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지 않겠다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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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의 소설집이다.

 

6편의 단편 소설이 묶여 있는데, 그 중 '라면은 멋있다'와 '힘센 봉숭아' 두 편은 연작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과 사건의 전개가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 네 편은 각자 독립된 단편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소설집이라고 하면, 그 소설들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데... 이 소설집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모두 청소년들이라는 점이다.

 

작가는 말한다.

 

청소년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나가는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쓰는 것이 청소년소설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소설을 썼다. 단지 그 소설의 화자들 내지는 주인공들이 청소년 시기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뿐, 여기 묶인 이 단편들이 청소년소설인지 안니지 나는 잘 모르겠다.(179쪽. 작가의 말에서)

 

청소년들. 한참 꿈이 많은 시절을 보내는 이들이다. 그러나 이런 청소년들이 행복한 삶을 살까? 어떤 이는 청소년들이 공부에 치여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을 소설로 쓰고, 어떤 이는 청소년들의 일탈을 소설로 그려내고 있지만, 공선옥은 이들 청소년 중에서도 가난을 짐으로 지고 있는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몇몇을 제외하고 우리는 가난을 자신의 업처럼 지고 살아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가 가난하지만 가난에 굴복하지는 않는다. 가난에 허우적대기보다는 가난을 바로보면서 가난과 맞서려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절망의 나락에서도 '나는 죽지 않겠다'라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기도 하며, '일가'에서는 남의 외로움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라면은 멋있다'와 '힘센 봉숭아'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인물이 등장하고, 이러한 가난 속에서도 꽃을 피우면서 가난 속에서 자신은 황폐해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 등장한다.

 

'울 엄마 딸'에서는 엄마와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딸의 모습을 통해서 그 과정에서 모녀의 사랑을 확인하고, 청소년 임신이라는 어두운 현실을 어둡게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삶에의 의지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보리밭의 여우'를 통해서는 시대의 어둠을 은연중에 드러내나 결코 그 어둠 속에 잠기지 않는다.

 

하여 이 소설집에 나오는 배경이나 인물들은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이나 환경이 되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위안을 받게 되는 점은 이들이 어둠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작가는 이렇게도 말하고 있다.

 

모든 어른들은 청소년 시기의 감성들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늙어가는 것만 같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그 감성들의 최대치를 기억해내는특별한 즐거움을 누렸다. 그러하니, 이 글을 읽을 청소년들도 바로 지금 나중에 빼먹고 살 감성들을 최대한 비축하기를 바란다. (180쪽. 작가의 말에서)

 

청소년들이 살아갈 현실은 생각만큼 밝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칙칙함 속에 자신을 빠뜨리고 허우적대는 모습은 청소년들이 지녀서는 안된다.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듯이, 어두운 현실에서도 청소년들은 밝음을 추구한다.

 

아니, 청소년이라는 존재 자체가 밝음일 수 있다. 그 밝음으로 청소년들은 어둠 속에 가라앉아버리려는 어른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한다. 또한 그 밝음으로 청소년들은 어둠 속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이 소설집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말대로 청소년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좋다. 청소년들이 읽으면서 나와 비슷하네 해도 좋은 소설이고, 이미 청소년 시기를 거쳐온 어른들이 읽으며 그 때 그랬었지 해도 좋으니까. 

 

현실의 밝은 면만이 아니라 현실의 어두운 면을 고루 보여주고 있으며, 청소년들이라고 해서 늘 밝음 쪽에만 서야 한다고 표현하지도 않는다. 그냥 청소년들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담담히 형상화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형상화 속에서 보여주는 낙천성.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지치게 해도 사람이 지니고 있는 희망, 즐거움. 그것이 바로 절망에 빠져들지 않고, 절망을 듣고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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