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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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일들이 터져서 마음을 잡을 수가 없다. 엄청난 배신감에 휩싸이고 있다. 본래 사람이란 이런 존재인가? 마치 프리모 레비의 책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제목을 연상시키는 요즘이다.

 

그래서 제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이 무섭다. 그러나 마음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누구나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없듯이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다름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악한 행동,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묵인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런 행동을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 그래야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다만 타인을 응징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자신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싸잡아서 사람이란 본래 그런 존재야 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또 그런 일이 특정한 몇몇 사람들에게서만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서도 안 된다.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이 중요하다.

 

뒤숭숭한 날들에 이 책을 펼쳐들었다. 마음에 이는 수많은 결들을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책. 읽으면서 조금씩 우울한 마음이 수그러든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다.

 

이렇게 다양하게, 넓고 깊게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

 

어떤 쪽을 펼쳐도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한다. 비슷한 언어들이 얼마나 다르게 쓰일 수 있는지, 그 의미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무작정 책장을 펼쳤더니 '중요하다/소중하다' 짝이 나왔다. 그냥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해 잘 구분하지 않고 썼는데... 시작을 이렇게 한다.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가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 돈은 전혀 소중하지 않은 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 너무 중요한 나머지 소중하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어느샌가 소중했던 당신이 중요한 당신으로 변해가고 있다. 조금씩 덜 소중해지면서 아주 많이 중요해지고 있다. ...' (57쪽)

 

어찌 돈만이겠는가. 권력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것은 전혀 소중하지 않은데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 그것을 위해서 얼마나 못할 일들을 많이 하는가. 그러니 사람과의 관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소중함에서 중요함으로 넘어가면 궁극에서 이미 멀어진 것.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소중한 존재는 무엇일까?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이런 글들이 도처에 있다. 그렇게 마음을 여러 방향에서 여러 깊이로 들여다보게 한다.

 

하여 읽으면서 조금 이 세상에서 느꼈던 짜증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그렇게 책은 마음을 다독거려 준다.

 

곁에 두고 아무 때나 아무 쪽을 펼쳐 읽으며 마음을 들여다 보자. 자신의 마음결이 한층 부드러워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책은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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