이지만, 이것을 현실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의 몫이 아니던가.

 

이 책의 저자는 기존의 교육을 세 가지가 어정쩡하게 결합되어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회화 기능과 학문적 기능, 그리고 발달적 기능인데...

 

사회화에 치중하다 보면 학문적 기능이나 개인 발달을 도외시하게 되고, 개인 발달에 중점을 두게 되면 사회화 쪽이 소홀해지고, 학문적 기능에 중점을 두면 떨어져 나가는 다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이 없고 등등.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교육을 개혁해야 할까? 어정쩡한 세 목표를 다 이루려는 생각을 포기하라고 한다.

 

그냥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전통주의 교육관이나 진보주의 교육관을 모두 비판하고 있으면서 제3의길(얼마나 좋은 말인가. 그러나 얼마나 실현하기 힘든 말인가)을 택해야 한다고 한다.

 

제3의길을 가기 위해서 교육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신체적-신화적-낭만적-철학적-반어적 교육으로 말이다.

 

이것들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즉 한 단계 한 단계 순서를 밟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를 건너뛰었을 때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신체적이라는 말은 몸을 움직이는 단계다. 아마도 유아기 때 필요한 교육인데... 우리나라에서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산수를 가르치고,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이 단계를 건너뛴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7세까지는 아이들은 글에서 멀어져 신체활동을 중심으로 놀게 해야 한다. 다양한 몸의 움직임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고 한다.

 

그 다음 단계가 바로 신화적 단계다. 이 단계에서도 글은 아직 등장하지 않는다. 이 단계는 구술의 단계다.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단계다. 역시 7-9세 정도까지 이런 단계에서 교육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과 비교해 보라.

 

낭만적 단계는 영웅을 추구하는 단계다. 자신의 현재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단계, 그래서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단계가 바로 낭만적 단계다. 이 때 학생들은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그를 모방하고자 한다. 그 영웅이 책에나 나올법한 그런 영웅일 필요는 없다. 자신의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룬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이런 단계를 거치면 자연스럽게 일반화할 수 있는 단계인 철학적 교육으로 나아가고, 마지막 최종단계인 반어적 교육에까지 이르를 수 있다고 한다. 반어는, 다르게 보는, 그런 교육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이 반어에는 반드시 유머가 포함되고, 그래서 이 책에서는 교육에서 유머는 꼭 필요하다고, 아니 아주 중요하다고 하고 있다. 유머가 있다는 얘기는 여유가 있다는 얘기가 여유가 있다는 얘기는 남의 얘기를 받아들일 마음가짐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여 상상 속의 학교에서는 '대화, 웃음, 정서적 참여는 2050년대의 학교교육을 지배했던 상상력 교육의 핵심적 도구였다'(336쪽)고 말하고 있듯이 최첨단 과학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요소들이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2050년의 교육에 대해서 상상해서 말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이미지로 딱 그려지지는 않지만 지금의 교육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임은 짐작할 수 있다.

 

오전에는 학문적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직업교육(사회화 교육)을 하기도 하고, 아예 학교가 두 공간으로 분리되어 공부와 사회화가 함께 존재하기도 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학생들은 상상력 교육으로 모든 교육을 받고 있는 그런 시대... 그것이 저자가 꿈꾸는 미래 교육의 모습이다.

 

지금,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교육에도 많은 개혁 방법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 그런 교육개혁에 우선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된다면 교육개혁의 방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교육개혁의 방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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