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천재가 되는 단 세 가지 도구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제 해결의 기술
기시라 유지 지음, 기시라 마유코 그림, 정은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가 "생각하는 힘"이며, 그래서 이 종(種)에 붙여진 학명이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하지만 종 전체에 균일하게 주어진 능력이라기보다는, 어떤 개체는 영리하게 생각을 잘 해내고, 어떤 개체는 열심히 따라는 하는데 성과가 좋질 못합니다. 재주가 뛰어나거나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은 그런 능력을 타고 났거나, 아니면 남다른 노력을 통해 선두주자를 추월합니다. 천재가 노력파를 못 이긴다고도 하는데, 이는 그 천재가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의 트랙에만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노력파는 처음에 주어진 트랙이 불운했음을 알고, 노력을 통해 옮겨 간 유리한 트랙에서조차 머물기를 거부하며 계속의 상향을 추구합니다. 노력파가 천재를 이기는 길은 이것 외에는 없다고 봐도 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ToC(theory of constraints)는, 갖가지 상황적 제약 속에서 어떻게 하면 최상의 성과를 올릴지에 대한 방법론인데, "생각을 잘 해내고 주어진 과업을 잘하는 천재"가, 그렇게 따라하고 싶지만 잘 못하는 다른 이들에게 "이 순서대로 하면 나처럼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이론화한 업적입니다. 자신이 잘 하는 일이라도, 그걸 알고리즘화하여 만인과 공유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경영학 이론의 과제인데, 이를 고안한 주인공 엘리야후 골드렛 박사는 물리학자라는 점이 특이하죠. 이미 학문 간의 장벽은 무너진 지 오래고, 인접 학문의 빼어난 시사점이나 영감을 받아들이기 거부하는 학자는 자기 자리조차 지킬 수 없는 현실을 보여 줍니다.

엘리야후 골드렛 박사가 정립한 ToC도 탁월한 업적이지만, 이것조차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기시라 씨 부부가 함께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낸 이 책은(남편 유지 님이 글을 쓰고, 아내인 마유코 님이 삽화를 그렸습니다), 정말 어린이들이라고 해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독자 친화적인 컨텐츠를 담았습니다. 어떤 주제나 이론을 쉽게 표현하여 설명하는 건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아도, 해당 토픽을 완전히 통달하듯 이해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업입니다. 또한, 순수 학문의 성과를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는) 평범한 일상인들에게, 그들 자신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도록 쓸모 있게 가공하는 일은, 마치 예수 그리스도가 사천 명의 군중에게 물고기 한 마리 분의 식사를 제공했던 일만큼이나 "나눔과 봉사의 큰 보람"을 빚는 소중한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저자들이 밝힌 대로, 일머리가 아직 덜 무르익은 신참 회사원들에게 쓸모 있는 도구를 제시하며, 심지어 공부가 마냥 힘들기만 한 초등학생도 이 책을 읽고 "자기 주도 학습법"에 비로소 눈을 뜨일 만큼 친절합니다.

세 가지 도구는 책의 편제에 따라 1) 가지 2) 구름 3) 목표 나무 를 가리킵니다. 먼저 1) 가지(branch)를 보면, 일단 회사의 말단 사원뿐 아니라 CEO들까지 뭔가 화끈한 각성이 올 만한 주장으로 시작하더군요. 잠시 인용해 보면,

"...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전체로서 마주하길 두려워한다. 전체로서의 문제가 두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문제를 잘게 쪼개려고 한다. 잘게 쪼개진 문제는 부분적인 해답을 찾기 쉽기 때문에, 일부의 문제만 최적화시켜 놓고는 전체를 다 해결한 듯 안심한다...."

