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충격이었다. 이 시집은. 내일이 희망이 아니라니. 우리 인간에게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것이 희망 아니던가. 우리는 내일의 희망으로 버텨가지 않는가.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었는데...

 

  판도라의 상자가 생각났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을 때 상자 속에 있던 수많은 것들이 다 나와버렸을 때, 상자 속에 남은 것이 희망이라고.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에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그럼에도 사람에게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촛불 광장. 작은 촛불들이 모여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켰는데... 그런 희망 촛불, 희망 불꽃들이 세월이 흘러가면서 사그라져 가는 모습.

 

작은 존재들이 행복해야 하는데, 여전히 큰존재들만 큰소리치고 사는 세상이라는 생각에 희망이 상자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만 것은 아닌지...

 

내일은 희망이 아니다

 

한 번 지나간 바람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어제가 그랬고

 

사랑한다던 목소리가 그랬다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생각해볼수록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어머니 마음이 그렇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그랬다

 

알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내일 앞에

 

불어오는 바람과 마주 서서

 

공구를 잡는 대신 머리띠를 묶고

 

깃발을 드는 그들,

 

그들이 지나온 저 1980년대 1990년대가 그렇고

 

오늘과 내일이 그렇다

 

표성배, 내일은 희망이 아니다. 삶창. 2018년. 34-35쪽.

 

희망이 있어야 한다. 내일은 희망으로 다가와야 한다. 그래야 오늘이 신나지 않겠는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 내일 앞에서 어떻게 오늘을 즐길 수 있단 말인가.

 

한번 간 것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간 것을 잊고 다시 올 것을 믿고 기다릴 순 있다. 같을수는 없지만 비슷할 수는 있다.

 

노동운동이 여전히 어렵지만, 세상은 조금씩 변해왔다. 희망이 없는 듯하지만, 희망을 조금씩 만들어왔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까지 지내왔다.

 

시인은 내일은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만, 다른 말로 하면 내일의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노동자들이, 머리띠를 묶는 노동자들이 지내온 오늘과 내일이 그렇다면 아직은 아니다.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 한다. 달라야 할 내일을 오늘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서 시인은 내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대로 지내면 내일은 없다. 그러니 내일을 만들어 가자고. 희망의 내일로.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시집이다. 잘 읽었다. 노동 현장이 그다지 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어야 한다.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내일은 희망이 없다는 말, 우리가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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