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3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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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의 글들을 읽어 보면 어쩜 이렇게 많은 글을 쓰셨으면서도 중복되는 소재나 주장이 없는지 놀라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책 표지에는 "마르지 않는 지성의 불꽃놀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비록 서거하셨으나 이렇게 많은 글들을 통해 독자들을 계속 만나시니 그의 인문 탐구 정신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 우리를 만날 것 같습니다. 

요즘은 유전공학이 발달하여 하플로그룹 추적을 통해 우리의 먼 기원이 어디인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p51을 보면 프리모리예, 즉 연해주에서 아득한 우리 조상(중 가야인)의 모계쪽 얼굴이 발견되었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가야라고 하면 한반도의 남부인데, 아무리 연해주 쪽과 교류가 고대에 잦았다고 하나 그 흔적이 발견된다는 게 신기합니다. 또 현재 일본인 혈통의 약 9%를 차지한다는 조몬인의 모습도 있다 하니 다시 한 번 놀라운데, 그처럼 한반도가 유전학적으로 다양한 이들이 혼재해 살았다는 근거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한반도라고 하면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닫힌, 반도를 넘어 거의 섬에 가까운 지형이라고맠만 알았는데 이런 고대의 흔적을 보면 놀랍기만 합니다. 

본래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세력이 미미했던 신라가 기어이 삼국을 통일한 비결에 대해, 저 멀리 바이칼호 근방에 살던 나그네 민족이 경주에까지 흘러들어와 국제도시, 콘스탄티노플이나 하노이, 시안, 교토 등에 못지 않은(p64) 수도를 건설하여 세계로 문호를 오픈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어 저자는 고 김원룡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경주 일대의 적석 목곽분이라는 게 시베리아 일대에서 발견되는 것들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책에도 나오듯이 강인구 교수 같은 분의 반대견해도 소개됩니다. 다만 저자는 다시 최병현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신속한 이동이 핵심 목표였던 기마민족의 흔적이 뚜렷하다며 김원룡 교수 설에 찬동하는 편입니다. 

그전부터 서양 문명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두 축으로 하여 발전했다는 패러다임이 있었습니다. 이어령 선생은 잘 알려진 네 개의 사과 이야기를 꺼냅니다. 선악과, 트로이 내전을 촉발한 불화의 사과, 빌헬름텔의 사과, 뉴턴의 사과 등입니다. 이 이야기를 선생이 구태여 꺼낸 건 백인중심의 확고한 우월문명적 서사가 사실은 그리 단단한 기반을 갖춘 건 아니라는 반증을 서서히 꺼내는 포석으로 저는 해석했습니다. 책을 읽어 보면 드러나지만 사실 선생은 코카서스 단일 인종기원설에도 짙은 회의를 표시하는 쪽입니다. 

2011년 김호석 화백의 그림 <사유의 경련>은 눈을 지운 어느 유학자의 안경 쓴 모습을 담아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왜 눈이 지워지니까 더 많은 의미를 그림이 담게 될까? 그림을 봤던 사람들도 사실 이 이유 때문에 충격을 받았던 것인데 다만 이어령 선생처럼 이렇게 명쾌하게 문장으로 표현을 못 했을 뿐이겠습니다. 보통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여 그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며,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그의 영혼이 보유한 파괴력을 상징한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눈을 지웠더니 더 많은 메시지가 전달된다? 대단한 역설입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담은 문장이기도 합니다. 

우리 문화재에는 예로부터 그 깊은 뜻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미소를 띤 조상(彫像)이나 회화가 많았습니다. 하긴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그 모델이 미인이라서가 아니라 대체 얼굴에 띤 저 미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놓고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기에 그렇게나 유명한 것입니다. 저자는 영산회상에서의 마하가섭 심심상인 고사를 들며 사람의 얼굴과 그 웃음이라는 게 천만 마디의 문장보다 더 많은 뜻을 품을 수 있음을 강조하는 거죠. 

