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끕 언어, 세상에 태클 걸다 - 욕하는 게 뭐 어때서!
권희린 지음, 이주윤 그림 / 우리학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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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도 급수가 있을까? 마치 수능등급처럼 무슨무슨 등급이라고 언어에 순위를 매기는 것이 가능할까?

 

처음에 언어에 A급이 있고 또 B급이 있다는 말인가? B급이라는 말은 떨어진다는 말로 통할텐데, 떨어지는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사람 자체도 B급이라고 할 수 있나? 제목만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그냥 B끕, B급도 아니고 더 강하게 발음해서 B끕이라고 책 제목에 붙였다. 역시 평범하게 표현해서는 책도 잘 안 읽히나 보다. 그렇게 강하게 일부러 B급을 강조하는 표현을 한 것은 이런 언어 사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자는 의도라고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 '급식체'라는 말이 떠돌았다. 급식은 알겠는데 급식체라니... 컴퓨터 글자체에 쓰는 많은 글자체 중 하나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말을 급식체라고 한다고 한다.

 

줄이거나 아니면 초성만 쓰거나 국적불명의 말을 쓰는 것 등등... 이런 말들을 급식체라고 하는데, 청소년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에 한글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우리 한글이 걱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있었다.

 

여기에 '야민정음'이라고 하여, 한글을 제멋대로 줄이거나 변형시킨 말들을 부르는 말이 있었다. 급식체든 야민정음이든 상황에 따라 한글을 변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한글을 더 풍요롭게 하기보다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줄이는 쪽으로 기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인터넷에서 '급식체'나 '야민정음'을 검색하면 다양한 언어들이 나온다)

 

이 책도 그런 말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우리는 아름다운 표현, 좋은 표현을 해야 한다.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이라는 제목을 단 책이 많이 읽힌 것은 이런 의식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어는 상황에 맞게 쓸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지 않나? 청소년들이 급식체든 야민정음이든 그런 말을 쓰는 것은 그 말들이 상황에 가장 잘 들어맞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는 사회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자의적으로 유행시키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여러 사람의 호응을 받아야만 유통되는 것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런 급식체들, 야민정음이라고 하는 말들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것은 이런 말들이 그 상황에 적절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야말로 이 책 제목처럼 '세상에 태클 걸다'인 것이다. 세상이 이런 말을 쓰게 해놓고 왜 우리만 잘못했다고 하느냐고 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런 말을 쓰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상황 개선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언어를 쓰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

 

이 책이 의도하는 바는 이것이다. 물론 비속어가 좋지는 않다. 비속어란 말 자체에, 또 B급이라는 말 자체에는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이 책에서 이 말들의 어원을 살피고 이 말들을 이용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으며, 대체할 수 있는 말이 있으면 그 말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이런 B급 언어를 이용해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B급 언어라고 하는 말들이 그 상황에 잘 어울리고 있다. 그러니 무조건 B급 언어를 배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안 써도 될 때는 다른 말을 쓰자는 것이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A급 언어가 더 많이, 더 자주 쓰이는 사회를 만들면 B급 언어가 자연스레 사라지게 하자고 한다.

 

격한 말들은 사회가 어지러울 때 더 많이 나타난다. 세상이 너무도 빨리 변하고 있으므로 언어도 점점 짧아지고, 사람들 사이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말이 더 강해지고 있는 것 아닌지...

 

단지 청소년들이 쓰는 말을 청소년들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고 그런 언어가 자주 쓰이게 된 배경을 살피고 그것을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언어는 강한 사회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그 언어를 통해서 사회를 알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한다면 우리는 소위 B끕 언어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지 않게 될 것이다.

 

청소년들이 쓰는 B급 언어는 분명 세상에 태클을 걸고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말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B끕 언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또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도 안 된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다.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덧글

 

출판사 이벤트에 응모해서 받게 된 책이다. 처음엔 비속어라고 해서, 온갖 욕설들에 대한 설명이 나올 줄 알았더니, 욕설도 나오지만 속된 표현이라고 하는 말들이 이 책에 많이 나왔다. 그런 말들이 사용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보내준 출판사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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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3 0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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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3 1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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