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감정들이 떠나갔습니다. 오랫동안 맞서 싸우던 우울함, 공포심. 녀석들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진짜 갔을까 자꾸 서성입니다. 고통스럽던 존재들이 사라졌는데 이제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 감정들과 맞서 싸우는 게 나라는 존재의 증명이였는데 이제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기분입니다.

12주 동안 18명의 사람들과 함께 글쓰기 수업을 듣고 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쓰던 글쓰기 최전선 수업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이 강좌에서 9편의 글을 쓰고 같이 공부하는 이들에게 글을 나누었습니다. 저를 괴롭히는 기억들을 계속 썼습니다.

 

 

글쓰기 비법으로 흔히 삼다원칙을 말한다. 다독, 다작, 다상량(多商量).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이 세 가지 화정의 앙상블이 ‘합평’이다. 책을 보고 글 써서 토론하기 합평은 글쓰기 수업을 하루로 치면 오후 2시의 태양에 해당한다. 가장 뜨거운 시간이다. 매주 두세 명의 학인이 자기 글을 소리 내어 읽는다. ‘읽는 주체’가 되어 자기 글을 말하고 동시에 듣는다. 자기 객관화의 시간이다. 학인들은 읽으면서 자기가 쓴 글이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어디가 과하고 무엇이 덜한지 동료들이 지적해주기 전에 본인이 먼저 알아차린다. 발표자가 아닌 나머지 학인들 역시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동료의 글을 듣고 나서 소감을 이야기할 것. 단순히 글이 ‘좋다’, ‘나쁘다’에서 나아가 어떤 부분이 어째서 그런지 의견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 역시 쉽지 않다. 타인의 글-삶에 개입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윤리적인 문제를 동반한다. 그리고 윤리란 좋음과 나쁨에 대한 판단이다.

                                                                                       책 『글쓰기의 최전선』

 

​혼자 두려워하는 감정들 슬퍼하던 감정들을 글로 쓰고 타인들에게 내보이니 선명해집니다. 공포스럽다고 생각했던 기억을 막상 적으니 세밀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 공포스러움의 중심에는 아픈 내가 있을 뿐입니다. 다른 누구 때문에 아픈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차갑게 나를 쫒아오던 기억이 사라졌습니다. 울면서 침묵하던 날들에 대한 기억을 썼습니다. 내 삶의 사건들 속에서 그 사건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내가 왜 그렇게 울었는지 스스로 납득하는 과정만으로도 자책감이 사라졌습니다.

기억이라는 건 믿을만하지 못합니다. 기억은 지나간 시간이 파편으로 남아 있을 뿐 그 상황의 전체를 말할 수는 없겠죠. 같은 상황을 겪어도 모두 다르게 기억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기억 때문에 사람들은 아픕니다. 일상을 살면서 비슷한 색깔, 사람, 같은 장소 등 기억을 회상할 때마다 그 기억에 대한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아픈 기억은 슬픔과 분노를 떠오르게 합니다. 과거의 기억에 대한 감정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 셈이죠.

 

우리는 감정을 잊기 위해 음식을 탐닉합니다.  친구와의 갈등, 어린 시절의 상처, 채워지지 않는 욕망 등. 슬픔, 분노, 공포심, 질투심같은 감정을 직면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집니다. 음식을 폭식할 때 음식을 생각하며 집착하면 그 감정들은 잠시 잊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회피할 수록 감정은 점점 더 커지고 폭식이 반복될수록 몸과 마음이 피폐해집니다.

 

감정과 행동은 별개의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행동은 통제될 수 있지만 감정은 그렇지 못하다. 감정은 자신만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감정을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헤엄을 쳐서 산에 오르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행동과 달리 감정은 우리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지 못한다. 감정은 불편하고, 불쾌할 수 있으며 때로는 해로운 행동을 유발시키기도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나쁘거나 파괴적이지 않다.

감정이 문제시되는 것은 우리가 그 감정을 인식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할 때뿐이다. 감정은 에너지의 파도다. 우리는 그 파도가 우리를 휩쓸고 지나가도록 내버려둘 수도, 막을 수도 있다. 감정은 결코 그냐 사라지지 않는다. 만일 우리가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면 감정은 자신만의 힘을 가지면서, 어떻게든 왜곡되고 비뚤어진 형대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가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온전히 그리고 철저히 느끼도록 내버려두면 전혀 다른 사태가 벌어진다. 우리가 스스로의 감정에 푹 빠질 때 기적과도 같은 놀라운 일이 새긴다. 감정이 지나가는 것이다. 감정은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감정에 방해받거나 짓눌리지 않은 채 계속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감정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감정을 차단하는 대신 극복하는 데 익숙해지고 나면 우리는 감정을 더욱더 빨리, 그리고 점점 더 쉽게 넘겨버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감정을 적으로 보지 않을 때, 또는 해야 할 일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로 보지 않을 때 우리는 감정과 색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감정과 친구가 되면서 감정이 인생이라 불리는 이 여정에서 동지이자 안내자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감정은 내가 진정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곳으로, 하마터면 도달하지 못한 채 지나칠 수도 있었을 곳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상 식욕에서 회복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과 친근한 관계를 맺고, 판단이 아닌 호기심으로 감정에 반응하고, 감정이 주는 선물을 받아들이는 데 달려 있다.

​                                                                             책 『달빛 아래 만찬』

누군가 "통제되지 않는 감정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 "감정과 직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를 저에게 묻는다는 솔직하게 글로 써보라고 권하겠습니다. 함께 글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더 좋습니다. 글쓰기는 자신의 기억, 고통에 대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철학자 니체의 말대로 고통은 해석이다. 우리는 고통 그 차체를 앍는 게 아니라 해석된 고통을 앓는다." (책 『글쓰기의 최전선』) 

단지 음식을 먹지 말아야지 자신을 다그쳐서는 폭식의 원인이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음식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을 직면하기, 그 도구로 저는 글은 씁니다. 감정을 글로 풀어내면서 자신과 솔직하게 만나기,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욕망은 버려지고 지나간 사건을 이해하고 속에 그득 쌓인 말들이 떠나갑니다. 그러면 폭식도 저절로 멈춥니다.

묵은 감정들을 떠나보낸 저는 마치 감옥에서 나온 사람처럼 세상이 낯섭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가는 곳마다 묻고 물으며 다시 세상을 만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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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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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글이 어떻게 구원이 될 수 있는지 말해주는 책. 평범한 사람들일수록 글을 써야 삶이 보이고 새로운 일상도 구성할 수 있다. 그런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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