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에네이스
아우구스테 레히너 지음, 김은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 바로 [아에네이스]이다. 아에네이스라는 뜻은 아에네아스의 이야기라고 한다. 트로이 영웅 아에네아스가 트로이가 멸망한 다음 이탈리아까지 모험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

 

아이네이아스라고도 하는데, 로마 표기를 따라 아에네아스라고 이 책에서는 번역을 했다. 그리스에서 수많은 영웅들이 나오고, 모험담이 나오듯이 지금은 이탈리아가 된 로마 역시 자신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나 보다.

 

아에네이스가 로마 시대, 그것도 베르길리우스에 의해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지어졌다고 하니 말이다.

 

결국 로마 역시 위대한 신화, 조상을 지닌 나라라는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에네아스의 모험은 오딧세우스의 모험과 비슷하다. 신들의 분노로, 특히 아에네아스는 헤라(이 책에서는 유노로 나온다. 그리스에서는 헤라, 로마에서는 유노라고 부르니까) 여신에게 미움을 받아 로마에 정착하기까지 온갖 고난을 겪게 된다.

 

하지만 로마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기원을 그냥 인간으로 둘 수는 없었나 보다. 아에네아스를 여신의 아들, 특히 아프로디테(비너스, 베누스)가 인간과 관계하여 낳은 아들이라고 하니, 그들도 신성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한 방책이었을 거다.

 

온갖 모험, 그러나 운명은 정해진 것. 이 작품이 특이한 것은 바닷길에서 겪는 모험은 오딧세우스의 모험과 비슷하지만, 후반부에 이탈리아에 도착해서 겪는 모험은 트로이 전쟁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로마가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정복하고, 정복한 민족들을 나름(?) 평등하게 대했다는 것이 이 작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후반부에는 온갖 전투 장면들이 나오고, 그런 처참한 전쟁 위에 건설된 것이 로마라는 것.

 

로마는 하루 아침에 건설되지 않았다는 것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1'에 나오는 유명한 말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여러 번의 예언이 나온다.

 

아에네아스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어떤 예언을 듣게 되는데, 그가 온갖 고난을 겪게 되겠지만 결국 위대한 나라의 시조가 될 것이라는 것... 그의 아들, 아들, 아들... 주욱 가서 로물루스에 의해 건설되는 로마... 로마의 시조가 되는 아에네아스의 뒤를 이어 무려 몇백 년 뒤에야 로마가 건설되는 것이니...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저승에 간 아에네아스가 죽은 아버지 안키세스의 입을 빌려 이렇게 위대한 로마가 건설될 것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253-255쪽) 

 

오스트리아 사람인 아우구스테 레히너가 베르길리우스의 작품을 현대에 맞게 편역했다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우리가 아는 인물들이 안케세스의 입을 통해 말해지는 이 장면이 바로 로마 건국의 장대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온갖 모험을 겪은 아에네아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사랑과 모험, 그리고 전투, 평화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군인들이 불평하는 소리, 왜 저들 때문에 우리들이 죽어나가야 하는가 하는 말은 전쟁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해준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백성을 위한? 아니다. 진정 백성을 위한다면 전쟁을 피해야 한다. 자신들의 권력,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전쟁을 피하지 않는 것일테니 말이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는 말로.

 

트로이 인들 중에 몇몇은 이탈리아까지 가기를 거부한다. 지금도 살 만한 곳이 있는데, 왜 이곳을 버리고 가야 하나? 이것은 정복을 거부하는 사람들 이야기로도 읽힌다.

 

이렇게 전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와 또 꼭 그렇게 다른 곳으로 가서 전쟁을 벌이면서까지 정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는 작품이 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나라들을 정복한 로마... 그 군사력 위에 자신들의 부를 쌓아올린 로마. 그러나 로마는 꼭 군사력만으로만 이룩된 것은 아니다. 군사력만으로는 나라를 유지할 수 없다. 어쩌면 아에네이스는 그 점을 생각하도록 하는 작품일 수도 있다.

 

전쟁으로 멸망한 나라의 영웅이 다른 나라에 가 다시 전쟁으로 나라를 세운다? 그 와중에서 겪게 되는 참화를 중심으로 우리는 이 작품을 읽어야 한다. 정복의 서사로 읽는 것이 아니라 전쟁 비극의 서사로, 그래서 평화를 노래하는 작품으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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