저도 책을 읽으면서 감탄(탄식?)했던 게, 어떻게 아이한테 생김새를 칭찬하는 말 중에 "얘는 한국 애처럼 안 생겼어요."가 있는지 하는 구절이었습니다. 아니 애 엄마한테 이런 말을 하면 "그럼 동남아 애 같다는 소리에요?"라고 화내는 경우는 열에 하나도 드뭅니다. 혹여 정말 동남아 사람을 닮았다는 뜻이었다고 해도 일단은 뚜렷한 이목구비를 놓고 좋아하는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역시 날카로운 게, 요즘은 인위적으로 고친 이목구비는 뭔가 유흥업소 접객원 같아서 기피되는 풍조가 또 하나의 대세임을 지 는다는 점입니다. 이제 한국인이 경제적 풍요를 달성하고 어떤 미의 표준 중 하나로 한국 고유의 외모를 확립해 가는 중, 우리도 진정한 자긍을 갖고 무엇이 진정 보기 좋은 얼굴인지 떳떳한 생각을 키워 갈 때가 되었다는 뜻도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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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방콕 : 파타야·깐짜나부리·아유타야 - 고의 방콕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4~’25 프렌즈 Friends 5
안진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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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 보면 "생애 첫 여행친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방콕 편뿐 아니라 프렌즈 시리즈 모두에 나오는 말이지만, 특정 지역에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뿐 아니라, 여러 번 다녀오는 이들이라고 해도 여전히 참고할 만한 책입니다. 그만큼 내용이 많고, 내용만 많을 아니라 정보가 대단히 알차기 때문에,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여행서라고 생각합니다. 또 업데이트(개정) 기간이 이처럼 짧기 때문에 신간을 사면 거의 이게 최신 정보이겠구나 하며 독자가 신뢰를 할 수 있습니다. 

p66을 보면 돈므앙에서 바로 시내로 진입하는 여러 경로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수완나품을 아마 한국인들이 제일 잘 알 테고, 푸켓 공항은 방콕이 아니라 저 남부 섬으로 진입하는 관문입니다. 원래는 여기가 우리 나라 구 김포공항 포지션이라서 해외로부터의 관광객을 맞았으나 용량이 한계에 달해서 저 수완나품이 새로 생긴 것입니다. 마치 한국의 영종도 공항과 비슷하죠. 영종도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수완나품이 구상되었으나 정정이 불안하여 실행에 착수되지 못했고 인천국제공항보다 더 늦게 문을 열었습니다. 이제 돈므앙은 주로 저가 항공노선의 통로로 활용될 뿐입니다만 사실 여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항 급에 속합니다. 책에도 무려 1914년에 문을 열었다고 나옵니다. 

방콕에서 낮과 밤의 얼굴이 서로 무척 다른 곳이 카오산 로드입니다. p144 이하에 이곳의 명소와 매력 포인트를 자세하게 소개했는데 방콕은 원래 아주 이른 시기부터 세계를 향해 자신있게 문을 연 곳이며 이런 관광 어트랙션이 두루 발전한 것도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뭐 괜히 돈므앙이 세계적으로 오래된 공항이 아니죠. 명소 중에서 몰리 바, 브릭 바 등은 한국인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곳들입니다. 특히 책에는 "태국 고유의 색깔이 묻어나는 어쿠스틱(acoustic) 음악"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업소라고 아주 낭만적인 서술을 해 놓았습니다. 어쿠스틱은 사실 유행을 타지 않는 올타임 리퀘스트라고 할 수 있죠. 안진헌 씨 특유의 여행자 풍취가 진하게 배어나는 서술은 여기뿐이 아닙니다. 

제가 프렌즈 시리즈를 리뷰할 때마다, 아니 왜 현지 고유의 매력을 집중적으로 쓴 곳을 보고 리뷰를 써도 써야지 차이나타운 이야길 뭐하러, 하필, 많고 많은 챕터 중에 골라서 언급하느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이나타운이라고 해도 모든 나라가 똑같은 모습을 한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짜장면만 해도 기원은 춘장을 볶아 면을 섞었으니 중국이 맞겠지만 현재의 양태는 한국음식일 뿐입니다. 동양 각 나라에 발달한 차이나타운은 말이 차이나타운이지 사실 그 나라 고유의 특징이 이미 DNA에 깊숙이 들어와서 꽃핀 것이라 봐야 하며, p214 이하에 나오는 차이나타운 레스토랑은 이미 방콕의 명소일 뿐입니다. 중국이란 나라가 워낙 인구가 많다 보니 세계 곳곳으로 인구가 빠져(디아스포라) 이처럼 독자적인 ethnicity를 형성하는 패턴들 자체가 흥미롭고 신기합니다. 

