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여름을 떠올리면 딱 두 단어가 생각난다. 폭염, 아니면 폭우인 여름날들. 거기에 하나 더 얹어지는 건 열대야. 열대야는 꼭, 탕수육을 시키면 따라오는 군만두 같다. 여름이 되니 폭염이 이어지고, 폭염이 오니 열대야가 쫄래쫄래 들러붙는 것만 같은...

 

지난주에는, 뭐든 고장이 나는 때였던가 보다. 잘 사용하던 전자책 단말기가 고장이 나서 서비스를 보냈고, 에어컨도 고장이 났다. 작년 7월에 구입한 에어컨이 한 달도 채 틀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 년이 흘렀고, 이번 7월이 시작하자마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틀었는데, 실외기가 멈추면서 실내기도 자동으로 스톱한다. 뭐 이래?

서비스 신청을 했더니 예약이 밀려 있다면서 며칠 걸린단다. 기사님이 두 번쯤 방문하시고 나서야 이번 주에 겨우 고쳤는데... 이상하게도, 에어컨 없이 지낼 만한 정도인가 보다 했으면서도, 에어컨이 고장이 났다고 하니까 왜 이렇게 더 덥게만 느껴지는 건지... 에어컨을 안 트는 게 아니라 못 트는 상황이 되고 보니 더 덥고, 또 덥고, 계속 더운 것만 같더라. 우습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도 잘만 살았는데 말이다.

 

 

오늘만큼 더웠던 어제. 일이 있어서 거의 정오부터 몇 시간을 밖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오후 3시가 거의 다 되었을 때인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 두 명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고 있더라. 오후 수업까지 하고 끝난 건지, 일찍 끝났는데 방과후 수업까지 하고 나온 건지 알 수 없지만, 해가 그렇게 뜨거운 시간에 땀을 흘리면서 지나가는 걸 보니 괜히 안쓰러워서, 모르는 아이들인데 쭈쭈바라도 하나씩 사주고 싶더라는... 그 길로 집에 가는지 학원에라도 가는지 모르겠지만, 후끈 달아오른 아스팔트가 내뿜는 열기에 보기만 해도 지치는데, 얼굴을 찡그리며 걷는 표정이 안쓰러웠다. 우리 꼬맹이 조카들 생각나더라.

 

 

<세기말 하모니>로 기억하던 이토 케이카쿠의 <학살기관>이 출간되었다는 알림이 왔던데, 진짜 출간되었네... 남궁인의 전작을 참 좋게 읽었는데 이번 신간 <지독한 하루>도 많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문학동네 시인선의 마리몬드 시리즈가 탐난다고 침 흘리던 그때 심보선의 새로운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 알림 문자가 왔고, 가부라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단델라이언>을 읽고 보니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부터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직 읽지 못한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는 리커버 에디션으로 읽어야겠고, 프리뷰단에서 탈락한 <다음 사람을 죽여라>도 궁금하다.

 

 

 

 

 

 

 

 

 

추운 날에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기라도 하지. 이 더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책장을 넘기려고 손만 대도 책이 젖을 것 같은 날씨. 김애란의 소설집 제목처럼 <바깥은 여름>, 그리고 실내의 기온도 여름... 여름도 더위도 너무 싫어. 그런 올해의 이 여름도 곧 끝이 올 텐데, 그것도 또 싫으니 무슨 마음인지 원...

 

작년에 구매해 놓고 다 읽지 못한 윌리엄 트레버의 <여름을 끝>을 다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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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17-07-1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의 끝을 읽게되면 여름을 좀더 수월하게 보낼수 있을까요? 저는 냉장고처럼 시원한 피부였는데, 해가 갈수록 점점 뜨거운 여자가 되어가고 있어요. ^^

구단씨 2017-07-14 13:50   좋아요 0 | URL
아니요. 여름의 끝을 읽어도 여름을 수월하게 보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
나이 들면서 열도 많아지나요? ㅋㅋ
저는 원래 더위 많이 타는데, 갈수록 더위를 더 많이 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