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리뷰 -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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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 만나고 일곱 번 헤어지던 친구 커플을 봤다.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그렇게 같은 상대와 일곱 번을 연애하고 이별했다. 나는 남자 쪽과 더 친분이 있었기에, 그들이 한번 헤어지고 다시 만날 때마다 그 친구(남자)와 한 번씩은 만났고, 그들의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곤 했다. 만나고 나면 굳이 묻지 않아도 그들이 헤어진 이야기, 다시 만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가 그 친구에게 들었던 한결같은 대답은 이거였다.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는 "이번엔 좀 다를 거라 생각해. 한번 잘해보려고...",

그들이 다시 헤어졌을 때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힘들어. 한번 아니다 싶은 것이 다시 맞춰지지는 않는가 봐." 라고 말하곤 했다.

그들이 헤어지는 이유나 다시 만난 이유도, 내가 들은 그대로 말하자면 늘 같았다. 괜찮을 것 같아서 다시 시작하고, 잘 맞지 않아서 다시 이별하고. 남의 연애사를 내가 굳이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난 경험이 없는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일곱 번을 같은 이유로 다시 만나고,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지는 그들의 마음을 내가 같은 경험을 하지 않는 한 이해하기 어려울 거다. 지금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고 각자의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십 년이 넘게 서로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그들이었는데, 그렇게 만나고 헤어진 횟수만큼 주변의 사람들은 그들이 인연이라 그렇다는 말을 했었다는 데. 역시, 사랑도 이별도 한 치 앞을 알 수는 없는 일이라는 말인지.

 

그렇게, 누구나 하는 이별 안에는 또 똑같이 사랑이 녹아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특이나 이 책 『이별 리뷰』를 읽고 나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별을 치유하고 다시 사랑하게 되는 일에 이런 과정과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쉽지는 않았지만,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내 방식대로 이해하려 노력했다. 조금은 어려우면서도 조금은 깊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별도 힘들다는데 이별을 리뷰 하라니, '약을 주는 게 아니라 병을 더 주겠다는 말인가?' 하는 투정 어린 생각을 하다가, 저자가 들려주는 32편의 책에 담긴 다양한 사랑과 이별의 모습에서 또 한 번의 위로를 받게 된다. 그들의 사랑을 보면서, 어쩌면 누구나가 다 겪어가는 이별과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희망을 보기도 하면서, 그러한 것들을 문학을 통해서 보여주고 치유해주고자 하는 듯하다.

 

저자는 이별을 겪게 되는 다섯 가지 단계를 말한다. 우리가 이별이지 않을까 느끼는 이별의 전조와 실연의 정황들, 실연하고 이별을 부정하는 상태, 우리가 이별을 반복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지나온 사랑을 다시 생각하는 것, 이별에 대한 분노도 괜찮으니 터트려도 된다는 결론, 이별이라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면 더는 이별은 실패가 아닌 게 된다. 그것은 다시 하게 될 사랑의 희망이 된다. 사람의 감정에 대해 분류하는 단계는 참 많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동안의 시간을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받아들여야만 했던 이별의 단계를 저자가 말한 순서로 겪어온 것 같다. 그 단계를 통과하면서 나는 이별에 대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지웠나 생각해본다. 아무런 변화나 업그레이드 없이 이별을 반복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과 함께.

 

저자가 소개해주는 각각의 작품 속에 다양한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등장한다. 좀 특이하다 싶은 사랑도 있고, 이렇게도 이별이 성립하는구나 싶은 이야기도 있고, 이별 후의 그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내가 느낀 공통점이 있다. 사랑이나 이별의 모양이 가지각색이지만 그들의 이별 안에는 늘 다음 사랑을 위한 되돌아보기가 필요하다는 것,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자신들의 이별에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별 앞에서 괴롭고 흥분된 마음이 꼭 상처로 남은 것처럼 여길 게 아니라는 거다. 이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시간이 흐르면, 그 이별도 어쩌면 괜찮은 기억으로 추스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작품들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로 또 다른 이별을 공감하게 한다. 일부러 의도하지 않아도 '그들의 이야기'와 '나'를 섞어가면서, 나는 더는 '나'만이 아닌 '그들'과 그들을 지켜보던 제3의 시선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더 넓은 시야로, 이별과 사랑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되지 않겠느냐고... 이별에도 리뷰가 필요하다는 좀 그럴싸한 말로 포장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것만도 아닌 듯하다. 시험을 보고 나서 정답을 맞혀보고, 틀린 문제에 대해 다시 풀어봐야 다음번 시험에 같은 문제가 나와도 다시 틀리지 않게 되는 것처럼. 감정에 대해 많은 부분도 리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사랑이나 이별 앞에서는 더더욱...

 

꼭 이별에만 리뷰가 필요할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지금, 사랑이나 이별이 아닌 일상의 위로를 받고 있다. 책 속 인물들의 행동을 보면서 그들 각자의 일 앞에서 그들이 그렇게 해야만 했던 이유를 들여다보고자 생각한다. 일상의 많은 부분이 대부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더불어, 혹여나 내가 다시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면, 지나간 이별에 대한 기억은 지우지 않고 다시 한 번 떠올려 보겠다고. 그게 이별에 대한 리뷰이며, 이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는...

 

가을이 온다. 이상하게 내 기억에는 사랑보다 이별이 어울리는 계절로 익숙하다. 계절에 맞춰 사랑하고 이별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보았던 가을은 이별에 더 어울리는 계절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바람이 불어오는 날 이별한 기억이 더 많다. 하지만 더는 계절의 이름에 기대어 사랑과 이별을 맞추지는 않으련다. 사랑도 이별도, 계절과는 상관없이 찾아오므로...

 

 

사. 랑. 하. 자.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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