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고향 - 한국미술 작가가 사랑한 장소와 시대
임종업 지음 / 소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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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할 때 가는 곳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알면 작은것도 놓치지 않을 수가 있는데, 모르면 큰것도 놓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여행을 하는 데도 그런데 그 장소와 관련된 작품이나 작가를 알면 그곳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작품의 고향'이란 제목으로 그 장소를 사랑한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물론 작가만이 아니다. 그 장소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나올 수밖에 없다. 장소와 작가가 맺는 관계, 그것을 통해서 그 장소를 더욱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장소에서 작가나 작품이 떠나지 않고 하나가 됨으로써 어떤 장소를 우리에게 영원히 남게 해주기도 한다. 지금처럼 순식간에 변하는 시대에 무언가 변하지 않는 마치 고향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요소가 바로 장소와 함께 하는 작가, 작품이다.

 

많은 장소가 있고, 많은 작가와 작품들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13명의 작가를 이야기한다. 13장으로 되어 있는데, 한 작가가 차지하는 장이 두 개고, 한 장에는 두 작가가 등장하기 때문에 결국 13명이다. 그런데 장소는 12곳이고, 하나는 소나무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나무.

 

그러니 소나무를 제외하고 다른 장소와 작가 또는 작품을 이야기하면 이렇게 된다.

 

불국사-박대성, 인왕산-정선, 지리산-오윤, 진도 -허씨 삼대, 제주-강요배, 영월-서용선, 태백-황재형, 골목-김기찬, 임진강-송창, 오지리-이종구, 통영-전혁림

 

꽤 알려진 작가도 있고, 이 책에서 처음 만나는 작가도 있다. 대부분이 화가지만, 김기찬의 경우는 사진작가다. 서울의 골목을 사진으로 찍은 작가.

 

이렇게 인물과 장소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책이 전개되고, 또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실려 있어서 그 장소를 더 친근하게 만날 수가 있다.

 

책을 통해서 하는 여행인데, 그곳에 대해서 깊고 넓게 알아가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장소와 작가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개하는 작가만이 아니라 그 장소와 얽힌 다른 사람들, 다른 작품들도 많이 다뤄주고 있다.

 

세상에 한 장소에 한 작가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통영과 전혁림을 이야기할 때는 고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로 시작한다. 청와대에 걸 그림을 구입하는 과정. 내로라 하는 그림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그림을 청와대에 걸고 싶다는 대통령과 대통령이 사랑했던 장소를 그렸던 화가. 그렇게 해서 통영은 또 하나의 깊이를 더하게 된다.

 

작곡가 윤이상으로 기억되는, 한려수도로 기억되는, 충무공 이순신으로 기억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백석이나 유치환으로 기억되는 통영에서, 전혁림이라는 화가와 고 노무현 대통령이 힘들 때 찾았다는 통영으로 기억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리도 지리산도 그렇다. 지리산 그 넓디 넓은 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깃들어 있었겠는가. 그래서 이 책에서는 지리산과 오윤을 연결시키고 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인 고정희를 비롯해서 빨치산 대장이었던 이현상까지... 지리산은 모두를 품고 있는 그런 산이다.

 

이렇게 장소와 관련된 많은 인물들, 작품들을 알게 되면 그 장소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다. 그 장소가 이미 우리 마음 속에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하여 이 책은 우리나라 곳곳을 우리들 마음으로 들여보내는 역할을 한다. 작가와 작품을 연결고리로 해서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존재하는 고향으로, 장소로 만들어 주고 있다. 

 

혹, 이 책에 나온 장소로 여행을 갈 때 한 번 이 책을 읽고 가면, 그곳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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