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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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어서 진짜 어이가 없어서 내게 책을 읽어주던 그에게 미친듯이 웃었다.

정말 미친듯이 배를 잡고 온 바닥을 굴러다니면서 웃었다.

 

아 오랜만에 웃는 것 처럼 웃었다.

그리고 그 사람 품에 안겨서 계속 해서 그 책을 들었다.

읽기 보다는 듣고 싶은 재미였다.

아 편안하다.

듣는 나도 읽는 그도.

품에 안겨 있어서 참 편안하다.

세상 이곳저곳이 참 미친듯이 돌아가는데 이 정체를 모르겠는

미친듯한 책이 나를 미치게 웃기게 한다.

좋다.

 

울 일만 많아지는 날들속에 생각없이 웃게해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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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지금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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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책장에 두고 두고두고 읽는 책들이 한권쯤은 있을것이다.

나의 경우 정확히 그것이 무언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 그래도 시집을 자주 보는 것 같다.

유독 외로운 밤이 누구나 있다.

가끔 그런 밤이면 당장 내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연인이 원망스러워지고

그래서 나는 운다.

울다가 문득 소리내며 운다.

 

내 엄마는 언제나 소녀보다 더 소녀답던 분이셨다.

나이를 알 수 없을만큼 동안의 얼굴에 평생을 고생을 모르셨던 분이였다.

그래서 예쁘고 흰 손을 가지고 살던 내 엄마는 내 덕에 그리고 금전적인 영향에 의해

그 예쁜 손을 버리셨다.

나는 밤이면 몰래 우는 엄마의 소리를 가끔씩 들었다.

처음으로 엄마가 운다는 걸 안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유난히도 예민한 내가 비겁하게 이불속으로 숨었던 밤.

나는 처음으로 어머니도 여자라는 걸 알았다.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던 날 나는 울지 못했다.

그저 이불속에 들어가 숨이 턱턱 막혀왔었다.

 

우리 엄마와 둘이 발리의 작은 마을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내 친구가 자리를 잡고 살 던 곳이였고 지금은 내가 사는 내 작은 집으로 함께 간 적이 있었다.

엄마가 그토록 편안하게 안면에 웃음이 가득한 걸

예쁘게 눈웃음을 만들어보여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엄마가 정말이지 예쁘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서야 알았다.

 

내가 큰 잘못을 했던 날. 엄마는 나를 때렸었다.

나는 이미 다 큰 딸이였지만 엄마는 나를 처음으로 때렸다.

뺨이 푸불어 올라 파랗게 멍이 올라왔던 날 밤 엄마는 계란 두개로 밤새 내 얼굴을 문질렀다.

엄마에겐 항상 말도 안될 정도로 아픈 손가락인 나는 나쁜 딸년이였었다.

 

엄마는 이제 없다. 그리고 내 책장엔 엄마가 남겨둔 책들만 가득하다.

너무 오래되어 색이 누렇게 변한 수 많은 책들.

엄마가 보고 싶을때면 누워서 그 책을 가만히 쓸어낸다.

나에겐 사랑하는 이가 있지만 그래도 엄마가 없다는 슬픔이 가끔 울컥하고 올라와 외로운 밤이면

나는 엄마가 남겨둔 책들을 가만히 가만히 읽는다.

그런 내게 이젠 엄마 대신 내 엄마인 이모는 가끔씩 밤이면 전화를 건다.

"니 년은 평생 전화 한번을 안하냐?"로 시작하는 이모의 전화가 쓰려서 나는 웃고야 만다.

 

이모가 선물해준 책.

내 외로움을 아는 내 이모가 내게 주겠다고 가방에 옷을 두어개 빼고 비행기를 타고 온 책.

이미 내 책장에 있어 몰래 그 책을 숨겨야 했던 고마운 책이다.

 

사랑한다. 엄마를. 그리고 내 엄마를.

언제나 내 편인 그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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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일 2014-12-2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짠합니다 행복하세요...^^
 
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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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 2월 21일 내 친구는 죽었다.

평생을 친구였던 가족보다 연인보다 가깝던 친구가 지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던 날 내 손을 꼭 잡고

거칠지도 못한 숨 사이로 내뱉던 한마디가 가슴에 비수처럼 남았다.

