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2 - 한니발 전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마인 이야기 2권은 마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읽는 느낌이다. 130여 년에 걸친 포에니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은 단연 한니발과 스키피오다.

 

이 둘을 통해서 로마인 이야기 2권은 채워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을 이야기하는 데 잠시 등장할 뿐이다.

 

포에니 전쟁은 3차에 걸쳐 일어나고 결국 카르타고의 멸망으로 끝난다. 어린 시절 한니발이라는 장군은 얼마나 동경의 대상이었던가.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었다는, 로마를 벌벌 떨게 만들었다는 장군. 그러나 그는 이기지 못했다는 것. 로마에 스키피오라는 젊은 장군이 한니발을 격퇴했다는 것. 이 정도가 어린 시절 읽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 알게 된 사실.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 2권이 부제가 한니발 전쟁이고, 로마인들에게 포에니 전쟁은 곧 한니발 전쟁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한니발은 로마에게 영향을 많이 주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가 의도한 것과는 반대로 로마가 세계 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군사력을 지니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 시오노 나나미의 의견이다.

 

한니발과 거의 16년 정도를 싸우면서 로마인들은 한니발에게서 전술을 배웠고, 그로 인해서 실전 경험을 함으로써 지중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전쟁기계와 같은 군인들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로마 장군인 스키피오는 한니발의 수제자라 할만큼 그의 전략을 잘 이해했다고 한다.

 

그런 스키피오에게 한니발이 패배하고, 한니발의 패배 이후 카르타고는 힘 한번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가 멸망하게 되는 것인데...

 

읽으면서 씁쓸했다. 세계에 평화란 이렇게도 멀고 먼 길인가? 팍스 로마나라고 하지만 그것은 무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었던가.

 

결국 고대 시기에는 무력으로 평화를 이루었다는 것인데, 지금도 이것이 지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씁쓸할밖에.

 

여기에 한니발에 대한 실망. 어렸을 때는 영웅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니발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게 됐다. 물론 시오노 나나미가 이야기하듯이 그가 세계에서 10명 안에 드는 전략가라는 데는 나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지만... 그를 꼭 칭송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1차 포에니 전쟁에서 지고... 잠깐의 평화기간 동안, 한니발은 카르타고에 있지 않고 에스파냐에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거기서 세력확장을 하고 있었다는 것. 어느 정도 세력을 확장해서 그곳에서 평화롭게 지낼 수도 있었는데...

 

로마와 부딪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지냈다면 평화 시기가 좀더 오래 지속되었고, 수많은 목숨들이 사라지지는 않았을텐데...

 

과거에 대한 복수로 한니발은 로마 침공을 감행한다. 전쟁터는 이탈리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의 스페인에서 이탈리아까지 군대를 몰고 가는 것.

 

카르타고는 전쟁하고는 상관없이 로마가 있는 이탈리아 본토가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한니발 군대도 돌아갈 길이 없다. 한니발이 로마 점령을 못하고, 강화 조약도 못 맺고 그가 머무르면서 끝까지 버티는 곳은 이탈리아 반도의 남쪽.

 

결국 그는 자신의 재능을 전쟁으로, 살륙으로 소모하고 말았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 하더라도 이렇게 불필요한 전쟁을 일으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은 용납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는 로마 장군인 스키피오가 훨씬 낫다.

 

전투에서 한니발을 격퇴하기도 한 그는 철저한 살륙보다는 협정을 통해서 전쟁을 끝내기도 하는 사람이었으니.

 

한니발은 우직한 장군이었고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동료를 만들지 못한 혈혈단신의 외로운 장군이었다면, 스키피오는 장군이자 동료를 얻어 함께 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정치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한니발이 그에게 이길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전쟁이 꼭 필연적인 이유 때문에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 그러나 전쟁의 피해는 엄청나다는 것, 몇몇의 공명심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참화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 전쟁은 한쪽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과거 포에니 전쟁에서 이런 것들을 읽어내고,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보게 된다. 팍스 로마나가 이제는 팍스 아메리카나로 바뀌었고, 로마 연합이 미국과 우방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것.

 

전쟁이라는 비극으로 치닫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미 전쟁을 겪은 우리는 이 로마인 이야기 2권을 더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인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이 책을 전쟁 중심으로 전쟁의 원인, 경과, 결과, 그리고 민중들이 겪게 되는 일들을 중심으로 읽을 수도 있다는 것. 그렇게 읽는 것이 이 책을 현재에 접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