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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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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제멋대로라고 욕을 먹어도 나는 딱히 상처를 받지 않았다. 제멋대로인 게 무슨 잘못인가 싶다. 나는 아침 연속극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아니니까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도 없고, 내 인생은 아무리 길어도 이제 절반밖에 안 남았는데 ‘남들이 나를 제멋대로에 참을성도 없는 사람이라고 보는 게 싫어’라며 고상이나 떨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나를 제멋대로라고 비난 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준다면 몰라도 그럴 리는 절대 없으니까.

P25.

 

언제든 갈 수 있다고 믿었다.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동시에 어디로도 갈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자만하면서 그 무엇도 될 수 없다고 두려워했다.

P96.

 

 

 

 

‘괜찮다, 괜찮지 않다.’를 판단하는 주체는 언제나 ‘나’여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배려’라는 명목으로 많은 순간 놓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유미코와 카에데가 비슷한 상황의 서로를 보듬어준다. 비슷한 시기에 직장을 그만둔 옆집에 사는 유미코와 카에데. 둘이 (어떤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단조로우면서 흥미로웠다.

 

작가는 소설 전반적인 면을 비슷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때로는 여행지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시즈를 만나 ‘보통’의 생각들과 조금씩 부딪히기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찾아 나선 한 사람으로 인해 이야기가 잠시 절정에 닿는다. 사건이 어떻게 해결 될지 (주인공의 성격상) 뻔한 이야기 이지만 그 속에서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해냈다.

 

 

 

  

어른이 하는 말이라고 다 옳다고 생각하면 안 돼. 어른이라고 항상 옳은 말만 하는 건 아니니까. 근거 없는 편견에 사로잡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얼토당토않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거든. 틀린 말도 잔뜩 할 거야.

P231.

 

원하는 것이 다를 뿐인데 어느 쪽은 옳고 어느 쪽은 그르다고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바보 같다.

우리는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원하는 것을 원할 권리가 있다. 얻으려고 할 권리가 있다.

나도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내 삶은 분명 아름답지 않다. 수도 없이 틀리고 남에게 수도 없이 상처를 주고, 과거에 저지른 죄와 부정을 불에 태워 용서 받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옳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게 산다는 사실을 아는 나는 적어도 다른 사람이 진심으로 원하는 대상을 가치 없다고 비웃거나 부정하지는 않겠다.

P254.

 

 

 

 

 

+함께 걸어도 나 혼자, 제목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그러니까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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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 고대 가요.향가.고려 가요 편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하태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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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수록된 고대가요, 향가, 고려가요 등은 중고등학교 국어 수업시간에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문학 작품들이었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재미있게 설명해주시던 선생님들이 생각났다.

책의 주된 독자는 문학작품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나와 같이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에 집착하는 독자나 혹은 이야기의 소재가 필요한 사람들은 연령대를 막론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책이었다.
어찌 되었던 한 번쯤은 공부해야 할 한국 문학의 발걸음이니,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지는 여백이 많아 가독성이 좋고, 그림도 많아 그 시대상에 대한 이해와 상상을 돕기에도 충분했다.

 

 

신라 경덕왕 19년 4월 첫째 날, 하늘에 두 개의 해가 떠올랐습니다. 열흘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자 경덕왕은 천문을 관측하여 길흉을 점치던 일관을 불러 어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일관이 말했습니다.
“인연이 있는 중을 부르시어 꽃을 뿌리는 정성을 들이면서 부처님께 글을 지어 올리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땅히 부처님을 위한 단을 짓고 산화 공덕을 베푸는 것이 방안이라 생각되옵니다.”
P131

 

 

도솔가
오늘 이에 산화가를 불러
뿌리오는 꽃아, 너는
곧은 마음의 명을 받아
미륵 좌주 뫼시어라.
(이하 원문 생략)
P144

 

 

 

해를 왕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은 동양 문학의 전통적인 표현기법입니다. 그렇다면 ‘도솔가’의 두 개의 해는 두 명의 왕을 의미하겠지요. 이는 왕권에 도전하는 세력이 나타났음을 암시합니다. 권력 싸움이 일어나면 당연히 사회적으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경덕왕이 월명사에게 향가를 짓게 한 행위는 사회의 혼란을 조정하고 집단의 안녕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힘을 빌려 나라가 평안하기를 기원한 것이지요.
P145




+ 문학은 역시 재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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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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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선왕조실록>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조선 왕조 518년 동안 27명의 임금이 있었다. 한 임금이 평균 19년 정도 왕위에 있었던 셈인데, 이중 성공적인 정치가였다는 평가를 받는 군주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27명의 왕들은 각기 그가 처한 환경이 달랐다. 개국 초 태조 이성계와 이방원이 처한 상황이 달랐고,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이 된 세조 이후가 달랐으며 임진왜란 전후가 달랐고, 인조반정 이후가 달랐다. 각각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시대정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현실 정치에 구현했느냐에 따라 당대의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P7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 1편으로 1336 - 1408 이성계가 태어나며, 공민왕이 즉위한 때부터 이성계가 사망할 때까지 태조의 역사를 담고 있다.
 
작가는 다양한 문헌들을 참조하여, 역사적 사실과 결과를 여러 시각에서 분석해주었다. 여러 역사서들 속에서 객관성을 잃지 않고 조선을 그려내려 담담히 노력한 모습이 보였다.



정도전은 경서만 공부한 유학자가 아니었다. 이성계도 활만 쏘는 무장이 아니었다. 이성계는 역사를 좋아했고, 풍수에 능했으며, 웬만한 사대부 못지않은 지식이 있었다. 그런데 정도전에게는 이성계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새 왕조 개창이란 대업에 대한 방안이었다. 이성계에게는 이 방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성계는 자신보다 어린 정도전을 왕사로 삼았다.
<태조실록>과 <용비어천가>는 모두 이 만남을 특별히 기록하고 있다. <태조실록>은 이렇게 말한다. 