'내 생각을 하지마라. 나는 니가 찌질하게 질질 짜는 일을 보고싶은 마음이 없다'라고 하던 잔인한 친구녀석이

항상 강하다고 생각했던 내 친구녀석의 눈에서 죽음의 공포를 보던 순간 나는 마음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괜찮은척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감정이 매마른 사람이 된 것만 같다.

기쁜 일에도 웃질 못하고 슬픈 일에도 울질 못하고 먹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정말 생각하는 일을 아니 감정을 표현하거나 하는 일을 기억에서 지워버린 사람 같았다.

 

내가 서점에 간 날. 3월14일 연인들이 길에 많았고 내 연인은 일이 있어 혼자 밥을 먹었던 날.

아무 생각없이 그저 작가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집어 올렸던 책은 결국 나를 미친듯이 울게했다.

지금 이순간도 나를 시큰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나는 저런 사람을 본적이 있는 것만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먼저가겠다고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말하는 사람을.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한다.

그처럼 내 친구는 항상 누구보다 멋졌던 사람이니까.

존경할 수 있었던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이 타인에게 추한꼴을 보인다는게 얼마나 수치러울수 있는 일인지를 이해한다.

아니 사실 이해하기 보다는 인정한다고 해야할것만 같다.

 

아무튼 읽어보길 바란다.

요즘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게 누군가가 화를 내도 화도 안나는 내게 유일하게 마음 놓고 울음을 터트릴수 있게 해준

작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끝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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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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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참 많은 사람들과 이별했다.

이별이 슬픈건지도 모르고 참 많은 사람들과 이별하느라 어쩔줄을 몰랐다.

괜찮으려고 하면 또 누군가가 곁을 떠났다.

괜찮지 못했지만 괜찮으려고 했고 울지 않으려고 했다.

떠난 사람에게 울고 원망하고 소리치며 왜 내 곁에 이제는 없는 거냐며 미친듯이 소리치는 일도 있었다.

누구에게도 내가 아픈 걸 티내고 싶지 않아서 몰래 소리쳤다.

장난을 걸어오는 누군가에게 더 심해서 장난을 치며 괜찮다고 표현하려고 했다.

 

혼자인 밤들. 혼자인 낮들.

타인과의 밤들. 타인과의 낮들.

언제나 내 아침은 혼자 였고 내 곁에 누군가가 잠들어 있는 아침에도 나는 처참히도 혼자였다.

미친듯이 화장실 바닥에 쓰려져 무너져 내렸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큰 소리로 음악을 틀고 물을 뿌리며 흐느꼈다.

책은... 참 슬프다.

아니 어쩌면 희망적이다.

무언가에 나는 참 많이 우는 사람이였고 이제는 이성적인 사람이다.

괜찮다.

방바닥은 뜨겁고 나는 아직까지 살아있으며 내 곁을 떠난 누군가와는 곧 만날테니...

잠깐만 안녕히 있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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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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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나를 불편하게 하는 무언가가 그의 글에는 너무나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데 참 기억력이 좋다.

쓸모없는 내 기억력은 내가 3살때 있었던 일들까지도 기억나게 만든다.

내가 사랑하던 이는 어쩌면 아직도 사랑하는 그는 하루키의 책을 좋아했다.

나는 그를 위해 아무렇지 않게 하루키를 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그의 생각을 알고싶어서. 그의 몸에서 나는 향과 비슷한 사람이되고 싶어서.

그래서 그와 헤어지고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지금도 그가 좋아하던 하루키를 읽는다.

여전히 내 마음은 불편하다. 그 사람 생각이 나서 많이 불편하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다 불편함속에서 옛사람들을 기억하려는.

 

책은 그 생각보다 강렬하지 않았다.

죽음을 생각하는 젊은 청년. 그에게는 별다른 색이 없고 그의 주변에 인물들은 색이 뚜렷한 그런 이야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본다내가

나는 아직 살아있지만 곧 죽는다.

많은 것을 알고있지 못하지만 내가 배운것들을 대부분 기억하는 비 상식적인 상태로 살아간다.

 

앞으로도 나는 하루키를 읽을 거다.

여전히 많이 불편해하며 가슴 한 구석이 따끔거리면서.

내가 더 이상 삿포로에 가지 못하는 이유와 꽃을 사지 못하는 것 그리고 피아노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는 그때 그 사람도 지금 이 책을 읽고 있겠지하면서 하루키를 읽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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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당 2013-08-0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