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돈을 달랑께
박경희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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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폐가'가 떠올랐다. 사람이 살지 않아 서서히 스러져 가는 집... 담장이 허물어지고 벽이 허물어지고 결국 기둥마저 썩어들어가는 폐가.

 

스산한 바람이 불면 휑~ 마음에 구멍이 뚫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폐가. 이런 느낌을 주는 이 책은,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어떤 글은 소설처럼, 어떤 글은 수필처럼 느껴지는데, 대부분 공간적 배경은 농촌으로 같다. 시간적 배경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기는 하지만 퇴락해가는 시골의 모습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다.

 

앞부분에서 자연재해나 사고로 돌아가시는 어른들의 모습이 마음 아프게 표현되어 있으니 우리들 농촌이 어떻게 쇠락해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여기에 시골로 돌아온 자식들도 변변찮은 삶을 살아간다. 그만큼 농촌은 살기에 퍽퍽하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그 자리에 이제는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서지만 그곳에 본래 살던 사람은 들어가 살지 못한다.

 

이들은 이제 고향을 잃는 것이다. 이들만 고향을 잃은 것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가 고향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모습을 담담하게 그러나 너무도 슬프게 표현되어 있는데, 사람들 삶이 꼭 슬픔만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듯이 그런 슬픔 가운데서도 시골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이 표현되어 있어 조용히 웃음을 머금게 되기도 한다. 이를 해학이라고 해도 좋다.

 

이런 해학이 가장 잘 드러난 소설(작가는 산문같은 소설이라고 하고 있다)이 '말복'이라는 소설이다.

 

옻 알레르기가 있는 배상 씨가 겪는 일이 참 해학스럽게 표현되어 있어 밖으로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시골살이가 팍팍하다고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인해 웃음을 지닐 수도 있음을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시골은 힘들다. 다 쓰러져가는 집에 최신식 에어컨을 설치한 아들에게 차라리 돈으로 주지라고 타박하는 어머니... (차라리 돈을 달랑께-화살나무)

 

그렇다. 이렇게 시골의 모습을 서술하면서 나무 하나씩 연결시키고 있다. 바로 집에 또는 마을에 있는 나무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일원인 것이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만큼 나무들도 죽어나가고 어떤 이는 나무에 목매달기도 하니... 나무와 사람들이 하나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함게 쇠락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 시골은 더이상 쇠락해가서는 안 된다. 60이 되어도 청년 소리를 들어야 하는, 하다못해 나이트클럽도 50은 어리다고 들어갈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오는 이야기도 있으니(나이야가라 클럽? - 상수리나무)...

 

젊은 시골이 되어야 한다. 시골 사람들도 생활에 문제가 없게 해야 한다. 그것이 개발이 아니라, 그들이 자연과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이라는 주장도 있지 않은가. 적어도 농민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농촌이 또 시골이 좀더 젊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한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농촌을 지금처럼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슬프게 때로는 웃으며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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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0 1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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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0 1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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