방콕 하면 또 방락과 리버사이드가 명물입니다. 리버사이드는 강변(江邊)이라는 일반명사라서 제가 여태 프렌즈 베트남편이나 싱가포르편에서도 빼놓지 않고 리뷰에서 짚었습니다. 어느 나라나 수도, 대도시는 큰 강을 끼고 발전하며, 주민들의 삶이 여유를 찾은 후에는 리버 뷰를 찾아 고급 주거지를 형성하고 여흥을 즐기는 공간으로 가꾸기 마련입니다. p289에 나오지만 "타싸톤 선착장에서 수상보트를 타면 왕궁이나 카오산로드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게 또 이곳을 두드라지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사실 도로교통이 워낙 안 좋은 이유도 있고, 이 때문에 방콕 처음 가는 이들에게 이 또한 유익한 정보입니다. 강은 물론 차오프라야 강을 뜻합니다. 

우리는 태국이라고 하면 환락을 추구하는 유흥 문화가 발달한 곳으로만 알아서 지나치게 방심하고 방콕 시내를 활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날씨도 더우니 말입니다. 그러나 태국 사람들은 의외로(?) 매우 보수적이며 특히 p168에 자세히 나오듯이 왕궁 같은 곳을 방문할 때는 정말 복장에 신경 써야 합니다. 물론 최근 들어 군주제 폐지론이 나오는 등 여론이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만 여전히 태국인들은 왕실에 대한 깊은 외경심을 갖고 있으며 현행법으로 여러 불경행위를 단속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스페인에서 그렇게나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며 추앙받던 후안 카를로스 1세가 10년 전 저렇게나 초라하게, 망신스럽게 퇴위할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차크리 왕조는 동아시아 곳곳이 서양 제국주의 침략의 손길에 유린당할 때 당당하게 국토와 신민의 안위를 지킨 자랑스러운 왕권을 행사했었습니다.  

역시 방콕은 세계적인 관광 도시임이 틀림없습니다. p344 이하에는 방콕의 스파와 마사지 명소가 설명되는데 이처럼 스파 업소만 다룬 챕터가 따로 마련된 것도 프렌즈 시리즈 중에서 이 권 외에 별로 없지 싶습니다. 우리는 과거 에로 고전물 <엠마뉴엘>이라든가, 한국 곳곳에 난립한 일부 퇴폐업종 때문에 마사지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지 않지만 사실 마사지는 마사지일 뿐이며 건전 마사지 업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특히 p357에 나오는 인피니티, 바와 스파 등은 매우 유명한 곳들이라서 한국인들도 여기 들러 인스타용으로 사진 몇 방 박고 나오는 명물들입니다. 

특히 이 방콕 편은 끝에 맵북이 따로 붙어 있어서 아주 편합니다. 원래 프렌즈 시리즈가 제공하는 각종 주제도가 아주 고퀄이며 구글 지도가 쉽게 못 따라합니다. 과연 구글이나 네이버 지도가 현지에서 속속들이 업데이트된 사항들을 반영하던가요? 가서 고생 좀 해 봐야 아 인터넷 무조건 믿을 게 아니구나 실감을 합니다. 어차피 온라인 업데이트가 아주 최신이 아니라면 자세히 배려된 오프라인 주제도, 특수도만도 못할 수가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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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배 식당 장사의 비밀 - 그 식당 메뉴, 팔면 얼마 남을까?
이미나 지음 / 라온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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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장사만큼 주위에서 그 창업을 말리는 직종도 없습니다. 몸은 몸대로 축나고, 시장은 시장대로 그것만큼 레드오션이 또 없습니다. 저자 이미나님은 본인이 뉴욕의 어느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했었고 국내 유수의 호텔이나 식품 관련 대기업에서 기획자로 일했으며 유명 F&B 브랜드도 론칭한 경력도 있다고 나옵니다. 업계 전반을 보는 안목이나 소비자의 구미를 날카롭게 캐치하는 센스도 센스이지만 무엇보다 저는 저자께서 직접 주방에서 요리를 해 보신 분이라는 점에 눈길이 갔습니다. 요즘 식당 창업은 셰프를 따로 고용해서는 도저히 수지가 안 맞는다고 현장에서 아우성들입니다. 이 책이 식당 창업하려는 분들이 주로 읽으실 책인 만큼, 현장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 만한 분이 책을 써도 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게 바람직한 현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식당은 맛 자체보다는 다른 요소에 좌우되는 면이 많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장사의 신을 자처하는 은현장씨도 맛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했습니다. p78을 보면 압도적인 비주얼이 있는지를 저자는 묻습니다. 저자는 과거에는 이 정도까지 이미지, 비주얼의 존재감이 크지는 않았다고 되짚습니다. 다음 페이지 중간쯤에 바로 나오지만 아무래도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릴 만한 아이템이냐 아니냐가 요즘 소비자들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고 저자도 그 점을 지적하고 계십니다. 

