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 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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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이란 말에서 시작하고 싶다. 책을 내는 것도 펜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펜은 이렇게 설명된다.

 

펜이 칼보다 강할 수는 없지만 펜이 칼이 될 수는 있다. 펜을 가장한 칼이 도처에 가득하다.

 

이게 현실이다. 말이 칼이 되고 있는 현실. 이런 현실 속에서 마음을 도닥여 줄 말을 찾게 된다. 그런 글을 찾게 된다. 펜이 펜 역할을 하는 너무도 당연한 현실을 찾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글자를 통해 마음을 읽게 된다. 또한 세상을 보게도 된다. 가령 이런 말이 있다. 칼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펜이 칼이 되지 않는 책을 만나면 반갑다. 이 책은 이렇게 펜을 펜으로 남아 있게 한다.

 

그것이 힘들지라도 적어도 그런 척을 해야 한다. '척'이라는 말은 이 책에서 이렇게 등장한다.

 

그러는 척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서슴없이 척척 잘할 수 있게 된다.

 

착한 척을 해야 한다. 착한 척을 하다보면 어느 새 착하게 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척들이 모여 행동을 바꿔놓았을테니 말이다. 이런 '척'과 반대편에 서 있는 말이 있다. 바로 '징'이다.  

 

울림이 오래가기 때문에 한 장단에 한 번 쳐야 한다. 그러니까 제발 좀 징징대지 마.

 

여기서 징은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지잉~~~~~'하는 울림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그 울림을 기다리지 못하면 징징이 된다. 우리네 삶은 어쩌면 이렇게 변해왔는지도 모른다.

 

지금 그냥 바쁘게만 산다. 우리는 징 소리가 내는 여운이 있고 울림이 있는 소리 '지잉~~~~~'하는 소리를 기다리지 못한다. 그 소리가 끝나 마음 속에 머무를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그럴 틈이 없다. 틈이 메워지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틈이 없는 삶은 여유가 없는 삶이다. 살기 위해서 바쁘게 생활과 생활 사이에 틈을 만들 틈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틈을 메우는 또 하나의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핸드폰이다.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생각날 틈 없이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연인. 생각할 틈 없이 핸드폰을 열람하는 사람들. 모든 틈은 핸드폰이 점령했다.

 

무서운 현실이다. 우리는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 틈을, 여운을, 울림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 틈은 메워야 한다. 메워져야만 한다.

 

이게 지금 현실이다. 한 글자를 통해서 이렇게 현실을 마주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여유를 둘 수 있다.

 

이렇게 한 글자들을 통해서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음뿐만 아니라 세상도 들여다 보게 된다. 이 말을 읽으면서 절로 감탄하게 됐다. 우리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야 할 것. 그러나 지금 교육에서는 사라져 버린 것.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쪼개어 알나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물을 주어 키워가며 알아내는 것.

 

이것이 바로 교육 아니겠는가. 우리는 학생들이 자신의 내부에서 자신을 발견하도록 물을 주어 키워가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학생들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위해 어거지로 쪼개고 있지는 않은지.

 

모든 존재들에게 바로 이런 자세로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틈을 낼 수 있고, 틈을 내는 척이라도 해야 여유가 우리에게 온다는 것.

 

시인이 말하는 한 글자들을 읽으며 마음을 읽게 된다. 그리고 세상도 읽게 된다. 말이 칼이 되는 세상, 펜이 칼보다 더한 짓을 하는 세상에서 말은 사랑이 되고 펜은 위로가 되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이 책을 읽으며 아무 쪽이나 펼쳐도 좋다. 그리고 마음을 다독이면 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도 좋다. 그러면 자연스레 마음에 틈이 생기고, 그 틈 속에 다른 것들이 깃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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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 09: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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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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