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사 사고력 퍼즐 프리미어 IQ 148을 위한 멘사 퍼즐
필립 카터.켄 러셀.존 브렘너 지음, 멘사코리아 감수 / 보누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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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148을 위한 멘사 테스트 퍼즐" 프리미어 편이 새로 나왔네요. 대략 십 년 전쯤부터 이 시리즈 한국판이 출간되기 시작했고, 당시부터 꾸준히 인기를 모았기에 이처럼 새 책이 계속 우리 독자들 앞에 선보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읽었던 테드 창 작품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는 외계인을 처음 만나고서 패턴 분석을 통해 그들의 "언어"를 재구성하는 학자의 모습이 묘사되는데요. 이처럼 사람 지능의 수월성을 판단하려면, 어떤 일관된 기준이 무슨 패턴으로 현상 속에 나타나는지 그 규칙을 찾는 능력을 보는 게 우선입니다. 인간이 장구한 세월 동안 진화하면서 "아 이런 전조가 나타나면 어떤 재앙(혹은 그 반대로 행운)이 다가오더라"라든가, "자연을 인간의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미약하나마) 길들이는 데 이런 방법을 쓰면 편리하더라" 같은, 법칙과 패턴을 발견하는 능력이 최우선으로 평가되었을 겁니다.

이 책에는 언어 표현이 일절 생략된 채, 그림과 기호, 그리고 숫자(아라비아 숫자 표기는 만국 공통이므로)의 제시만으로, 그 속에 어떤 규칙이 숨어 있을지 찾아내는 퍼즐이 내용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난 머리는 좋은데, 언어 소통의 모호함에만 빠지만 두뇌 기능이 작동을 못 하더라고." 뭐 이런 불만과 좌절에 젖은 분들은 말장난이 끼어들지 않은 순수 퍼즐의 풀이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런 풀이에 빠져드는 게 다 이런 동기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시리즈가 이처럼 오랜 인기를 누리는 것도, 순수 패턴 분석에만 열의와 재능을 발휘하는 재능 보유자가 그만큼 많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문과 재능과 센스가 지독히 떨어진다고 그 반대쪽 적성이 저절로 살아나거나 (무슨 신이 공평하기라도 해서) 보상이 주어지는 건 전혀 아니고요. 대체로는 하나가 안 되면 다른 하나도 덩달아 안 되는 케이스가 압도적으로 많은 게 참혹한 현실이죠.

언어 표현 퀴즈도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서양 퍼즐 분야에서 아주 고전이라 할 만한 것 중 하나가, "아버지에 의해 급히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에게 의사가 '이 아이는 내 아들이니 수술을 할 수 없어!라고 외치.."는 문제인데, 제가 개인적으로 주위에 물어 보면 이 문제를 틀린 이는 거의 없습니다. 듣고 바로 딱 맞힙니다. 이게 우리말에는 없는, 인도 유럽 어족만의 성(gender) 구분 현상 때문인데, 반대로 이 때문에 저들에게 공평한 문제가 우리들에게는 대체 무슨 말인지도 알 수 없는, 왜 그게 답이어야 하는지 도통 모를 난제로 바뀌기도 합니다. 과거 보누스 멘사 시리즈 중에는 아예 문장으로만 이뤄진 퍼즐로 책을 다 채운 권도 있었습니다. 이 새 권에는 이런 유형의 문제가 딱 하나만 나오므로, 종래 그런 문제에 경기를 일으키신 분들은 안심해도 되겠습니다. 그래서 공정한 IQ 테스트는 문화적 배경 인자가 끼어들지 않게 배려해서 출제한다고도 하죠.

사실 이 책에 실린 많은 문제들은 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출제자들은 5개 정도의 제한된 선택지를 내놓고, "이 중에서" 고르게 하는 형식인데, 소위 "객관식" 출제의 암묵적인 규칙은 "그 중에서 가장 답에 가까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문제를 풀라는 거죠. 난감하게도, 다른 대안을 선택해도 합당한 설명이 가능한 게 이 책에도 여러 퍼즐들이 보입니다. "내가 파악한 규칙대로라면 이것도 답이 돼!" 그런데 책에는 그 그림(혹은 숫자)이 없으니 이것만 답이라는 식으로 논쟁을 피해가야 하는데요. 이러면 고마운데 어떤 문제는 독자의 논리에 따른 정답(책에서는 오답)이 보기 중에 나와있기까지 하니... 하지만 그게 또 친구들끼리 함께 문제를 푸는 재미이기도 합니다.

요즘 tVN의 <문제적 남자> 때문에 이런 순수 패턴 분석 문제를 푸는 층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퍼즐의 매혹은, 특별한 훈련 없이도 (머리만 좋다면) 문제를 보고 바로 답을 구할 수 있게 하는 "개방성"에 있습니다. 육체적 스포츠인 복싱만 해도, 3, 4 개월 정도 몸만들기를 통해 시합에 대비를 하지 않고는, 천하에 없는 장사나 파이터도 상대에게 KO패를 하기 일쑤입니다. 실제로 매니 파키아오와 메이웨더 사이의 세기의 대결도, 어느 한쪽이 몸이 안 만들어졌다고, 이겨 봐야 의미가 없다고 대결이 연기되거나 무산된 게 여러 차례입니다. 상대가 준비 안 되었으니 이때를 기회 삼아 이겨 보겠다고 덤비는 게 아니라는 점이 재미있죠.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공부 안 한 채 수능이나 토익을 칠 수는 없습니다. 반면 이런 책은 어떤 훈련이나 예습이 필요 없죠. 딱 보고 풀리면 풀리는 거고, 안 풀리면 머리가 나쁜가 보다 하고 포기할 수 있지만, 그래도 구태여 도전해 보고 싶다면 연습을 하면 됩니다. 누구에게나 문제 풀이가 오픈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최고 매력이죠.

편집상 아쉬운 점은, 일단 정답만 확인할 수 있게 답만 실린 페이지를 따로 가르고, 그 페이지 뒤에 본격 해설을 실었으면 좋았겠다는 겁니다. 답만 확인하고 싶은데 뒤로 찾아가면서 다음 문제의 해설까지 다 읽어 버리는 게 문제입니다. 이걸 피하려면 종이에 문제번호와 답을 따로 적어 두든지 해야 하는데, 풀고 나서 바로 답을 확인하려는 독자는 어떻게 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편집상 그리 어려운 점이 아니라고 생각되므로 출판사 쪽에서 고려해 주시면 좋겠네요.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혹 궁금한 부모님들에겐, 요즘은 이런 책이 아니라도 지역 교육 당국이나 지자체에 영재 테스트를 실시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별 걱정이 없긴 하죠. 이 책 끝에는 "영재, 수재 등의 차이점"에 대해 간단히 설명되어 있는데, 일단 영재들은 따로 교육시키지 않으면 그 영재나 주변 친구들에게나 대단히 불행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영재는 학습 속도가 빠르므로, 나는 이미 이걸 이해하는데 쟤네들은 왜 저렇게 뒤쳐지지? 라며 지루해하고, 이 과정에서 본인의 성격 형성이나 주변과의 관계에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영재나 수재가 별 차이 없어 보여도, 수재가 보통 아이들을 답답해하는 것만큼이나 영재는 수재를 답답해하며, 천재가 영재를 한심해하는 건 그보다 정도의 차가 더 크다는 점을 지적하는군요! ㅎㅎ 세상이 본래 그렇지요. 참고로 148이면 그저 보통 말하는 수재 수준입니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명문대에 합격하려면 상위 2% 정도로는 턱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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