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자기 반이 아닌 다른 반에 들어가면 타반 출입금지 조항을 어겼다고 벌점을 부과한다.

 

  같은 학교 학생인데, 같은 학년인데 반이 다르다는 이유로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공간이 된다.

 

  공동체 교육을 한다면서 이렇게 벽을 쌓아놓는다. 학생들은 자기 반이 아니면 공동체 구성원이 아니다.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국경들이 설치된다. 반마다.

 

  다른 반 친구를 만나려면 문 바깥에서 친구를 불러내야 한다. 이런 곳이 바로 학교다. 공동체 의식을 함양한다는 학교다.

 

  그런데 이런 국경이 학교에만 있겠는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국경을 만나게 된다.

 

나와 다른 사람들, 그런 사람들로부터 나를 분리해놓는 국경들.

 

국경은 단절이다. 얼마나 많은 단절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표적인 거주 형태인 아파트만 보아도 그렇다. 아파트 역시 대표적인 국경을 지닌 공간이다.

 

2011년에 나온 좋은시 100선이라는 책에서 박주택의 이 시를 발견하고는 그렇지 하는 생각을 했다.

 

    국경

 

이웃집은 그래서 가까운데

벽을 맞대고 체온으로 덮혀온 것인데

어릴 적 보고 그제 보니 여고생이란다

눈 둘 곳 없는 엘리베이터만큼 인사 없는 곳

701호, 702호, 703호 사이 국경

벽은 자라 공중에 이르고 가끔 들리는 소리만이

이웃이라는 것을 알리는데

벽은 무엇으로 굳었는가?

왜 모든 것은 문 하나에 갇히는가?

 

문을 닮은 얼굴들 엘리베이터에 서 있다

열리지 않으려고 안쪽 손잡이를 꽉 붙잡고는 굳게 서 있다

서로를 기억하려는 것이 큰일이나 되는 듯

더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쏘아본다

엘리베이터 배가 열리자마자

국경에 사는 사람들

확 거리로 퍼진다

 

2011올해의 좋은시 100선, 아인북스, 2011 초판. 박주택, '국경' 전문. 106쪽.

 

우리는 사는 곳에서부터 국경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학생은 학교에 가면 반이라는 국경을 지니고, 어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면 부서라는 국경을, 또 같은 업종끼리는 경쟁이라는 국경을, 같은 직장에서도 경영자와 노동자라는 국경을 지니게 된다. 나라와 나라를 가르는 국경을 제외하더라도.

 

이렇게 국경이 많을수록 사람들 관계는 멀어진다. 교류할 수 있는 수단은 많아지는데 이와 반대로 사람들은 점점 더 개인적이 되고, 고립되어 간다. 이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공동체는 점점 멀어진다. 이런 국경을 없애야 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있는 국경이 아니라 우리들 삶에 있는 국경을 없애야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물리적인 벽이야 어쩔 수 없다쳐도 우리들 마음 속에 세워진 국경은 없애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 '국경'이라는 시, 먼 과거에 있었던 한 풍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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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7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7 1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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