맛보다 멋을 먼저 어필하는 이 팩터에서 저자는 첫째 요리를 담은 그릇, 둘째 어떻게 담았냐 하는 담음새(플레이팅 - 이 담음새에 대해서는 뒤 p246에 다시 자세히 나옵니다), 셋째 식재료, 넷째 색깔 등을 지적하시네요. 읽으면서 과연 사람들이 끌려하는 요소가 이 넷 안에 고루 포함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수십 년을 뛰고 기획 업무에도 통달한 전문가라야 이런 통찰이 나오겠다는 점 확인할 수 있었네요. 

진지하게 창업을 하려면 시장 조사 없이는 안 됩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정보가 많으니 객관적인 데이터를 최대한 살펴서 과연 어디가 내가 파고들 만한 구석인지 철저하게 파고들 필요가 있죠. 우선 SNS를 면밀히 봐서 어디가 요즘의 핫플인지 짚어내는 방법을 저자는 제시합니다. 또 요즘은 블로그나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면 포털이나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정리해서 줍니다. 이 데이터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레거시 미디어 중 요리 관련 유명 잡지, 저널도 조사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끝으로 자신이 직접, 시중의 잘나가는 맛집, 대박 업소을 탐방하여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도 추천하는데 제가 전에 읽었던 다른 창업 책에서는 이 방법을 가장 역점을 두어 강조하더군요. 

식당 경영도 당연히 경영이니 만큼 회계 관리를 치밀하게 하고 각종 비용을 꼼꼼하게 관리하여 아무 의미도 없이 새어나가는 돈을 줄이는 게 또 무척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특히 p164 이하를 보면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어떠어떠한 고정비를 줄이며, 감가상각비(아무리 작은 식당이라도 설비 등에 대해 감가상각은 해야 합니다)를 정확하게 측정 계산하라고 조언합니다. 

대체 무슨 메뉴를 앞세워 손님을 끌어들일까요? 어떻게 보면 창업에 있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p219에서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며 성공적인 메뉴는 차별성, 대중성, 수익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다시 세분화하면, 첫째 브랜드 컨셉과 메뉴가 과연 어울리는가? 둘째 메뉴가 서로 중복되는 느낌이 있는가, 셋째 어떤 차별성이 있나, 넷째 과연 이걸 얼마나 자주 먹고, 다섯째 이걸 팔아서 얼마나 남기는가를 따져 보라고 합니다. "장사에서 매출을 책임지는 유일한 존재는 메뉴"라는 저자의 말은 사장님들이 단단히 명심해야 할 충고이겠습니다. 

경영학과(혹은 회계학과) 나온 분들은 알겠지만 원가를 정확히 측정해야 내 사업이 지금 어디로 가는지 진단이 바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원가라는 게 생각만큼 딱 떨어지는 게 아니며 관점에 따라 숫자가 다르게 잡히기도 합니다. 비단 원가만이 아니라 회계의 모든 요소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에서는 특히 p181 이하에서 재고실사를 정확하게 고집하는 방법을 (기업형이 아니라면) 피하라고 합니다. 그 자체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인데 회계학 교과서에서도 (꼭 요식업이 아니라) 이 점을 가르칩니다. 또 이론적으로 산출된 비용에 2~3% 정도를 가산해야 메뉴개발비 등도 포함되어 더 정확한 이익선이 도출된다고 제언합니다.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며 실무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지침이 많아 이제 창업을 절실하게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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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강의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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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은 한국적인 인문을 개척하여 우리 독자들에게 삶의 새로운 의의를 일깨운 분입니다. 열림원에서 나온 이 책도 생전 그의 주옥 같은 문장과 심오한 통찰을 잘 전달하는 멋진 글들로 채워졌습니다. 

