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 마종기 시작詩作 에세이
마종기 지음 / 비채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종기 시인은 내게는 친숙하지 않은 시인이다. 물론 문학과지성사에서 그의 시집이 꽤 나왔기 때문에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그의 시집을 사거나 시를 읽은 기억은 없다.

 

무엇인가 그의 의사라는 직업과 동화작가 마해송의 아들이라는 점, 우리나라에 살지 않고 미국에 살고 있다는 점이 그를 내게서 멀어지게 했나 보다.

 

다른 시인들의 시를 읽어도 되니 마종기의 시는 나중에 읽자 하는 생각, 여기에 그가 의사라는 직업과 문학을 융합하여 의학과 문학이라는 분야에서도 글을 썼으니 시인보다는 학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그냥 그렇게 넘어갔었는데...

 

헌책방에서 이 책을 보자 이번에는 마종기의 책도 한 번 읽어보자, 얼마나 좋은 기회냐 본인이 자신의 시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책인데... 이런 생각으로 사게 된 책.

 

사실 2대에 걸쳐 문학을 하는 경우가 꽤 많다. '남한산성'이나 '칼의 노래'로 알려진 김훈도 아버지가 소설가였으며, 작년에 '채식주의자'로 외국문학상을 타서 유명해진 한강 역시 아버지가 소설가 한승원이고, 시인으로 유명한 황동규의 아버지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이니, 이렇게 2대에 걸쳐 문학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마종기도 그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선 그는 의사로서의 경험을 시에 잘 살려 표현하고 있고 - 이것은 이 책의 앞부분에 잘 나온다 - 그가 미국에 간 것은 자의 반 타의 반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고 - 그가 무슨 시국사건에 관련되어 군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것이 얼핏 이 책에 나온다, 그때 석방 조건으로 구금 되었을 때의 일을 말하지 않는다와 우리나라를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다가 있었다고 한다 -  또 읽으면서 마종기의 시를 읽지 않았다고 했는데 다른 책이나 매체를 통해 접해본 시들이 꽤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버지 덕으로 시인이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세 번의 추천을 거쳐 시인이 되었으며, 시를 어렵게 쓰는 것이 아닌 읽는 사람이 이해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지니고 시를 썼기에 그의 시는 어렵지 않다.

 

또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시들을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시인이 직접 자신의 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이 책은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할 것이다.

 

시인이 등단 50주년을 맞이하여 50편의 시를 고르고, 그 시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고, 뒷 부분에 후배시인들이 말하는 마종기 시인 또는 마종기 시가 있기에 마종기라는 시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내 시가 내 독백이고 주장이고 진심이고 노래이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한 편의 시를 쓴다.' (142쪽)

 

이 말은 시에 그의 진정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이고, 이런 마음이 독자에게 전달이 될 수 있도록 시를 쓰고 있다는 말이다. 시가 독자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상황, 그것을 생각하고 그는 시를 쓴다고도 할 수 있다.

 

한 편 한 편의 시를 읽는 재미도 좋고, 그 시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문에서 본 기사가 떠올랐다. 이제는 공대생도 인문학을 공부해야만 졸업을 할 수 있다는. 그렇게 교육정책을 추진한다는. 그런데, 인문학을 공부해야만 이라는 말은 인문학을 이수해야만 이라는 말로 들리는데... 이수한다고 꼭 인문학적 성찰을 하는 것은 아닌데...

 

오히려 인문학적 성찰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조건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지... 무슨 학점만 따면 다 인문학적 소양이 생기는 것이 아닐테니 말이다. 이건 가장 눈에 보이는, 그러나 가장 인문학하고 거리가 먼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이 책 214쪽에 있는 마종기 시인의 의과생 동기들의 이야기를 보자.

 

'... 내 의대 동기들은 의대 졸업 대 대학 졸업 자격을 검사한다는 학사고시라는 것을 치렀는데, 그 중 국어 시험에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 언제나 점잖은 적 말이 없구나. / 관이 향기로운 너는 /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라는 예문의 시에서 "모가지가 긴 이 짐승"은 아래 중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사슴을 뽑지 않고 기린을 뽑은 친구들이다.' (214쪽)

 

노천명이 '사슴'이라는 시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건 문제도 아닌데... 이 시를 모르고 있는 사람이거나 또는 배웠지만 금방 잊어버린 사람에게는 당연히 기린일 수 있는 문제. 그러나 이때 의과생들이 과연 국어 과목을 배우지 않았는가. 국어라는 시험이 의대 졸업 학사고시에도 있었다는데... 이건 교과목 이수의 문제가 아니다. 인문학이 생활과 함께 하는 문화 조성이 먼저다. 그 점을 고민하지 않는 것.

 

그러나 마종기 시인은 이런 친구들이 자신의 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하니, 이것이 바로 인문학 정신 아니겠는가 등등. 

 

이런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재미있는, 생각할거리가 있는 이 책 읽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