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 - 인간은 언제 괴물이 될까
오노 슌타로 지음, 김정례 외 옮김 / 에스파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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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를 명확히 하고 넘어가자. 프랑켄슈타인은 분명 괴물이 아니다. 그는 괴물을 창조한 인물이다. 이렇게 지적을 하면 이상하다. 왜 괴물을 창조했을까? 괴물을 창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창조자는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이 좋은, 훌륭한, 완벽한, 쓸모있는, 아름다운 등등의 수식어가 붙기를 원한다. 창조자는 결코 괴물이라는 이름이 붙는 피조물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성경을 보더라도 태초에 인간을 창조한 신은 만족한다. 물론 그 다음에 인간이 창조자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성경은 그래서 이런 괴물에 대한 이야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성경을 건드리지 않는다. 성경에서 괴물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괴물을 이상한, 무섭고, 위험하고, 힘이 세고, 말이 안 통하는 등등의 수식어가 붙은 존재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괴물이라고 하는 말을 쓰는 것은 자신이 알 수 없는 존재라는 뜻으로 이 책에서는 쓰였다고 할 수 있다. 즉, 괴물은 블랙박스와 같은 존재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행동을 하는지 우리가 쉽게 알 수 없는 존재.

 

그러므로 인간은 인간을 본래 잘 알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우리 인간이 아무리 괴물처럼 행동하더라도 괴물로 취급하지 않는다. 같은 종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다. 그러니 논의를 인간을 제외하고 시작하도록 하자. 이 책은 그렇게 인간을 제외하고, 인간이 창조한 피조물로부터 시작한다. 누구부터?

 

바로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피조물로부터 시작한다. 프랑켄슈타인은 또다른 인간을 만들어낼 욕심에 창조에 몰두한다.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자신이 흉측한 존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겉모습은 분명 흉측하다. 그런데 우리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도 되나?

 

겉모습을 그렇게 흉측하다고 표현한 것은 피조물이 어떻게 행동할지 전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즉 자신이 창조했지만 피조물은 자신과는 다른 존재, 자신이 알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여기에서 공포가 나타난다.

 

공포가 나타나면 내가 알 수 없는 존재는 괴물이 된다. 이제부터는 함께 할 수 없는 퇴치해야 할 존재다. 그런 존재가 이 책에서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낸 피조물부터 시작해서, 하이드, 투명인간, 드라큘라 등이 등장한다.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또는 인간의 욕망이 극한으로 표현된 것이든 이들은 괴물로 등장하고, 이들은 퇴치의 대상이 된다.

 

결국 이런 인간의 행위들이 올더스 헉슬리가 쓴 역설적인 '멋진 신세계'에 이르게 된다. 완벽하게 통제된다고 여기는 사회, 이 사회에서 괴물은 존재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이런 사회에서 괴물은 바로 인간이 된다. 인공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존재, 통제할 수 없는 존재, 그것이 바로 괴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괴물을 안고 산다. 우리 인간 자체가 이미 통제를 벗어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는 노래 가사 또는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노래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고 산다.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불안감이 생긴다. 이 불안감을 극도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괴물에 관한 이야기다. 괴물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가 괴물이 아닐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이런 심리적인 면을 넘어서 왜 괴물 이야기가 우리에게 나타났는가, 괴물이야기가 지닌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까지 추구하고 있다. 뒷부분에서는 스필버그의 영화까지 언급하면서 우리가 괴물에 대해 지니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괴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가 꽤 오래 되었다. 그러나 괴물에 대한 통제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괴물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알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존재, 그것을 괴물이라고 여기고 그 존재를 없애려고 하는 우리의 모습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 우리는 모르는 존재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우주인을 상상하면서 두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적'들을 미지의 존재로 가정하고, 퇴치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행동하게 된다. 그들을 우리와 같은 존재로 여긴다면 절대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는.

 

그래서 '테러'에 대한 영화 이야기도 이 책에 나온다. 다른 존재를 어쩌면 괴물로만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보면 피조물은 감성이 풍부하고, 공감 능력도 있는 그런 존재다. 다만, 그 외모로 인해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공감에서 배제된 존재, 그 존재는 괴물이 된다.

 

로봇... 복제인간... 자, 우리는 또다른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들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들을 괴물로 여기고 퇴치하려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와 같은 존재로 받아들일 것인가?

 

이 책은 이 질문을 계속 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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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7 1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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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7 13: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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