요즘은 통섭의 시대라고도 합니다. 이어령 선생은 2006년 인문주간 학술제 개회식 기조강연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문이과의 구분에 집착하는 한국식 교육제도의 병폐를 꼬집습니다. 머리 겔만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에서 "쿼크"라는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며 우리는 언제 이런 화려한 경계넘나듦의 인재가 출현하겠냐며 관계자들의 맹성을 촉구합니다(p80). 인간의 뇌는 애초부터 공감을 주축으로 설계되어 있다며 만약 공감능력을 잃으면 자폐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선생의 시선은 이처럼 학문 간의 장벽을 완전히 허무는 경지입니다.  

선생은 본인부터가 기성의 권위에 저항하는 지성이었고 1980년대에도 최루탄 냄새와 워드프로세서 사이에서 글을 쓴다던 유명한 수상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p115 같은 곳에서 이제 화성론의 시대가 갔다며 학생운동은 파괴할 대상이 비로소 없어질 때 그 꼰대들과 같이 죽을 수 있다는 냉철한 충고도 아끼지 않습니다. 그래서 배운 사람과 안 배운 사람은 그 행동이 달라야 하며, 창의력과 재미있는 사고방식이 컨텐츠에 꼭 포함되어야 그게 죽지 않는 정신이라고 선진화포럼 특강에서 젊은이들에게 일침을 놓습니다. 

요즘 한국인들만큼 책 안 읽고 학력이 떨어진 세대가 있겠냐며 엄청난 독서가이기도 한 선생은 젊은이들의 지식 습득 노력 부족을 질타합니다. 그런데 그 대신에 네트워크 역량(p171)만큼은 또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건 간에 20대 젊은이들이 거침없이 품는 야망과 미래 비전이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며 이게 없는 나라는 죽게 마련이라고 선생은 말합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중지(衆智)를 모으고 집단지성의 꽃을 피우는 나라라야 세계를 향해 웅비할 수 있다고 선생은 젊은이들을 일깨웁니다.  

1988년 하계올림픽 때 개회식에서 굴렁쇠를 굴리는 소년의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과정에 선생의 역할이 컸다고 하며 실제로 KBS 등에서 생중계를 할 때 선생이 출연하여 이 의미를 직접 해설했다고 들었습니다. p226을 보면 6.25, 일제의 수탈 등을 겪으며 사방에 고아가 넘쳐나던 한국의 참상을 알던 세계인들이 바로 이 장면을 보며 눈물지었다고 선생은 회고합니다. 이때 외국인들은 대체 누구 아이디어냐며 선생을 칭찬했는데 선생은 우리 조상들로부터 받은 영감이었다고 응수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후 올림픽 개회식에는 반드시 어린이가 등장했는데 다 서울 올림픽의 영향이라고 하네요. 

대학은 필록테테스의 외로운 섬, 그 섬에서 창의력 가득한 사람이 자신만의 상상을 키우며 마침내 거대한 세계 하나를 만드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선생은 강조합니다(p275). 선생은 자신이 명문대를 나오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스스로의 노력과 모색의 비중이 훨씬 컸다며 학생들에게 남다른 모험심을 키우고 남들이 가 보지 않은 길을 걸어 볼 것을 권유합니다. 보는 방향에 따라서 다른 글자가 되기도 하는 한글의 창의력을 배워야 21세기에 알맞은 인재가 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p238을 보면 왜 훈민"정음(正音)"인지 선생만의 독특한 해석론이 나옵니다. 다른 표음문자들은 실제 언중이 발음하는 바를 귀납적(歸納的)으로 종합하여 만든 것임에 반해, 한글은 처음부터 조음 기관의 구조를 연구하여 그로부터 어떤 필연을 연역하여 만들었으니 일시 방편이 아니라 정음(正音)이라는 것입니다. 음성학적으로 이 견해가 과연 빈틈없이 타당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문적으로는 감동이 밀려오며 한국인으로서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역시 천재가 노력까지 행하면 당할 방법이 없습니다. 먼 훗날 혹시 한국이 세계 앞에 웅비하며 그 뜻을 떨칠 날이 온다면 선상에서 사르트르나 하버마스 못지 않게 위대한 학자로 인정받으실 수 있겠다고, 이 책을 읽은 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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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마케팅 - 판을 바꾸는 오픈 AI와 슈퍼에이지의 시대가 온다
강정아 지음 / 라온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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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기획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잘 모를 수 있어도 롯데그룹 계열의 광고사입니다. 과거 해태그룹에는 코래드가 있었고 제과 라이벌 롯데가 보유한 곳이 여기인데 직장인들이라면 들어 봤을 이름입니다. 이 책 저자 강정아 대표께서 이 대흥기획 최초의 여성 PD였다고 하며 과연 그 감각이 살아 숨쉬어서인지 좀 색다른, 그리고 폭 넓은 시야가 돋보이는 책이었습니다. 