어떻습니까? 만약 문제를 모조리 방치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안심이 안 될 겁니다. 그래서 말 그대로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일부에 대해서만 정확한 답을 찾아 놓고는, 나머지는 운에 맡겨 버리는 게 보통인데, 이런 태도가 대부분 좋지 못한 결과를 맞는 건 애초에 바른 (종합적) 대책을 세워 놓지 않았으므로 당연한 겁니다. 그래서 저자는, "복잡한 문제는 복잡한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우선 문제를 분석할 때, 무슨무슨 사항이 있는지 박스(상자)로 구분하고, 박스 안에 사항을 채워 넣으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위에서 지적된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와 다를 게 없습니다. 서투른 의사 결정자도 여기까지는 해 놓죠. 그리고 박스들 전체를 보지 않고, 박스 두어 개에만 주목한 후 그에만 알맞은 해답 발견에 골몰합니다. 이렇게 부분적으로 정확한 답이 전체로서는 그릇될 가능성이 크다는 건 앞에서도 지적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상자들 서로의 관계가 어떤지 표시하는 "화살표"들입니다. 화살표는 어느 상자가 다른 어떤 상자의 원인(혹은 결과)인지를 표시합니다. 각자 따로 놓일 때에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상자들이, 이제 화살표에 의해 관계가 밝혀짐으로써 분명한 의미를 부여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나나"가 있는데,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화살표 중 "이미 현실화되었거나",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것"을 특별히 서로 묶어 놓은 표시가 "바나나 모양"이라서입니다. 독자인 제 생각으로 이는 "메타 화살표"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 엘리야후 골드렛 박사의 원저에 그런 말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 책의 저자들께선 "다 그려 놓고 소리 내어 읽어 보라"고 하시네요. 이렇게 소리 내어 읽은 후 어색함이 느껴지면, 그건 문제의 분석이 상자, 화살표, 바나나 어느 단계 중 제대로 안 이뤄진 구석이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무언가를 검증할 때 한 가지 감각에만 의존하면 자기 타성에 젖어서, 보이는 것만 보이고 잘못된 구석이 체크되질 않습니다. 검증은 공감각적인 과정이어야 하고, 이로써 익숙한 루틴이 간과하는 허점이나 모순이 보다 쉽게 발견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압권은 개인적인 판단으로 2부 "구름"인 것 같더군요. 이 "구름"의 기능은 뭐냐 하면, 우리가 이거냐 저거냐 양자택일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두 가지 선택지를 동시에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때, 어떻게 하면 가장 현명한 결정을 할 것인지 그 방법론을 제시하는  겁니다. 사실 회사에서건 개인적 용건이건, 이 "딜레마"를 똑똑하게 잘 넘기는 사람이 바로 인생의 성공자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누차 강조하는 건, 일회용이거나 그 적용 범위가 제한된 "지식"에 집착할 게 아니라, "고기를 낚는 법"을 알려 줄 "생각하는 지혜"를 키우자는 목표죠. 공교롭게도 탈무드가 그 최초 출전인 이 말("고기 대신 고기 낚는 법")의 실천적 방법론을, 역시 유대인인 엘리야후 골드렛 박사가 가르쳐 주는 셈이기도 합니다.

이 역시 상황을 박스와 화살표로 나눠 그림으로 표시하는 게 우선입니다. 물론 바나나도 여기저기 쳐야 할 텐데, 그 전에 박스 사이의 관계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를 먼저 곰곰히 따져야 합니다. 먼저, 양립할 수 없는 두 상황을 D와 D'로 놓습니다(친절하게도 저자는 ' 기호를 프라임으로 읽어야 한다고까지 가르쳐 주시네요). 그 다음 단계, D와 D'가 무엇을 바라고 하는 행동인지 파악하고, 앞에다가 각각 B와 C로 둡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바라는 바(이것을 저자는 "요망"이라고 합니다)인 B와 C의 최종 목표가 뭔지를 생각하고, 대체로 이것은 공통된 A일 것이라고 정리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첫째, D와 D'가 딜레마지만(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지만), 최종 목표는 A로 같을 수 있다.
둘째, D는 B가 아니며, D'는 C가 아니다. 즉 각각의 딜레마 상황과, 그 딜레마 상황이 직접 요망하는 바는 같지 않다.

이 점이 참 중요합니다. D와 D'는 양자택일 관계(딜레마)임이 분명하죠. 그런데 D와 B가 친한 것처럼, D와 C도 친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D와 C가 딜레마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에 꼼짝없이 딜레마로 출발한 게,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중간 지점에서 의외로 서로 교차하는 부분이 많다는 겁니다. 이 겹치는 부분을 집중 공략하면, 이거냐 저거냐 선택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아도, 두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쉽게 말해서, 절벽이 살벌하게 갈라진 협곡에서 괜히 모험을 하지 말고, 두 능선이 가장 가깝게 맞붙는 데서 건너갈 생각을 하라는 뜻입니다.

그 외에도 1) 사람은 누구나 선의를 가진 존재이니 생각의 괴리를 좁힐 생각부터 하고, 결코 사람 자체를 적대하지 말라. 생각이 싫은 거지 사람이 싫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이란 그 사람이나 자신이나 언제든 바뀔 수가 있다. 2) 사람 사이는 항상 승과 패가 갈리는 게 아니라, 둘 다 승리자가 되는 쪽으로 끌고 가야 한다 3) 내 생각이 옳다고 집착하는 바로 그 태도가 잘못이다. 등 처세에도 유익할 사고 방식을 먼저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故 엘리야후 골드렛 박사는 이를 두고 "과학자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했는데, 기업이든 가정이든 타협점과 해결책을 찾아야 할 모든 사람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가르침이겠습니다.

3부에서는 "야심찬 목표 나무"가 다뤄지는데, "제약 이론"의 핵심은 본래 여기에 놓여 있습니다. 제약이란 곧 장해물인데("해[害]"를 더 강조하는 단어겠죠), 이 장해가 있음을 괜히 불평하지 말고, 장해물마다 작은 목표를 설정하여, 그 작은 목표를 우선 달성한 후 큰 목표를 이루라는 전략입니다. 사실 큰 목표를 한번에 이루기란 오히려 어려운데, 그 목표를 잘게 쪼개서 더 정밀히 접근하라는 듯 장해물이 설정되었으니 이걸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나쁜 조건을 반대로 선용하라는 발상부터가 이미 성취하는 이의 길(吉)한 마인드셋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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