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에

 

 

 

하늘의 손길이 부드럽게 어루만질 때

땅은 이제 해산할 때가 되었음을 안다.

몸 속 생명들이 나갈 수 있도록

굳고 단단하게 잠갔던 자신의 몸을

하늘의 손길에 맞추어 조금씩

부드럽게 열기 시작한다.

 

 

 

땅이 몸을 조금씩 열수록

흑백이던 온누리는

찬란한 천연색으로 바뀌고

싸늘한 숨만 내쉬던 하늘은

땅이 낳은 새 생명들과 함께

따뜻한 노래를 부른다.

 

 

 

땅의 젖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 여린 것들의

무구한 모습에 마음 속 깊이

잠들어 있던 즐거움이 깨어나

우리는 절로 함께 벙싯거린다.

이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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