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의 인생상담 (20만부 판매기념 특별판)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김신회 옮김 / 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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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와 그 일당들(?)에 관해 선입견이 있었다. 한없이 가볍고 또 가벼워서 이들이 하는 말 중에 어떤 것을 담아올 수나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다.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덤벼들 수는 없으니, 그냥 한번 가볍게 웃어나 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특히 이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살펴보다가 이게 무슨 말장난 같은 질문인가 싶은 노파심도 있었고, 진지한 질문을 담은 소제목에서는 얘들이 무슨 답이나 제대로 줄 수나 있겠나 싶은 기대가 사라진 마음이 더 컸다. 막상 다 읽고 보니, 나는 정말 얘들을 잘 몰랐던 거라는 걸 알겠더라. 가벼워서 홀가분해지고 무거워서 진지해지고 싶을 때. 보노보노의 상담소의 문을 활짝 열어보시라.

 

본때를 보여주는 방법 없을까요? 취업은 왜 하는 건가요? 고양이 똥 냄새가 심해요. 우주를 생각하면 마음이 술렁대요. 개복치를 집에서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살 빼는 법을 알려주세요. 입 냄새가 나요. 도저히 토마토를 못 먹겠어요. 다크서클이 안 없어져요.

 

이런 질문을 보면, 질문자는 보노보노 상담소에 웃음을 전달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각각의 분야 전문가에게 찾아가 상담받으면서 치료하는 게 답이거나, 아니면 질문 자체가 좀 어이없어 보이는 것도 많았다. 본때를 보여주는 방법? 고양이 똥 냄새가 심한데 어떻게 하라는 거지? 장난이라도 하자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드는데, 보노보노 상담소는 끝까지 그 답을 찾아주려 애쓴다. 정답이 있는 해결 방법이 아니라, ‘나는 이랬는데?’ 하는 그들만의 경험들이 자꾸 튀어나온다. 뭐 별거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한 바퀴 뛴 것처럼 스르르 고민의 ‘고’자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 반면에 누구나의 인생에서 한 번쯤 떠올려보지 않았을까 싶은 질문들 앞에서는, 보노보노의 긍정적인 말투에서 전해져오는 안심 같은 게 있었다.

 

되고 싶은 걸 어떻게 찾으면 될까요? 좋은 사람인 양 연기하게 됩니다.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더 외로운 이유는 뭘까요? 일에서 보람이나 즐거움을 찾을 수가 없어요.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건가요? 인생이 두 번 있었으면 좋겠어요. 결혼은 하는 게 좋을까요? 진정한 ‘나’란 무엇인가요?

 

어렴풋하게라도 한 번씩 생각했던 질문들, 어느 날 갑자기 묵직한 무게로 다가와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생각들, 누군가에게 꺼내놓고 말하기 어려워서 주저하기에 더 담게 되는 고민들. 누군가가 들으면 너무 사소하다고, 고민 같지도 않아서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말문을 닫게 될지도 모를... 일상의 그런 많은 고민거리를 보노보노 앞에 풀어놓으니, 고민을 꺼내놓으면서 조금 후련해지고, 보노보노 일당의 만담 같은 상담 시간에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뭣이라? 이거 별거 아니었잖아?!

 

포로리 : 누가 그렇게 열심히 하라고 하는 걸까?

보노보노 : 누가?

포로리 : 흐음......

보노보노 : 부모님하고 친구들이?

포로리 : 분명 자기 자신일걸. (17페이지, 인생을 땡땡이 치고 싶어요.)

 

노보노 : 하지만 애 같은 사람은 행복하지 않아?

포로리 : 앗, 그럴지도 몰라.

보노보노 : 행복하다면 왜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건지 모르는 거 아냐?

포로리 : 오오, 보노보노 예리하네. 다들 뭔가 힘든 일이 있어서 어른이 되는 건가?

보노보노 : 힘든 일이 있으면 왜 어른이 되는 걸까?

포로리 : 힘든 일이란, 자기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남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생각하는 거니까.

