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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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화제가 되고 있는 김동식의 '회색인간'을 읽는다.문학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노동자 출신의 작가라고 찬사가 대단하다. 그러면 문학은 제대로 배운 비노동자의 손에서만 탄생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홍보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작가의 상상력은 탁월했다. 최소한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끈기를 가지고 자꾸 써내려가다보면 정말 멋진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생긴다. 오유게시판에 글을 썼었다고 했다. 회색인간을 읽고 나머지 두 권의 책을 사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럴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세가지 정도의 생각을 했다.

노래를 잘 하는 맹인동생을 가진 사람이 있다.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자 모두들 환호했다.목소리가 섬세한 동생의 노래는 눈을 감고 들어도 좋았다. 사람들은 맹인인데 노래를 잘한다고 했다. 동생은 매일 노래를 불렀고 연습을 했다. 사람들은 말했다. 맹인들은 안보이는 대신 노래를 잘 하는 재능같은게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사람들은 질투하는건지도 모른다. 맹인치고는 잘한다고, 그걸 빼면 별거 없을 거라고..동생이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말이다.

획기적인 상품을 들고 시장에 들어선 영세상인이 있다. 아직은 좀 덜 세련되었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놀라웠다. 사람들이 환호했다. 대기업이 이 정보를 놓칠 리 없었다.비슷한 컨셉으로 시장에 들어섰다. 영세상인은 버티지 못했다. 결국 더 새롭고 더 나은 것을 내놓을 시간도 자본도 없는 그는 시장을 떠나야했다. 그의 것과 닮은 상품들이 사방에 널려있지만 처음 그것을 만들어낸 그는 거기 없다.

마지막은 그가 노동자이기에 가능했던 상상력은 무엇이었을까. 반드시 노동자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상상. 그리고 이야기들..
그렇다면 '노동의 고독을 승화하며 써내려간..' 따위의 카피는 적절하지 않다.

노동자라는 것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다는 것을 앞세워서는 안된다. 김동식의 상상력과 이야기는 그의 것이다. 일상과 삶을 샅샅이 살피고 그 속에 묻힌 이야기를 찾아내는 그는 이야기꾼이다.
그를 수식하는 말들이 참 얄팍하고 불성실?)하다. 작가로서의 김동식을, 그의 독특한 상상력과 세계관을 이야기하는게 먼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의 사연을 늘어놓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실력이 출중한 사람조차 사연에 묻혀 폄훼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는데...

나머지 두 권은 언제 읽을지 기약이 없다.
지금의 이 소란이 좀 답답하다.
분명한건..김동식의 이야기는 흥미롭다는 것이다. 그는 천상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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