p62 이하에는 강정아 대표가 분석한 MZ세대의 특징이 나옵니다. 아무래도 현재의 소비 트렌드는 이 MZ가 이끌어가는 게 현실이므로 기업이든 개인이든 MZ의 속성과 심리를 모르면 시장을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잘러를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며, 개인의 고유한 루틴을 만드는 데 진심이고, "과정적으로 알차고 부지런한 삶이 바로 갓생"이라며 결과 지상주의에 매몰되지도 않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겪어 본 MZ들도 대부분 이처럼 쿨하고 논리적이며 야무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의 이런 시크한 소비 패턴과 가치관을 알아야 어떤 상품과 서비스 개발도 유효하게 시장에서 먹힐 듯합니다. 

요즘은 MBTI를 통하지 않고는 젋은 세대와 대화가 통하지를 않습니다. 물론 T니 F니 하는 단색 팩터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이론의 설명력이 어느 정도이건, 또 과학적 타당성을 갖추었건 무관하게, 젊은 세대들이 이 패러다임에 맞춰 자신의 성향을 규정짓고 소통하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MBTI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역시 제품, 브랜드에 그들의 동질감 형성을 정조준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p117을 보면 인기브랜드 아베크롬비가 어떻게 해서 사회적 가치를 외면하고 배타적인 이미지를 형성하여 시장에서 배척되었는지 그 과정이 설명됩니다. 이런 실책을 범하지 않으려면 소비자의 경험 형성에 각별한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세상은 그리 합리적이지도 않고 매우 편협합니다. 인간의 본성이 그러하니 개인이 이를 개탄하고 원망해 봐야 어떤 특별한 효과가 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마케터는 객관화한 데이터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인사이트 파워(p149)를 기르는 데에 각별히 힘 써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이를 설득하기 위해 저자는 스타벅스의 예를 들며, 카페 공간을 그저 커피를 팔고 마시는 가게가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부하는 장소"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가르칩니다. 독자들이 정말 마음에 새겨야 할 지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이 구매를 막는 요소일까요? 재구매를 막는 건 첫째 어려운 반품 절차입니다. 그런데 반품을 요구하는 고객들 중에는 그야말로 진상에 가까운 막무가내들도 많습니다. 이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제재하려면 결국 일반 소비자에게도 불편을 끼치게 됩니다. 쿠팡이나 기타 성공적인 이커머스 업체들이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반품 절차를 편하게 마련한 건, 결국 양질의 고객을 더 끌어들이고, 이들이 앞으로 좋은 입소문을 내어 끌어올 다른 고객들을 염두에 두라고 충고합니다. 작은 돈 아끼려다가 더 큰 잠재 매상을 놓치지 말라는 취지이겠습니다. 

대략 십 년 전쯤부터 팬을 만들고 그들에게 팔라는 마케팅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p197을 보면 나의 팬덤이 누구인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과거에는 마케팅이론에서 그저 타겟 그룹이라고만 했는데 이제는 아예 팬덤이라는 말을 쓰는 것입니다. 이때 조심해야 하는 게, 팬들이 나의(브랜드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해서 내가, 브랜드가, 내 감정에만 충실해서 내 기분대로 아무 이야기나 떠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브랜드는 어디까지나 팬들이 진짜 듣고싶어하는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결론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MZ가 중요하다고 해서 시니어를 무시하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합니다. 시니어는 무엇보다 가장 두꺼운 지갑을 보유한, 구매력이 충분한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 하나를 짚습니다. 고객의 나이만 갖고 그 세대 전체가 이렇겠거니 섣부르게 짐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보고 그의 진짜 니즈를 이해하라." 이 역시 깊이 새겨야 할 교훈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데이터만을 보고 기계적으로 결론을 도출하지 말고 사람의 깊은 심리와 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진짜 인사이트가 나온다는 저자의 지론이 특히 강렬하게 다가온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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