무릇 임금(이성계)을 도울 만한 것은 (정도전과) 모의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므로 마침내 큰 공업을 이루었다.

정도전은 이성계의 군영 앞에 있는 늙은 소나무 껍질을 벗기고 그 위에 시를 썼다. 

 

 

창황한 세월 한 그루 소나무
몇 만 겹의 청산에서 생장했구나
다른 해에 서로 만날 수 있을까?
인간을 굽어보면 문득 지난 일이네.
- 태조실록 7년 8월 26일


<용비어천가> 12장은 정도전의 이 시에 대해 “태조께 천명이 있음을 은연중에 빗기는 말이다.”라고 설명한다. 인생은 순식간에 지나가니 작은 일에 구애받지 말고 대사를 이루라는 뜻으로 짐작된다.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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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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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로니아 공화국을 만드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었다. 문장 또한 가볍고, 친근해서 ‘국가’라는 단어가 갖는 특유의 무게감을 다르게 해석하는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아로니아 공화국 대통령 김강현의 과거 일상 또한 평범하면서도 재미있게 엿볼 수 있었다. 책을 쓴 배경을 2028년으로 멀지 않게 설정하는 것으로 한국의 지나온 시간들 또한 친숙하게 했다. 그리고 김강현을 통해 작가가 바라보는 정치도 재미있었다.

 

 

 

 

 

한국은 멍청했다. 1979년, 군부독재 정권의 효시 박정희가 죽은 후 국가권력을 잡은 군부독재 정권의 후예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은 국제 해양법의 의미를 몰랐다. 1996년, 김영삼 정권은 1994년 발효된 국제 해양법을 국회에서 덥석 비준하고 한국도 당당한 국제사회의 일원이라고 떠벌렸지만, 그 순간 한일대륙붕협정이 만료되는 2028년 6월 22일이 지나고 3년 후 -한일대륙붕협정에 따르면 협정이 만료된 때 한국이나 일본 중 어느 한쪽이 서면으로 협정 종료를 통고하면 협정은 3년 후 자동 종료된다.- JDZ 대부분을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넘겨줘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하, 국가의 곳간이 텅텅 빈 줄도 몰랐던 군부독재 정권의 후예들이 국제 해양법이라고 제대로 알았을까?
일본은 교활했다. 일본은, 1999년 IMF 사태로 넋이 빠진 한국에게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를 담보로 체결한 ‘한일어업현정’의 종료를 선언하고 JDZ를 설정한 한일대륙붕협정을 무효로 하다고 덤벼들었다. 아이고, 어째야 쓰까? 국가부도 일보 직전에 정권을 잡은 대통령 김대중은 바다에서 물고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후다닥 새로운 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하고 한일대륙붕협정은 협정 종료 전까지 건드리지 않기로 일본과 합의를 보았다. 뭔가 제대로 굴러간 듯 보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P175

언제나 살았고, 어디서나 살았던 사람은 국가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산다. 세상의 사람은 영원하고, 사람이 만든 국가는 영원하지 않았다. 지나온 세상의 역사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영원하지도 않을 국가를 영원하다고 믿는 것은 헛되고 터무니없는 아집이다. 사람과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추잡하고 초라하고 조잡스러우며 너절하고 파렴치하고 무능력한 국가가 왜 필요한가?
P412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스스로가 가지는 국가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와 인간이 가져야 하는 방향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권했다. 자칫 어렵게 생각하고 다가서기 힘들어할 수 있는 분야를 상상을 통해 소설에 담았다. 무더운 여름 산뜻함마저 느껴지는 책이었다.

+
이 포스팅은 다산북스에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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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평전 -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문익환 평전
김형수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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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평전 초반에는 윤동주의 삶에 관심을 두고, ‘윤동주 평전을 한 번 이라도 접한 이들은 문익환 평전에도 흥미를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해방의 날을 맞지 못한 윤동주와 그가 남긴 시를 읽으며 울고 또 울은 문익환, 그리고 다시 송몽규의 죽음으로 문익환은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을 잃었다.

 

그 외에도 문익환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전태일, 장준하, 김대중등)의 간절한 이야기들이 소설처럼 담겨있다.

 

문익환은 신학을 공부하여 전도사가 되었지만, 다른 종교들을 배척하지 않았다. 그 후 그의 삶들은 한국의 근현대사와 함께했다.

 

 

 

 

평전 중간마다 수록된 그림들과 그의 이야기가 마음에 울려 퍼졌다.

또한 나는 이 평전을 통해 [오월의 양심]이나 [잠꼬대 아닌 잠꼬대] 같은 그의 시들을(창작배경 포함)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다. 그의 여섯 번에 걸친 투옥 생활과 봄길과 주고 받은 편지들 또한 인상깊었다.

 

늦봄 문익환

늦봄! 이것은 그냥 예뻐서 취택된 언어가 아니었다. 그 뒤켠 어디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이 아름다운 어휘를 그는 방패로도 사용했고 이정표로도 사용했다. 방패로 사용될 때는 늦게 봄이라는 행위언어였지만, 이정표로 사용될 때는 늦은 봄이라는 계절언어였다.

P33

 

그 시절은 온통 눈부신 꿈과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날의 추억이 문익환의 동심 속에 달빛처럼 흔건하게 고여 있어서 그는 그 시절을 평생 '마음의 천국'으로 그리워했다.

P113

 

문익환 평전은 작가(김형수)의 그를 향한 애정이 가득 담긴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문익환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모아담은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책 말미에 담긴 사진자료들은 먼저 살펴보고 글을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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