(171~172페이지,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건가요?)

 

 

 

 

“좋은 사람들만 고민을 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우리가 하는 고민의 무겁고 가벼움을 떠나서, 고민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얘들의 말에 안심이 된다. 우울하고 슬펐던 순간들이 자리했던 마음 한구석에 편안함이 내려앉는다. 괴로운 생각만 하니 괴롭기만 한 기억이 남는 것 같아서 마음을 조금 바꾸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긍정의 자세가 생긴다. 살면서 겪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을 대하는 마음을 배웠다고 해야 할까. 슬픔에 익숙해지려면 제대로 슬퍼해야 한다고, 얼버무리지 않고 그냥 달래거나 하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슬픔에 익숙해질 수 없다고 말하는 보노보노와 포로리의 대화에서 진중함을 느끼기도 하면서. 결혼하니 다른 게 보인다는 포로리의 누나 도로리의 말로 해결의 답을 대신 전하기도 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완벽하지 않아서, 서툴러서 더 마음이 가는 보노보노 상담소에 머물고만 싶다. 문득 이 순간, 엉터리 같은 나의 고민도 하나 던져주면서 답을 듣고 싶기도 하단 말이다.

 

“교복 이후로 치마를 입어본 적이 없어요. 집에서 잠옷으로 입거나 동네 마실 다닐 때 추레한 원피스 입은 거 말고는, 외출용으로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치마였어요. 그런 제가 큰맘 먹고 원피스를 한 벌 샀는데요. 아니 글쎄, 이 원피스 허리가 고무 밴딩으로 되어있는 거예요. ㅠㅠ 그래서인지 살이 쪄서 두꺼운 허리가 더 두드러져 보이더라고요. 거울을 보는데 너무 슬펐어요. 치마 입기를 포기하고 이 원피스를 반품해야 할까요? 아니면 두툼한 허리 도드라지게 그냥 입어야 할까요? 그것도 아니면, 허리 고무줄을 뜯어내고 입어야 할까요? 지금 너무 고민돼서 종일 이 원피스만 보고 있어요...”

 

포로리 : 오오. 그럼 그걸로 해결이네. 토마토를 먹으려면 한 달 전부터 결심한 다음 여러 번 머릿속으로 토마토의 맛과 식감을 떠올린다. 그거야말로 ‘맛있는 음식의 맛’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점점 먹고 싶어지더라도 조금 더 기다리면서 참다가, 한 달 지났을 때 토마토를 먹어본다. 그러면 너무나 신기하게도, ‘마, 맛있다’ !! 그리고 당신은 토마토와 사랑에 빠집니다. (262페이지, 도저히 토마토를 못 먹겠어요.)

 

아마도 보노보노는 이런 답을 줄 것 같다.

니가 이 원피스를 보면서 입고 싶다고 생각하던 처음 그때는 생각해 봐. 뭣 때문에 이 원피스가 입고 싶었어? 그냥 이 원피스의 디자인 그대로 선택했던 거 아냐? 그럼 그냥 입어봐. 입다 보면 튀어나온 뱃살을 보는 것도 둔해질 거고. 혹시 알아? 그 뱃살 보기가 부담스러워서 저절로 다이어트 욕구가 생길지? 그것도 괜찮지 않아? 너 항상 살 빼고 싶어 했잖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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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8-04-01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노보노 상담소에 물어보고 싶어요 별거 아닌 것도 함께 생각하려고 한다니...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그렇게 해야죠 어떤 건 말하기가 참 어렵기도 하네요 누구한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러다 쓸데없는 생각에 빠지지 않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조금 나은 거군요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니...


희선

구단씨 2018-04-02 14:32   좋아요 1 | URL
저도 비슷해요...
이런 저런 걱정에 말하지도 못하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답이 없이 시간만 흘러보내기도 합니다.
근데 또 얘네들 말을 들어보니 그렇게라도 계속 생각하는 게 나은 건가 싶기도 해서 조금 위로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